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Villains Sound’s Best 30 Albums Of 2013

[연말결산] Villains Sound’s Best 30 Albums Of 2013

30위 : Zodiac – A Hinding Place (Napalm/Prosthetic)
Zodiac - A Hiding Place
–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둠/스토너/슬럿지 사운드의 강세는 여전하다. 그리고 이 장르를 더욱 더 신선하게 만들며 멋진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예들이 고전 블루스, 컨트리, 서던락, 락앤롤을 꽤나 참고하고 있다는 점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다. 그러한 흐름속에 “아예 옛날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등장하고, 괜찮은 음악을 들려주며 재미진 옆가지 치기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한 밴드들 중 올해 가장 빛난 밴드는 독일 출신의 밴드인 Zodiac 이다. 꽤나 묵어 보이지만 변치 않은 진리적 홍키통크형 서던락을 구사하며, 스토너 사운드의 모던함과 완벽한 평행 상승곡선을 그려준다.

Downtown

29위 : Transit – Young New England (Rise)
Transit - Young New England
아이 섀도 떡칠, 검은 고슴도치 머리, 스키니진, 동맥긋기 놀이적인 상업적 이모 (엄밀히 말하면 이모가 아닌 애새끼들용 중2병 자위팝) 가 시원스레 망하자, “모던락의 기타팝적 구조와 감수성을 지녔으며 펑크/하드코어적 애티투드의 긍정적 형태의 멜로우한 변화” 라는 90년대 초중반의 이모의 황금기 아우라는 양질의 신예들과 그 시대의 히어로들에 의해 다시 비범한 부활을 행하게 된다. 그러한 신예들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의, 그리고 가장 먼저 전국구 언더그라운드 히어로 위치를 차지한 Transit 은 말 그대로 “빼 놓을 수 없는 존재” 되겠다. 전작 Listen And Forgive 보다 못하긴 하지만, 진짜배기 이모 음악의 기준의 부활 & 또 한번의 발전을 여전히 보여주는 신작은 올해를 빛내기에 충분하다.

Weathered Soul

28위 : Rob Zombie – Venomous Rat Regeneration Vendor (Zodiac Swan/Universal)
Rob Zombie - Venomous Rat Regeneration Vendor
솔직히 Rob 은 “예전같지 않다” 라는 말보다는 “이제 할만큼 했다” 가 어울리는 행보를 보였다. (음악이나, 영화나 모두!) 더 이상 앨범이라는 패키지의 음악적인 부분을 기대를 가지는것이 어불성설인 이 시점에 그가 낸 신작은 그러한 시선에 침을 뱉는 태도를 보여주는 쾌작이다. Rob Zombie 하면 생각나는게 다 들어있다. 육중한 헤비리프의 댄서블한 꿈틀거림, 그로인해 생성되는 헤비 파티락의 소란미학, 그리고 여전히 빛나는 그만의 B급 호러/스플래터적 유쾌한 엔터테인먼트적 독창성까지 모두 다 말이다. 예전에도 이런거 하지 않았냐고? 허나 이번건 Astro Creep: 2000 이후 최고이며, Hellbilly Deluxe 의 아성을 넘으려는 야심을 가졌고, 그렇다고 생각 될 만큼의 괜찮은 설득력 까지 겸비했다. 음악적인 레벨을 가지고서 말이다. 2013년에 어울리는 힙스터적인 신선함은 물론 전혀 없다. 허나 광란의 파티를 만드는 재주는 100점 만점이다. 이 점도 중요하다. 현재 이런저런 헤비 힙스터가 설치며 “파티” 에 소홀히 하는데… 그게 맞을까? 락앤롤은 원래 파티였다. 그 명제에 가장 어울리는 2013년 앨범이 이거다. 그 점도 이 앨범이 올해의 앨범급으로 뽑힐 이유이기도 하다.

Dead City Radio And The New Gods Of Supertown

27위 : Red Fang – Whales And Leeches (Relapse)
Red Fang - Whales And Leeches
다이하드한 음악으로 통하는 슬럿지/스토너의 고정관념을 박살내는 모던한 밴드, 그와 동시에 블루스, 서던락, 컨트리 등 슬럿지/스토너와 관계 된 모던 고전들의 전통까지 이어나가려는 밴드가 Red Fang 이었다. 이들의 등장으로 최근들어 다소 힘이 부쳤던 슬럿지/스토너의 모던화라는 큰 흐름은 다시 신선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헤비 사운드와 힙스터적 탐구자세의 연동 실패, 현대적 헤비 하드락과 고전적 블루스적 코드의 삐걱 거림은 이들을 마냥 최고의 밴드로 칭송하기엔 좀 그랬었다. 신작 Whales And Leeches 은 그러한 면모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담았다. 노력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별 것 아닌 형태인 “좀 더 락킹하게 표현한다” 를 행했고,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고야 말았다. 그렇다. 슬럿지/스토너의 또 다른 히어로의 완벽한 완성이 이루어진 것이다. 예전도 그러한 평가를 듣기에 충분했다고? 아니다. 지금이 더 낫다. 슬럿지/스토너의 역사의 한 페이지는 이 앨범이 어울린다.

