Smoking Barrels/Bullet Ant – Tomorrow Will Get High (GMC Records, 2015)

Smoking Barrels/Bullet Ant – Tomorrow Will Get High (GMC Records, 2015)

Black Sabbath 특유의 헤비함, 암울함, 언홀리/사타닉함, 블루지함, 사이키함, 왜곡된 앰프 사용법 등등을 극단적으로 행하며 탄생 된 둠/슬럿지/스토너 사운드는 7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음악적 강렬함을 고수하고 있는 매니악한 메탈 서브장르의 대명사이다. 데스메탈, 블랙메탈, 그라인드코어와 더불어 서브 메탈 장르의 매니악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장르이며, 90년대 중후한 – 2010년대 현재까지 얼터너티브, 개러지 리바이블, 인디록, 프록, 하드코어 펑크 등과 섞이며 파격적 패러다임 시프트를 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적잖게 메이저 락 필드에서도 상업적 성과를 거둔 바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전혀 상관이 없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매니악한 메탈 및 헤비니스 장르의 밴드들이 등장했지만, 둠/슬럿지/스토너 만큼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기에 그러하다.

“둠/슬럿지/스토너 사운드는 한국과 전혀 관계없다” 라는 공식이 2010년대 들어와 서서히 깨지기 시작 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기 그지없다. 둠/슬럿지/스토너 장르를 구사하는 밴드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 했기 때문이다. 한국 데스메탈 1세대 베테랑들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진 인천 출신의 Black Medicine 이 단 한장의 데모없이 몇번의 공연을 통해 한국 헤비씬에 충격을 가했고, 밤섬해적단 출신의 장성건이 리드하는 공구리 역시 만만찮은 인상을 남기며 왕성한 라이브 & 음반 릴리즈 활동을 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하드코어씬에 등장한 Smoking Barrels 와 Bullet Ant 역시 빠질 수 없는 존재들인데, 흥미롭게도 이 두 밴드는 Tomorrow Will Get High 라는 스플릿으로 뭉치며 더욱 더 한국 둠/슬럿지/스토너 사운드 무브먼트의 불씨에 기름을 퍼붓고 있다.

Smoking Barrels 는 Shellback, The Apop, Burn My Bridges,Suck Stuff 와 같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펑크/하드코어 멤버들의 의기투합으로 결성 된 밴드이며 펑크/하드코어씬과 하드락/메탈씬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활동으로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밴드다. 2013년에 셀프타이틀 EP 를 발표 한 바 있으며, Pantera, Down, EYEHATEGOD 멤버들의 프로젝트인 Down 과 같은 모던함을 지닌 슬럿지/스토너 메탈을 구사하고 있다. Bullet Ant 는 대구 출신의 밴드로 2013년에 결성 된 밴드로, 꽤 극심한 멤버 체인지로 인해 실제 활동 연혁은 매우 짦지만 몇번 가진 공연을 통해 한국 헤비니스 언더그라운드 업계 내에서 꽤나 충격적 입소문을 자아 낸 바 있는 요주의 인물들이다. 모던한 Smoking Barrels 와는 달리 Sleep, Electric Wizard, Weedeater, Goadsnake 와 같은 Black Sabbath-ism 의 극단화를 보여주는 매니악함으로 중무장한 음악적 색채를 지닌 밴드이기도 하다.

Tomorrow Will Get High 는 모던한 코드를 추구하는 슬럿지/스토너 메탈러 & 매우 극단적인 매니악함을 자랑하는 둠/슬럿지 밴드와의 조인트를 담은 앨범이다. 둠/슬럿지/스토너 사운드를 추구하는 밴드가 둘이나 한국에서 등장 했다는 사실부터 꽤나 놀랍고 반가운데, 스타일까지 매우 극명하게 차이나는 영건들의 대격돌이기에, 앨범으로써의 가치나 흥미도는 플레이어에 걸기 전부터 매우 흥미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둠/슬럿지/스토너의 불모지 한국에서 등장한 이 용감한 두 밴드의 만남이자 대격돌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

