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mpelstiltskin Grinder ? Ghostmaker (2012, Candlelight) Vs Testament ? Dark Roots of Earth (2012, Nuclear Blast)

Rumpelstiltskin Grinder ? Ghostmaker (2012, Candlelight)  Vs Testament ? Dark Roots of Earth (2012, Nuclear Blast)

우리는 Thrash Metal을 왜 듣는가?

혹자는 ‘무자비한 투베이스와 죽일 것 같은 기타리프에서 갑자기 기타솔로로 전개되는 프로그레시브한 구성’, 또 다른 사람은 ‘좆나 때려 죽이니까’ 등 이유도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허나 확실한 것은 Thrash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파괴력과 어느 밴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유의 질주감이 우리로 하여금 Thrash Metal을 듣게 만드는 이유라는 것이다.

Death Metal보다는 덜 달리고, 덜 과격하고, 그냥 Heavy Metal에 비하면 앞 뒤 안보고 달려대고, Heavy Metal과 Hardcore Punk의 접점에서, Thrash Metal은 또 다른 기준점이 되었고 이는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메틀 밴드들이 반드시 기반으로 삼는 사운드가 되며 밴드들 스스로도 자기들의 장르가 무엇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아니, 못하지만) Thrash Metal의 영향에 있음을 꾸준히 밝힌 바 있다.

2000년 이후 좀 많이 등장한 이 ‘계승자’들은 이들이 들어 왔던 선배들에 비해 결코 길지 않은 황금기를 누렸다.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것도 아니요, 접근 방법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준 소위 선조들에 비해 나을 것도 없었기에 (되살린다는 의미, 혹은 복고의 부활이라는 면죄부로 이들의 모자란 송라이팅과 연주력은 꽤 용서 되었다) 이들의 한계점은 다가오고 있었다. 지역을 막론하고 Thrash Metal 밴드들이 이것 저것 시도해 보다가 밴드의 음악을 정립하는 시기인 세 번째 앨범에서 밴드의 최고작들이 터져 나오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어찌 되었건, Reign In Blood나 Master Of Puppets 또한 그 세 번째 앨범 중의 하나라는 것으로 수많은 앨범의 나열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계승자들은 그 반대였다. 많은 밴드들이 음악적 한계에 부닥쳤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룩할 시기에 밴드의 최악의 앨범을 찍어내며 사라져갔다. 그렇지 않고, 좋은 앨범을 아직까지 내는 밴드들 또한 전 세계에 펼쳐져 있으나 되려 주목 받던 밴드들일수록 사라지는 속도가 빨랐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등장에 힘을 얻은 옛날의 용사들이 계승자들을 찍어 누를만한 곡들로 가득한 새 앨범을 내면서 이들의 입지는 좁아져만 갔다. 한번씩 ‘무모한 시도’에 실패했던 이들은 한 데 뭉쳐 옛 추억과 옛날 그대로의 방식, 그리고 젊은이들이 불어넣어준 부활에의 의지를 통해 복귀작 = 또다른 최고작의 공식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었다.

Testament도 복귀한 역전의 용사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경우가 상당히 다르다. 비슷한 성향과 인지도로 비교되는 Exodus가 Force of Habit (1992) 이후로 새 앨범이 전무하던 시절에 이들은 꾸준히 Thrash Metal 앨범을 발표했다. Low (1994)가 팝 메틀이었나? Demonic (1997)이 Nu-Metal같은 앨범이었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도리어 90년대 말, 암울한 시기의 종지부를 이들은 The Gathering(1999)이라는 걸출한 앨범으로 찍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Testament는 우리가 알고 있던 New Order(1988), Practice What You Preach(1989)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들이 택한 것은 원래 이들이 해왔던 사운드였고, 사운드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는 원년의 기타리스트 Alex Skolnick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발표한 The Formation of Damnation은 Testament가 해왔던 길과 앞으로 밴드가 나아갈 길을 모두 담고 있었고, 무엇보다 Thrash Metal 본연의 자세를 담고 있었기에 더욱 더 고무적인 음반이 되었다.

그렇다고 신진 밴드들이 가만히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Thrash Metal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Municipal Waste를 제외하고는 모두 망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이 ‘새로운’ 판에 기대를 할 만한 밴드들은 여전히 있었고, 앨범을 꾸준히 내면서 선배들의 복귀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Rumpelstiltskin Grinder(이하 RsG)도 그 중 하나로, 단순히 Thrash Metal을 되살리는 것이 아닌 Death Metal의 요소까지 끌어온 시도는 앨범을 거듭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졌다. 소매를 잘라낸 청자켓 이라던가 꽉 끼는 청바지 대신 얼굴에 흑백 칠을 하고 Black Metal 혹은 Blackened Thrash를 연주하던 멤버들의 과거를 보면 기타의 Matt Moore는 (미국산 Black Metal의 꼬리표는 떼버려도 좋은) Absu의 멤버고 보컬/베이스의 Shawn Riley는 현재 Woe의 멤버이며 다른 멤버들도 각각 Black Metal 경력이 있다. 이쯤 되면 조금은 색다른 것을 기대해도 좋을 법 하다. 더군다나 2집 Living for Death, Destroying the Rest(2009)에서는 Black/Death Metal에서 좀 더 Thrash Metal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앞으로의 방향을 기대하게 했다.

