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hate jh – officially, we hate jh (GMC, 2014)

we hate jh – officially, we hate jh (GMC, 2014)

짧고 빠르고 강력하고 날카롭고 공격적인 아이덴티티를 자랑하던 80년대 하드코어 펑크는 음악적으로나 메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부딫혔고, 이 흐름을 주도하는 밴드들의 과감한 밴드 해산을 통해 끝을 맺었다. 그리고 하드코어 펑크의 한계를 본 이 장르의 파이오니어들은 “펑크적인 뼈대” 만을 남겨두고선, 지금까지의 펑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펑크를 시작했다. 미드-슬로우 템포, 프록/포스트락/크라우트 락/재즈-락 퓨전 등 다양한 실험주의적 락 음악의 엑스페리멘탈리즘적 코드에 대한 연구, 이를 바탕으로한 독특한 곡 진행과 연주 패턴, 앰프와 페달에 의한 노이즈/퍼즈 사운드 출력적인 부분에 대한 집착, 분노의 1차원적인 표현력에서 벗어나 내면적이며 자아성찰적인 철학적 깊이의 감성적 표현등이 행해졌고 이러한 하드코어 펑크적 뼈대의 반-하드코어 펑크적 사운드는 “이모셔널한 하드코어” 라는 명칭이 달리기 시작했고, 이는 자연스레 하드코어 펑크의 서브 장르인 이모코어 (Emocore) 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80년대 말이었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오며 이 이모코어에 모던락/인디락/얼터너티브적인 사운드와 고전 기타팝적인 전통이 합쳐지기 시작했고, 점점 더 파퓰러함과 감성적 표현력이 강화 되 펑크적 기타록으로 변해갔다. 하드코어적 요소는 점점 더 없어졌고, 이에 발 맞추어 이모코어는 이모 (Emo) 가 되었다. 그리고 이 이모는 90년대 팝펑크 붐과 그에 합당한 메이저 레이블들의 “10대들을 타겟으로 한 판매 전략” 에 딱 맞아 떨어졌고, 꽤나 음악적으로나 사상적으로나 튼실했던 이모라는 음악을 멍청한 10대들의 전유물로 전락 시키면서 이윤창출의 끗발을 날리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때 되면 사라지는 유행” 에 불과했고 오래가지 못했다. 메이저 레이블들이 현금 서비스 쓰듯 신나게 돈 되는 밴드를 절제없이 메이저로 퍼 올려 이윤으로 만들었기에 이모라는 장르의 이미지는 걸레짝이 되어 버렸고, 그 상태로 죽음을 맞이 할 운명에 처했다. 이모는 처절하게 끝날듯 보였지만, 2010년대 들어서 이모의 황금기인 80년대 말-90년대 초의 음악적/사상적 튼실함의 부활과 음악적 파워업까지 더해 진화를 해 낸 수많은 신예들의 멋진 등장으로 인해 멋지게 부활하는데 성공했으며, 더 나아가 개러지 리바이블에 이어 새로운 음악적 화두로 큰 주목을 받으며 제2의 황금기이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이모코어/이모에 대한 30여년의 역사에 대한 대충의 개념정리다. 이 이야기를 왜 장황하게 꺼내냐고? 간단하다. 이모라는 장르는 한국에서 가장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가장 잘못 알려진 장르이기 때문이며, 이러한 개념정리 없이 이번 리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we hate jh 는 바로 그 처절한 황무지적 바탕에서 태어난 밴드다.

we hate jh 는 이모의 허와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인물이자, 뮤지션을 꿈꾸던 박주현이라는 인물의 1인 프로젝트로 시작 되었다. 이모라는 음악이 The Used, Finch 스타일로만 꽤나 잘못 이해한 사람들, 그리고 이모가 지닌 남다른 감성적 특징으로 인해 꽤나 펑크/하드코어 바닥에서 배척 받았다는 점만을 유독 많이 알고 있던 다이하드 펑크/하드코어 음악을 아는 사람들의 은근한 차별(?), 심지어 이모의 부가적 요소적 사운드의 장르들인 모던락/인디락/기타팝/파워팝 계열의 국내 연주인들 조차 이모를 전혀 몰랐다는 점 때문에 그는 밴드를 하고 싶어도 멤버를 쉽게 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1인 어쿠스틱 밴드로써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다소 슬픈 배경이 we hate jh 의 시작과 함께한다. 그는 솔로 아티스트로써 we hate jh 를 시작, 2012년에 CDR 데모를 DIY 로 발표했으며, 이듬해인 2013년에는 자비를 들여서 제작한 100% DIY 7인치 바이닐 (!!!) EP Demotivation 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EP 가 발표 될 즈음엔 4인조의 밴드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밴드 진용의 2곡짜리 디지털 싱글인 Middle Ground 를 발표하며 밴드로써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밴드 음악으로의 본격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하는데, 2014년 1월에 발표 된 새 EP 이자 한국 최고의 하드코어 레이블 GMC Records 의 깜짝 데뷔까지 성사 해 낸 officially, we hate jh 가 바로 그 대표적인 물건이다.

