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10] Black Sabbath – Master Of Reality (Vertigo, 1971)
Black Sabbath 의 최고의 앨범은 두말 할 나위 없이 Paranoid 지만, 그렇다고 Black Sabbath 라는 밴드를 그 한장으로 모든것을 정의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짐작 할 수 있는 이유인 “다른 앨범들 역시 뛰어 나기에” 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Black Sabbath 는 경우는 조금 더 특별 하다고 할 수 있는데, 최고의 앨범 다음 순위에 오는 앨범들이 “수작” 을 넘어서 “세기의 작품” 급으로 평을 해야만 할 정도의 레벨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하다. 혹은 “더 나아가 훗날 다양한 헤비니스 서브장르들의 탄생에 있어 가장 확실한 롤모델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 하기에” 라고 할 수도 있고 말이다. “Black Sabbath 의 초기 4장은 한장도 빠질 수 없을 정도로 이들 커리어 및 메탈 및 헤비니스 역사의 하일라이트다. 각기 다른 개성과 음악적 업적과 후폭풍을 낳았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 Paranoid 인 것이다.” 라고 말하는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 “Paranoid 를 제외하면 어떤 앨범이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가?” 를 묻는다면, 많은 고민이 뒤 따르겠지만은 아마도 3번째 풀렝스 앨범인 Master Of Reality 가 되는것이 가장 정당치 않은가 싶다. 이유야 여럿이 있겠지만, “컬트적인 메탈 서브 장르들과 그 외 타 헤비니스 장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앨범이기에” 라는 이유가 가장 큰 임팩트를 자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Master Of Reality 는 밴드의 3번째 앨범으로, 2번째 앨범인 Paranoid 의 호평, 강렬한 차트 순위와 판매고, 부지런한 투어 활동으로 인해 얻은 뛰어난 라이브 퍼포머로의 명성에 고무되어 바로 제작에 들어간 앨범이다. 두 앨범의 발매 차이는 겨우 1년이었고, 이 앨범의 녹음부터 발표까지는 겨우 7개월이 걸렸다. 한마디로 음악적 깊이보다는, 주목을 받았을때 뭐라도 한장 더 내서 금전적/명성적인 플러스 효과를 강하게 얻기 위함이 무엇보다 1순위로 맞춰진 앨범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꾸준히 사랑 받으며 스테디셀러적인 판매고를 올렸지만, 음악적으로는 과하게 급조됨을 지우기 힘든 함량미달의 작품이었다. 곡의 흐름, 곡의 훅, 전체적 앨범의 흐름, 연주 패턴의 다양함 등 음악적 깊이로나, 엔테테인먼트적 재미로나 겨우 합격점 턱걸이에 이르른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한 느낌. 8곡중에 2곡은 1분 미만의 어쿠스틱 소품, 전체 러닝타임 34분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이 앨범의 과도한 명성 지향주의를 알 수가 있다. 한마디로 EP 퀄리티면 딱 적당한데, 앨범으로 구라(?) 쳐서 나온 작품임을 애써 부정하고 넘어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앨범은 지금까지도 칭송받는 세기의 명작이자, Black Sabbath 의 명작 랭킹 2위를 다투는 명성을 자랑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밴드만의 색채, 작곡/연주 퀄리티, 앨범 전체적인 즐길거리의 다양함이라는 보편타당적 관점으로 보면 영 아니올시다일지는 몰라도, “메탈 음악” 이라던지 “헤비한 음악” 이라는 다소 컬트적인 관점으로 바라 보았을때 다양한 위력을 발휘하기에 그렇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Tony Iommi 가 공장에서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을 잃었고, 그러한 사정 때문에 인해서 기타 튜닝을 본의 아니게 한음 낮게 했다는 점과 그로 인해서 하드락/블루스가 메탈로 변화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인 “헤비함” 의 생성은 다들 알고들 있을 것이다. 본작은 그러한 Tony 의 사정이 좀 더 본격적으로/그의 뜻대로 100% 행해진 앨범이었고, 자연스레 더욱 더 음이 낮고 무겁게 변화했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여기에 빠른 시간내에 앨범을 내려고 했던 계획상 모든 곡들은 다양한 리프/멜로디 흐름을 만들수가 없었다는 사정, 곡의 중심이 되는 리프 1-2가지의 다소 지루한 반복이 행해졌다는 점도 중요한 이 앨범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이 두가지 개념 혹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두가지 특징의 믹스는 Black Sabbath 가 지닌 영광의 타이틀 중 가장 빛나는 것인 “모든 종류의 메탈과 메탈을 넘어선 모든 헤비니스의 뿌리” 가 되고야 말았다. 바로 이것이 Master Of Reality 허술한 곡 제조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명작이 되는 가장 핵심적 이유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위대한 점은 낮은 기타 튜닝과 한곡 안에서 조금 너무하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단순한 리프의 무한반복적 행위는 둠 메탈, 슬럿지 메탈, 스토너, 드론 사운드의 뼈대, 혹은 진정한 의미의 시작점이 된다는 것이다. Black Sabbath 가 지닌 느림, 블루지함, 퍼즈-헤비한 사운드, 이를 중심으로 만들어 내는 헤비 사운드 스케이프/스케일을 집요하게 디깅한 밴드들에 의해 탄생 된 수많은 메탈 서브장르들의 뿌리는 단연코 Master Of Reality 이다. (이 앨범 뒤에 등장하는 Vol.4 도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 역시 언급하고 싶다.) 둠, 슬럿지, 스토너, 드론 등 느리고 헤비하고 미니멀하며 불경스러운 사운드의 모든것은 (Deep Purple, Blue Cheer, Pentagram 와 같은 밴드들의 영향력도 있겠지만은) Master Of Reality 를 얼마나 더 큰 스케일, 더 무거운 헤비함, 더 긴 러닝타임, 더 불경하게 업그레이드 시켰느냐를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단언 할 수 있을 정도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Mastodon 과 같이 테크메탈 & 프록메탈적 어프로치가 본격적으로 가미 된 밴드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앨범의 영향력은 절대적, 그 자체였다. 여기에 Master Of Reality 의 아트웍을 지금까지도 수없이 둠/스토너/슬럿지 계열 밴드들이 오마쥬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저희는 Master Of Reality 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를 알리는 행위가 아니던가.
