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s Fall – Fire From The Sky (Razor And Tie, 2012)

Shadows Fall – Fire From The Sky (Razor And Tie, 2012)

2000년대 초반 경 Thrash Metal, Melodic Death Metal, Hardcore(Punk)의 좋은 자양분만을 뽑아서 내놓은 밴드들은 Pantera, Metallica의 후계를 자처하며 2012년 현재까지 왕성한, 그리고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New Wave of American Heavy Metal, Groove Metal 등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참으로 여러 가지 밴드들이 각자의 색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것을 하나의 ‘장르’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Thrash Metal을 기반으로 Melodic Death Metal (2000년 당시의 현대화된)의 작법과 연주법, Hardcore 혹은 Metalcore의 요소도 끌어 모은 (혹은 Metalcore 그 자체로 불린) 밴드를 들자면 단연 Shadows Fall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 전에 다른 앨범들도 몇 있었지만 보컬리스트 Brian Fair 가입 이후 내놓은 The Art of Balance (2002)는 ‘새로운 Thrash Metal’로 인식되며 그들의 앨범이 꾸준히 유통되고 한국에 공연을 자주 (내한을 4번 오는 밴드는 절대 흔하지 않다) 오게 하였다.

Thread of Life (2007) 앨범의 실패 이후, (다른 것을 해 보려는 열망이겠지만 차트 성적만으로 보면 이전에 비해 실패다.) Retribution (2009)앨범은 War Within (2004) 에서 보여준 탁월한 멜로디와 저돌적인 Thrash Metal의 조합을 최대한 간직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낯선 모습이 투영되어 있었다. 다소 길고 미디엄 템포 위주의 곡들이 대부분이었고, 싱글컷된 곡들은 그 어느 때보다 후렴구의 보컬라인과 멜로디가 강조되어 있었다. Shadows Fall을 알린 두 장의 앨범 (The Art of Balance, War Within)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진 못하였으나 새로운 길로서 이들의 가장 밑바닥이 될만한 요소는 갖고 가는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는 제대로 보여주었다. The Power of I and I (War Within)같은 강렬한 Metalcore라거나 A Fire in Babylon (The Art of Balance)같은 대곡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이제부터 본론이지만 앞으로 할 이야기가 더 많다. 2012년 새 앨범으로 돌아온다던 Shadows Fall은 과감한 시도를 한다. 멜로딕한 Heavy Metal에 좀 더 중점을 두었던 (음악이 달라졌던) Threads of Life 때도 바꾸지 않았던 밴드 로고를 바꾸고, 딱 하나의 앨범 (밴드 스스로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하고 싶었던 Threads of Life)만 제외하고 그들의 전성기 시절 음반을 프로듀싱하고 믹싱했던 Zeuss 대신에 Killswitch Engage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로도 유명하고, 밴드의 세션 드러머도 잠깐 했으며 기타리스트 Jonathan Donais와 Aftershoc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Adam Dutkiewicz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Adam은 Shadows Fall 1집의 프로듀서였다.) 이정도 되면 10년째 올해는 다르다라고 하면서 같은 결과를 내는 어떤 팀보다는 더 많은 것을 기대할 법 하다.