we hate jh 가 들려주는 이모는 90년대 중반에 메이저 레이블들이 시도한 “이모를 틴에이저들의 취향에 맞춰 어레인지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락스타 제조 & 비즈니스” 직전의, 한마디로 음악적으로나 아이덴티티적으로나 가장 이상적이었던 90년대 초중반의 이모 황금기의 부활적인 사운드를 구사한다. Dashboard Confessional, Texas Is The Reason, Jimmy Eat World, Daphne Loves Derby 와 같은 밴드들이 구사하는 사운드와 일맥상통하는 그것 말이다. 펑크의 가장 파퓰러한 변화상을 그리고 있는 동시에 메이저 기획상품적 사운드와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는 뛰어난 아이덴티티, 감성적 코드의 극대화와 어쿠스틱 취향을 뼈대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펑크적인 템포의 스피디함과 그에 합당한 적절한 에너지의 확실한 존재감, 대중적인 서정미를 표현하고 있지만 팝 음악 특유의 상투적 코드와는 거리가 먼 “펑크적 애티투드에 뿌리를 두고서 표현한 감성적 코드” 의 구사라는 이모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 이모라는 음악의 본질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구사하고 있기에 본토 사운드 구사라는 명제를 넘어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구축하기 위한 여유까지 생기고 있는데, 그러한 여유는 이모 카데고리에만 둘 수 없는 음악적 아이덴티티로 승화까지 이어진다. 기타팝적인 요소의 강렬함이 바로 그 승화 된 아이덴티티이다.

이 앨범의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이모라는 음악을 제대로 구사하면서도, 이모라는 음악 장르에만 묶어 둘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모 음악의 파퓰러한 아이덴티티 구축에 사용 되었던 모던락/인디락/기타팝/파워팝적인 코드의 강한 음악적 깊이가 그렇게 만든다. 이 앨범은 이모 음반이기는 하지만, 기타팝/파워팝 관점으로 바라봐도 굉장한 깊이의 음악성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펑크/하드코어와 기타팝/파워팝의 절묘한 조합을 보여 주었던 텍스쳐인 Husker Du, The Replacements, Sugar 의 모던한 재해석 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의 임팩트를 남기기도 한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송라이팅적인 부분의 극대화를 통해 대단한 발전상을 보여주며 2000년대 펑크 흐름의 한 획을 그은 The Gaslight Anthem, Against Me!, Frank Turner, The Early Novemver, Transit 과 같은 밴드들의 양질의 음악성과도 일맥상통 하다는 점 역시 중요한 이 앨범의 독창성이자 장점으로 맹활약 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모와 파퓰러한 코드의 펑크의 송라이터적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고 자기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감함과 그로 인해 자연스레 탄생되는 서양의 본토 뮤지션과의 놀라운 격차 좁힘은 we hate jh 와 이 앨범 officially, we hate jh 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라 생각된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뮤지션의 음악은 언제나 강하지 않던가? 그러한 뮤지션의 근본적 태도 역시 굉장하다는 점 역시 꼭 언급하고 싶기도 하다.

이 앨범의 곡 수는 단 7곡이다. 디지털 싱글 Middle Ground 는 약간의 리마스터링을 거쳐 보너스트랙 개념으로 다시 실렸고, 새로운 레코딩 4곡 중 2곡은 기존에 솔로 아티스트 시절에 발표한 곡을 밴드 버전으로 재녹음 했다. 진정한 의미의 신곡은 단 2곡 뿐이다. 굉장히 어정쩡한 위치에 놓은 앨범이지만, 놀라울만큼의 음악적 위력이 강한 앨범이다. 이모 황금기의 사운드의 제대로 된 디깅, 이모 카데고리에만 둘 수 없는 양질의 기타팝/파워팝적인 위력, 그와 이어지는 2000년대 싱어송 라이터형 펑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동참, 이러한 부분을 종합하여 탄생되는 이모 리바이블 흐름에 대한 발빠른 가세 등 다양한 장점들이 높은 수준으로 담겨져 있다. 준 메이저 필드 데뷔작이지만, 최고의 음악적 결론과 더불어 현재 미국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까지 한번에 따라가는 무시무시함을 자랑한다. 쉽게 이해하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적 부분의 남다른 강점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완벽에 가까운 데뷔작이다. 이모의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불모지의 땅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완벽한 장르 이해와 구사, 그 카데고리를 넘어선 서양 세계와 견줄만한 느낌의 퀄리티까지 나아간 앨범이 나오다니 가희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 펑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한 앨범이다. 그러한 위대함이 과거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중간 점검적인 EP 에서 나타난다라… 과연 이 친구의 어디까지 나아 갈 것이며, 제작 초기 단계에 있다고 전해지는 풀렝스 데뷔작은 어떠 할 것인가? 설레발은 일단 접어두자. 지금 해야 할 것은 위대한 스타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 위대한 스타트는 officially, we hate jh 라는 이름의 앨범 되겠다.

- Mike Villain


기회주의자 (The Opportu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