Blood Life Cream

26위 : The White Mandingos – The Ghetto Is Tryna Kill Me (Fat Beats)
thewhitemandingos-tgittkm
Bad Brains 의 베이스 Darryl Jenifer, 뉴욕 언더그라운드 래퍼 Murs, 인디 컬쳐 매거진과 MTV/VH1 에서 활동하기도 한 인물이자 이 프로젝트에서 베이스를 담당한 Sacha Jenkins 의 프로젝트인 The White Mandingos 는 정기적으로 등장하는 “음악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경계선들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격렬히 구사하는 깨어있는 자들의 모임” 의 2013년판이다. 이 세 사람은 랩과 락의 뿌리는 같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 이념하에 두가지를 신나게 섞어댄다. 하드코어 펑크, 얼터너티브 힙합, 밴드 형태의 고전 R&B, 레게/덥이 그 안에서 쉴 새 없이 부딫히고 뒤엉킨다. 예전에도 이런게 있지 않았냐고? 다르다. Odd Future 적인 사운드/애티투드 혁명, Swag & 힙스터적인 면모, Trash Talk 와 같은 인종적 경계를 박살 낸 하드코어 펑크 각광현상, OFF! 로 비롯되는 하드코어 펑크 리바이벌리즘 등이 마구 터져 나오는데 같을리가 있겠는가? 상업적인 부분과 거리를 쌓고, 스트릿 문화적/애티투트적 믹스쳐를 두어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 앨범은 Jimi Handrix, Bod Marley, The Isley Brothers, Bad Brains, Fishbone, Living Colour, Mos Def 에 이은 흑백 음악/애티투드 믹스쳐의 신화를 이어 나가는 명작 그 자체로 이야기 해야만 옳을 것이다.

Warn A Brotha

25위 : Shai Hulud – Reach Beyond The Sun (Metal Blade)
shaihulud-reachbeyondthesun
Shai Hulud 는 지금 생각해도 충격적인 코드의 유니크함을 지닌 헤비니스 밴드다. 메탈릭 하드코어에 감성적인 코드를 집어 넣으며 1차원적인 박살형 밴드가 아님을 보여줬고, 그에 어울리는 격렬한 분노와 섬세하고도 강인한 가사적 철학이 뒤엉켜 독창적인 지적인 밴드 이미지가 더욱 확고해졌다. 여기에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테크니컬 데스메탈과 일맥상통하는 복잡한 구성과 그에 어울리는 연주 테크닉의 구사 & 하드코어적인 변화상을 담는다면? 이야기는 끝이다. 2013년 신작인 Reach Beyond The Sun 은 그것을 한번 더 보여준다. 예전과 달리 스트레이트한 단순함이 주가되어 예전 모습으로부터의 탈피로도 보이지만, 오히려 최종결론은 “단순함 속에 빛나는 복잡한 음악을 구사하는 지성체 헤비니스” 이었고, 이는 Shai Hulud 의 충격적 코드의 유니크함을 더욱 빛내는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도달하게 된다. 그렇게 크게 달라진것도, 새로운 시도도 없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그리고 여전히 신선한, 그리고 여전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명 밴드다운 한장 되겠다.

Reach Beyond The Sun

24위 : Michael Monroe – Horns And Halos (Spinefarm)
Michael Monroe ? Horns And Halos
펑크와 글램을 가장 재미지게 (= 음란하게 & 약물성 넘치게 & 섹슈얼하게 & 천박하게 & 세련되게 등등등…) 섞은 밴드인 Hanoi Rocks 가 80년대의 비극을 극복하고 2000년대에 젊은 친구들을 영입하여 한건 거하게 하고 진정한 의미의 그랜드 피날레를 하고 끝냈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더라. 밴드의 리더 Michael Monroe 가 솔로 프로젝트를 다시금 가동 시키며 그 재미를 또 한번 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재미의 강도가 남다르다. 펑크, 글램, 락앤롤, 블루스의 혼합체 외에는 나올것이 없다는건 다들 알고 있을거다. 그렇게 또 한번 재탕을 행했다. 그러나 터프함이 다르다. Hanoi Rocks 의 2000년대보다 더욱 더 강렬한 스트레이트함과 에너지를 가지고 돌아온 이 앨범의 강렬한 임팩트는 다르다. 강렬함만 있는가? 아니다. 70년대부터 시작되어 계속해서 최고봉을 기록한 Michael 선생 특유의 퇴폐 락앤롤 노하우도 동시에 터진다. 회춘 그 자체다. 예상범위 보다도 더 강렬한 회춘이다. 아니 뽑을수가 없는 한장이다.