자, RsG와 Testament가 비슷한 시기에 앨범을 냈다. 한 쪽은 구세대에 밀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신세대 중 하나이며 하나는 완벽하게 재기한 구세대 중 하나다. 비교하면서 들으면 더 즐겁지 않을까? Thrash Metal이라면 앞 뒤 생각 안 하고 집는 분들은 여기까지 힘겹게 읽어오셨으면 그만 읽으셔도 좋다. 둘 다 정말 죽이는 앨범을 내 주셨다. 고마울 정도로.

먼저 RsG는 신작 Ghostmaker에서 기타 리프의 ‘양’에 무게를 더했다. 앨범 내내 아니 한 곡에서도 리프 변용이 끝이 없으며, 한 리프로 밀고 나가는 곡이 거의 없다. 리프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져서, 이전부터 선보였던 Death Metal식의 리프나 Aura Noir의 후기작 같은 Blackened Thrash Metal과도 물론이요, Helmet같은 끊어 치는 그루브한 리프도 잠시 선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리프가 단순 나열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어 전혀 다른 리프가 나올 때 정신차리기 힘들게 하며 듣는 재미도 배가한다.

기본적으로 멜로딕하며 절도 있는 리프는 Destruction을 생각나게 하는데, 미국 밴드지만 멤버들이 전원 Black Metal을 했던 경력이 있기에 Thrash Metal 리프를 짜는데 미국 밴드보다는 유럽 밴드의 영향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Death Metal/Black Metal/Thrash Metal이 적절히 혼합된 질주감 강한 사운드는 Witchery를 생각나게 하는데, Witchery가 미처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치밀한 구성을 해낸 부분에 있어서 상당한 만족감이 들 만 하다.

반면 Testament는 Thrash Metal 그리고 그들의 음악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보여 주었다. Demonic과 The Gathering에서의 방식 대신 복귀 이후 90년대 이전 앨범의 스타일에 Low 앨범에서 영향 받은 어두운 사운드를 기초로 하여 풀어나간 앨범 The Formation of Damnation (2008)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갈피를 제대로 못 잡고 있다고 생각되는 전작에 비해 새 앨범 Dark Roots of Earth는 매우 안정적이다.

부상으로 인해 녹음 중 빠진 Paul Bostaph대신 참가한 Gene Hoglan의 연주력이야 설명을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다양한 리듬을 흐트러지지 않게 소화해 냈고, Eric Peterson이 만든 리프는 군더더기가 하나 없는 가운데 Alex Skolnick은 옛날 Testament에서 팬들이 들어왔던 솔로를 이제야 완벽히 되살려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90년대 말부터 Death/Thrash Metal을 넘나드는 보컬을 보여왔던 Chuck Billy의 노련한 보컬까지, 미리 공개된 곡 Native Blood와 True American Hate를 포함한 초반 4곡은 그루브 있게 리스너를 압도하며 자연히 다음 곡을 기대하게 만들며, 마지막 곡 Last Stand for Independence까지 긴장을 유지한다. Demonic같이 과도하게 그루브에 집착하지 않고 The Gathering처럼 과도하게 옛날 스타일에서 벗어난 Death/Thrash Metal도 아니면서 만족감을 주도록, 그러면서 Formation of Damnation보다 더 고전 지향적이고 직관적인 앨범을 만들어 냈다.

RsG는 결정적으로 이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 Ghostmaker 앨범 전체적으로 대곡 지향이 아니면서도 굉장히 많은 리프가 쓰였고, 이것이 난잡하지 않도록 연결하는 것까진 성공했으나 훅 부분이 미약하다. 다르게 풀이하자면 이 부분이 코러스의 리프인 것 같다 하고 기억은 나는데 그 때의 가사나 보컬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는 보컬리스트의 자질 문제가 아닌 밴드의 성향 문제로서 지난 앨범에서나 이번에서나 가사가 반복되는 코러스 부분은 굉장히 적거나 없다. 리프를 즐기기에는 굉장히 적절하나 후렴구에서 따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적음은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아쉽다고 할 만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코러스 제대로 짜고 옛 선배들의 리프를 복사해서 붙이기만 하다보니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지 못한 밴드들을 생각하면 RsG가 그들보다 수십 배는 낫다.

Testament 또한 옛 스타일을 가져옴과 동시에 옛 실수마저 같이 가져왔다. 소위 ‘달리는’ 곡들은 정말로 바로 머리를 흔들만 하고, 대곡이라 부를만한 Throne of Thorns또한 듣기 좋으나 Cold Embrace같은 곡이 옥의 티다. Low의 Trail of Tears가 생각남과 동시에 흐름을 끊는 것 또한 비슷하게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구성을 취한 이번 앨범에 늘어짐 + 단순 구성이 포함되어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 와중에서도 리프와 멜로디는 또 나쁘지 않아서 더 아쉽다.

결론적으로, 신세대의 밴드는 기존 것의 조합 속에서 자신의 색을 입히기 위한 무던한 노력을,
옛 밴드는 지난 발자취가 ‘답습’이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 수준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이 두 가지를 RsG와 Testament가 각각 보여주었다. Thrash Metal이라는 덕목을 지켜가면서. 참 간단한 덕목인데, 지키지 못하는 밴드들이 많기 때문에 이 두 밴드의 새 앨범이 빛나지 않을까? 이런 앨범이 다른 밴드에게서 또 나올 수 있을까 같은 걱정을 하면서도, CD를 틀면 바로 몸이 반응하면서 머리를 흔들 수밖에 없기에 나는 Thrash Metal을 듣는다.

- Matt Villain


Rumpelstiltskin Grinder – Run Through The Bastards


Testament – Native Bl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