첫 싱글로 공개된 앨범 타이틀 곡 Fire From The Sky가 미디엄 템포 위주의 전개를 띄어 지난 앨범인 Retribution을 따라가려는 듯싶지만, 후반부의 전혀 다른 전개와 이전보다 더 강조된 코러스는 뭔가 다른 물건이 나오리라는 짐작이 들게 하였다. 앨범 전체적으로 뚜껑을 열어보면 그 예측은 상당히 맞아떨어진다. Thrash Metal 본연의 자세 또는 밴드의 전성기 음악에서 자주 느낄 수 있던 모습, 바로 저돌적인 리프와 무자비한 드러밍이 앨범 전체를 완벽히 지배하고 있다. War Within을 기대하던 사람이라면 반갑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시종일관 달린다. 컨셉 앨범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종말, 혼돈, 암흑기와 이런 어려움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영감을 얻어서 곡을 썼다는 Brian Fair의 설명 그대로, 앨범 사운드는 단연 이제까지 그들이 냈던 어떤 앨범들보다도 어둡고 강력하다. 전작의 War (Bob Marley가 내놓은 동명의 곡에 대한 헌정)의 느낌을 좋아하는 리스너라면 이번 앨범의 모습이 전혀 부담감 없을 것이다. Retribution의 색채를 가진 곡을 굳이 찾자면 유독 러닝타임으로 튀는 Blind Faith로 지난 앨범과의 좋은 비교가 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들이 내놓은 어떤 앨범들보다도 포악한 속도와 리프 가운데서도 코러스의 보컬 멜로디는 유독 강조되어 있다. 때문에 전작의 수록곡과 가장 비슷한 Blind Faith에서도 코러스 부분을 들으면 다르다는 느낌이 들 수 있고, 보컬 배치도 훨씬 다채로워져서 Brian Fair의 부족한(?) 그로울링을 보조해주고 클린 보컬 코러스 역할을 주로 수행했던 두 기타리스트의 보컬은 때로는 메인 보컬을 대신해가며 주고받기를 한다. 보컬이 3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쉬울 정도로, 역할 분담이 좀 더 유연해졌고, 더 풍부한 코러스를 낼 수 있었다.
War Within에서도 이런 곡들이 몇 있었으나, Fire From The Sky에서는 전체적으로 이런 모습을 들을 수 있다. 보컬이 강조된 만큼 Brian Fair의 클린 보컬도 Threads of Life, Retribution을 거치며 일취월장해진 터라 격세지감을 느끼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Fire From The Sky가 속도전 양상으로 밀어붙이는 곡을 10곡 담은 데 비해 러닝 타임은 41분으로 Retribution보다 오히려 4분 가량 적다. 연주곡 이었던 첫 곡을 빼더라도 9곡인데 44분으로 이번 앨범보다 더 길며, 5-6분대의 곡이 4곡 포진해 있던 것에 비해 이번 앨범은 6곡이 3분대고 한 곡만이 6분대이다. 혹여나 Retribution에 지루함을 느꼈거나 좀 더 달리는 Shadows Fall을 원했다면 이번 앨범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전부 장점은 아니다. 머리는 신나게 흔들 수 있는데 반해 단 한번에 리스너를 사로 잡을 수 있는 부분은 조금 떨어진다. 그들의 어떤 앨범이든 항상 (나중에 후회하게 되더라도) 처음에 듣고서 ‘이거다!’ 할만 한 싱글은 항상 있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라 생각할 수 있으나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요컨대, 10곡이 모두 뛰어나고, 달리고, 죽도록 헤드뱅할 수 있고, 코러스때 따라 부르기 좋은 부분도 있는데 그 중에서 탁 튀어나온 하나 (혹은 두 셋)의 곡이 없다. Fire From The Sky 이후에 싱글컷된 The Unknown은 이번 앨범의 성격을 잘 말해주지만, 그 곡보다 좋은 곡들이 깔려 있고 바꾸어 말하면 다른 곡을 싱글컷 해도 비슷한 평을 받을 것이다. 또한 광폭한 리프 / 멜로딕한 코러스의 대비는 효과적이나 자칫 Killswitch Engage나 All that Remains를 따라 했다는 평을 들을 법도 한데, Lost Within에서 이 아슬아슬한 경계를 느낄 수 있다. 정리하면 Shadows Fall은 전성기 시절의 Thrash Metal의 자양분과 최근 두 앨범에서 강조된 멜로디와 완급 조절을 한데 합산하여 만든 앨범을 새 로고와 함께 들고 왔다. 리스너들은 최근작에 가까운 멜로디에 낯설어 할 수 있어도 질주감에 반할 것이며, 끝까지 집중해서 듣고 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것이다. 뛰어난 앨범이며, 좋은 곡이 가득하나 대표곡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Fire From The Sky나 The Unknown을 듣고 감동했다면 꼭 전곡을 들어보길 바란다.

- Matt Villain


The Unkn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