Smoking Barrels 는 앞서 설명한대로 Down 과 같은 모던한 코드의 슬럿지 메탈을 추구하고 있으며, 데뷔 EP 에 이어 스플릿에서도 그러한 스타일을 이어간다. 정통 하드록 특유의 캐치함과 그루브메탈적 리듬의 강조가 있고, 밴드 멤버들 모두가 펑크/하드코어씬 출신이라 인상적인 리듬/비트를 연신 때려주며 둠/슬럿지가 지닌 루즈함을 어느정도 개선 해 내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헤비함, 그루브함, 펑크적 스트레이트 비트 추구의 변함은 거의 없고, 여기에 데뷔 EP 와는 다른 것들을 조심스레 시도한다. 전작보다 블루지한 리프 및 사운드/프로덕션 추구, 심플한 리프를 계속해서 반복 시키면서 발생 시키는 약물성 컬트함의 창조와 같은것들 말이다. Black Sabbath-ism 에 대한 재해석을 담은 Misfit Sludger, St. Vitus 에 대한 애정표출과 자기화에 시도하는 Gold Digger 는 매우 인상적이다. 단 두곡을 통해 Smoking Barrel 라는 밴드가 풀렝스 한장을 낸 것과도 같은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데뷔 EP 의 수록곡인 Break The Believe 의 재녹음도 실렸는데, 이 트랙은 슬럿지/스토너 디깅을 하면서도 펑크/하드코어 특유의 펀치력 역시 쉽게 버리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하게 하며 큰 인상을 남긴다는 점 또한 빠트릴 수 없다.

Bullet Ant 역시 Smoking Barrels 만큼 인상적이다. 아니, “충격적이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들을 들려준다. 이들이 들려주는 둠/슬럿지 사운드는 정말 “독하다”. “한국에서도 Sleep, Electric Wizard, Weedeater, Goadsnake 같은 매니악한 사운드가 한치의 아쉬움 없이 제대로 표현이 되는구나!” 라는 감탄사 마저 나올 정도다. 사악함과 암울함의 극단적 매력을 바로 느끼게 해 주는 헤비한 기타톤, 계속해서 반복되는 헤비-블루스-싸이키 리프, 이를 극단적으로 증폭 시키는 기타톤 확보/앰프 효과 사용에 대한 노하우/뛰어난 레코딩은 해외의 A급 밴드에서나 찾아 볼 법한 그것이다. 곡 전개, 연주 스타일도 인상적이지만, 기타/페달/앰프 모두를 십분 활용한 사악한 헤비톤 & 하울링에서 비롯되는 음향적 캐릭터성은 한국 헤비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밴드 역사상 첫 레코딩 & 100% DIY 레코딩이라는 점이 더해진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Sunn O))) 와 같은 드론 메탈 특유의 헤비 하울링에 대한 것과도 일맥상통 할 정도의 매니악함을 들려 준다는 점 역시 빠트릴 수 없다.

Tomorrow Will Get High 는 아주 멋진 작품이다. 두 밴드 모두 풀렝스 한장 없는 신예라 곡 수도 적고, 곡 하나하나의 디테일함은 부족한 인상임을 지울수는 없지만, 각각의 밴드들이 남긴 강렬한 개성은 너무나도 인상적이기에 호평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모던한 코드의 슬럿지/스토너 메탈을 구사하는 가운데 고전 둠/슬럿지/스토너 탐구 &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비트 재확인을 통해 “듣기 편하지만 사운드 특징적으로 정의 할 수 없는 복잡함” 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Smoking Barrels. 100% DIY 로 “해외 유수의 둠/슬럿지 명반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특유의 컬트한 사운드의 극을 뽑아 낸” Bullet Ant 모두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뭔가 독창적인 장르/스타일을 추구하는것은 어렵다. 특정 외국 장르이기에 그 장르 특유의 매니악함이 제대로 표출 되어야만 하고, 몇몇 유명밴드 흉내 수준에 머물러서는 절대로 안되며, 자신들만의 개성이 확실히 담긴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기에 그러하다. 지금까지의 한국 헤비니스 밴드들의 음악적 달성량과는 차원이 다르다. 각각의 밴드가 3곡 & 4곡을 제공 했을뿐이지만, 그 음악적 가치 & 밴드 개성의 가치는 몇장의 풀렝스급에 맞먹는다. 더 나아가 “한국 헤비니스 역사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 라고 표현해야만 할 정도로 강렬하다. 무의식적으로 “한국 음악은 뭘 하던지 본토의 그것에 비해서 부족하다” 라고 느끼지 않던가? 이 물건은 그게 없다. 작곡/연주 레벨은 딸릴지 몰라도, 특정 장르 특유의 컬트함과 각 밴드가 지닌 매우 강렬한 개성구축의 완벽함이 너무다 강렬하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듣고 느껴라. 한국 헤비니스 음악 역사의 또 하나의 이정표, 그 자체 되겠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