Ballad Of The Lower East Side

23위 : The Story So Far – What You Don’t See (Pure Noise)
The Story So Far - What You Don't See
펑크 카데고리 내/비-펑크 장르 등 여러 타 장르와 음악적/문화적/공연적으로 교류하며 지금까지의 팝펑크 공식과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구사하는 수많은 신예들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뭘 의미하긴! 새로운 팝펑크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것이지! 2013년에도 그 열기는 이어진다. 그리고 그 열기를 주도한 초특급 신성 밴드인 The Story So Far 의 두번째 앨범 What You Don’t See 의 강세는 2013년을 결산하면 절때 빠질수가 없다. 80년대 하드코어 펑크에서 시작되어 계속 이어진 팝펑크 특유의 정통성, Jawbreaker, Lifetime, 7 Seconds, Jimmy Eat World, H2O 등 수많은 펑크 자매품적 장르인 이모, 멜로딕 하드코어적 요소들의 과감한 도입, 다양한 템포로의 구사, 깊은 감성과 역동적인 펑크/하드코어적 에너지의 아우라 동시 발산 등, 데뷔작에 이은 굉장함이 다시 한번 터져 나온다. “팝펑크의 패러다임 대변화” 이자 “새로운 팝펑크 시대의 쾌작” 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으며, 팝펑크의 2013년을 대표하는 한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면모는 올해 가장 빛나는 순간들 중 하나인 것이다.

Empty Space

22위 : Pure Love – Anthems (Vertigo/Mercury)
Pure Love - Anthems
Gallows 의 미치광이 보컬리스트 Frank Carter, The Hope Conspiracy 와 The Suicide File 에서 기타를 친 바 있는 Jim Carroll 이 합심하여 새 프로젝트를 결성 했다는 점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지만, 그들이 모여 하고자 한 음악이 무려 “팝락적 요소에 포커스를 맞춘 음악” 임이 드러나자 꽤나 우려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지극히 메이저 기타팝적인 음악을 들려주며 많은 이들을 황당히 하였지만, “팝락” 이 지닌 상업적 꼼수로 중무장한 속물적 음악과는 거리가 먼 결론을 냈었다. “Bon Jovi 에 대한 90-2000년대 펑크/하드코어에 대한 응답” 이라고 할 정도로 양질의 기타팝의 모범을 제대로 보여 주었으며, 그러한 대중적 사운드에 펑크/하드코어적인 애티투드를 꽤나 잘 끼워 맞추며 애티투드적 뿌리를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의미의 “대중적 음악” 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70 펑크의 싱어 송 라이터적인 요소, 90 UK 모던락적인 요소, 모던한 사운드와 빈티지한 악곡 스타일의 공존 등 다양한 부가 요소들이 합세하며 앨범을 더욱 더 “뻔한 음악” 이 아니게 만들기도 했다. 온갖 해괴망측(?) 한 시도가 판치는 2013년이라는 시기에 어울리지 않는 구닥다리 제조법의 앨범이라 평가가 세간의 평가는 좀 짠 편이다. 허나 구닥다리의 다른 표현법인 “영원한 진리” 로 승화되어 영롱한 광채를 발휘하는 앨범이지 않던가? 명작의 평가기준은 매년 바뀐다. 그래도 그 기준을 부수는 구닥다리형 명작은 꼭 나온다. 그러한 친구들 중 2013년은 Pure Love 가 책임진다.

Bury My Bones

21위 : Man Overboard – Heart Attack (Rise)
Man Overboard - Heart Attack
2010년대 들어서 팝펑크는 수많은 펑크 서브 장르들과 비-펑크 장르들의 요소를 끌어 당기며 예상하기 힘든 스타일로 돌연변이적 변화를 계속 해 나가고 있다. Man Overboard 도 그러한 밴드다. 얼핏 들으면 The Get Up Kids 에 스케잇 펑크적 스피드를 강화한 별 것 아닌 음악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허나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뛰어난 기타팝 제조 능력, 90 이모와 팝펑크의 다양한 스타일로의 구사, 2000년대 중후반부터 크게 등장한 팝펑크 내의 싱어송 라이터적인 기질 발휘, 90년대부터 2010년까지의 다양한 팝펑크의 변화상의 고른 총정리와 혁신화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장 성실한 음악적 내면성을 뽐내는, 외유내강의 모범답안과도 같은 앨범 되겠다.