둠/슬럿지/스토너 사운드와 같은 “메탈이라는 카데고리 내에서의 장르/스타일” 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앨범은 저음과 퍼즈한 헤비톤을 지닌 모든 락 음악의 시작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자랑하는 앨범이기도 핟. 이 앨범이 지닌 남다른 저음 헤비 기타톤 & 심플/미니멀한 리프의 무한 반복은 그런지, 포스트 하드코어, 얼터너티브 메탈, 노이즈 락 등 수많은 밴드들의 기본 골격이 되었다. 이는 조금만 머리를 굴려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Soundgarden, Dinosaur Jr., Alice In Chains, The Jesus Lizard, Helmet, Quicksand, Handsome, Unsane, Tomahawk, Godsmack 와 같은 밴드들의 사운드를 되새겨 보자. 그 특유의 헤비하고 퍼즈한 기타톤이 생각 날 것이다. 몇몇 밴드들에서는 과하게 미니멀한 구성과 연주 패턴까지 생각 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 해 보자. 정답은 의외로 빠르게, 그리고 딱 한가지만이 생각 날 것이다. 바로 Black Sabbath 의 Master Of Reality 일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이 앨범에 대한 영향력은 광범위 하다. 꽤 평가절하 되어 있지 않을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장르의 사각지대에 효과적으로 침투 해 있다.
이 앨범이 지닌 약물성에 대한것도 빠트릴수가 없다. 앞서 설명한 수많은 헤비-슬로우-퍼즈 장르들의 기본 골격이 되는 Master Of Reality 의 사운드 탄생이 원동력이 약물적이라는 점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앨범 제작비 중 거의 대부분을 각종 약물을 구입하는데 사용 했다는 점,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마자 엄청난 양과 종류의 약을 쉬지않고 해 댔다는 일화, 이러한 행태가 Black Sabbath 의 헤비함에 약물적 환각적 코드가 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는 점 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그리고 이들의 과도한 약물행각은 그저 “음반 제작에 도움을 줌”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훗날 등장하는 수많은 밴드들이 (주로 둠/스토너/슬럿지 밴드들) 이 앨범의 컬트적 코드에 너무 감흥 된 나머지, 이 앨범 제작 당시에 있었던 과격한 약물행각을 그대로 따라 할 지경에 이르렀고 지금도 그러한 남용(?) 은 계속되고 있다. 하나의 “밴드 라이프 스타일의 기준” 이 될 정도다. 더 나아가 메탈과 모든 헤비한 음악에 존재하는 약물에 의한 음악적 요소와의 상관관계의 역사도 역시 앨범에서부터 시작 된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Black Sabbath 의 등장 이전에 약물과 락 음악의 상관관계는 주로 포크, 컨트리,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등이었고, 이는 거의 헤비한 음악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렇다. 메탈을 비롯하여 수많은 헤비 음악에 포함 된 음악적 환각효과와 약물적인 밴드 라이프 스타일 모두는 Black Sabbath 부터 새로운 개념이 잡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이 가장 본격적으로,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 빨랐던 Master Of Reality 는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헤비한 음악과 약물의 모든 상관관계는 이 앨범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점이 앞서 설명한 음악적 컬트함의 탄생과 너무나도 기막히게 맞물려 돌아간다. 엄청난 것이라고 설레발을 아니 칠 수 없는 수준으로 말이다.
Master Of Reality 는 이러한 앨범이다. 음악적인 레벨을 논한다면 이 앨범은 분명 합격점을 겨우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앨범임을 부정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음악적 스타일의 컬트함, 그러한 한가지의 새로운 스타일이 후세에 끼친 영향, 더 나아가 밴드 라이프 스타일의 개념 재정의 까지 나아가는 또 다른 관점의 음악적 요소는 어마어마 할 정도의 위용을 자랑한다. 특히 “후세의 영향력” 을 논한다면 Master Of Reality 가 Paranoid 보다 좀 더 우위를 점한다고도 발언해야 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거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최고의 앨범 한장으로 그의 커리어를 도매금 당하기 십상인데, 그것은 매우 옳지 않다.” 라는 부분에 대한 가장 화끈하고 확실한 일침으로도 강력한 위용을 자랑한다는 점 역시 빠트리기 힘들다.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습관” 을 길러주는 앨범이라고나 할까? 그러한 점은 “Black Sabbath 는 최고의 밴드” 라던지, “모든 헤비한 음악은 고유의 스타일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한 기준으로 쉴 새 없이 새롭게 변화하는, 언제나 혁신적인 장르” 라는 점을 견고하게 만든다. 어찌보면 그러한 인식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Master Of Reality 의 가장 위대한 업적일지도 모르겠다.
- Mike Villain
Into The Vo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