Where I Left You

20위 : Coliseum – Sister Faith (Temporary Residence)
Coliseum - Sister Faith
80 하드코어 펑크와 Motorhead 부터 시작 된 러프-스피드 락앤롤과의 퓨전으로 정통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 주었던 Coliseum 은 자신들의 첫번째 음악적 여정이 끝나자마자 바로 과감하고도 무모 해 보이는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다. 하드코어와 락앤롤 퓨전을 뼈대로 한 채, 포스트 펑크, 포스트 하드코어, 엑스페리멘탈리즘, 아방가르드, 아트 펑크, 힙스터 성향 개러지 락 등 다이하드적 사운드의 아이덴티티와는 거리가 먼 예술적 성향의 락 밴드로 거듭나려 했던것이 그 노력이다. Sister Faith 는 바로 그 여정의 완결편이다. Black Flag, Motorhead, Wire, Buzzcocks, Pere Ubu, The Gun Club, Big Black, Flipper, The Strokes 가 뒤섞인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공격성과 예술성이 공존하는 2010년대형 사운드의 대 소용돌이 앨범이란 말이다. 다이하드 하드코어 펑크 팬들에게서 존중을 모두 잃고, 힙스터 세력들의 과도한 사랑을 받으며 밴드의 아이덴티티는 안드로메다로 떠났지만, 솔직히 음악적인 개성과 깊이는 남다르디 남다르다. 인정 할 수 밖에 없다.

Black Magic Punks

19위 : Pelican – Forever Becoming (Southern Lord)
Pelican - Forever Becoming
Isis 와 더불어 하드코어 팜에서 둠/슬럿지/드론 메탈을 시도한 밴드, 그와 동시에 메탈/하드코어와 포스트락을 접목 시킨 돌연변이적 서브 장르 “포스트 메탈” 의 선두주자인 Pelican 의 거침없는 변화상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이들은 우연찮게 Isis 와 사운드적 스타일이 겹쳐지고, 둘 다 똑같은 각광을 받자 먼저 나서서 자신들이 만들어 논 대단한 과거를 버리기 시작했다. 90 노이즈 락-프로토 그런지-퍼즈톤 리바이블에 대한 연구와 자기화를 통해 Isis 와 완벽히 차별되는 Pelican 만의 개성을 확보하고야 말았고, 본작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좀 더 재미진 느낌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드느냐에 대한 유지보수를 행한다. 거대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들기 위한 치밀하고도 섬세한 저속주행은 전작에서 서서히 퇴출 되었다면, 본작은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변화 무쌍한 연주 패턴, 그것을 잘 살리기 위한 선굵은 캐치함까지 두루 구비하며 더더욱 과거에 대한 정리 해고를 행한다. 대모험 처럼 보이지만, 3-4장의 앨범과 EP 들에서 이미 치밀하게 준비하던 그것 말이다. 결과는? 대성공 그 자체. 포스트 메탈의 고정관념 파괴 &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Mogwai 후기작의 캐치한 흐름에 대한 메탈/하드코어 필드의 동참이라는 설레발을 조금 떨고 싶을 정도로 임팩트 했다.

Deny The Absolute

18위 : Melt-Banana – Fetch (A-Zap)
Melt-Banana - Fetch
80년대 말-90년대 중반에 일본 도쿄에 등장, 패스트코어와 그라인드코어에 버금가는 격렬함과 더욱 더 공격적이고 기괴한 구성과 노이즈 제조에 매진하며 노이즈 음악씬에 큰 충격을 주었던 Melt-Banana. 아주 왕성하게 활동하는 밴드는 아니라 그 존재감이 크게 보이진 않지만, 조용히 내 놓는 앨범마다 굉장한 독창성을 들려 주기에 “꾸준한 거장” 으로 불리고 있는 중이다. 2013년작 Fetch 역시 이들만의 전통을 이어간다. 이들이 만들어 낸 노이즈-하드코어 퓨전을 2000년대 케이오틱 하드코어/매쓰코어/테크메탈 사운드로 개조, 광기의 신진 밴드들과 맞장을 떴던 혁신만점의 앨범 Cellscape 에서의 모습, Cellscape 이전에 행한 이들만의 프로토 노이즈-패스트코어-그라인드코어 전통성에 대한 복습과 개조, 그리고 최근작 Bambi’s Dilemma 에서 보여 주었던 하드코어 펑크 뿌리에서의 노이즈 코어적 시도 등 지금까지 행한 것들을 차근히 복습한다. 허나 그 어떤 앨범과는 닮지 않았다는 느낌을 한번에 전해주는 이 앨범만의 요소도 충분히 만들어 냈다. 온갖 미친 헤비니스 앨범들이 수없이 등장한 2013에도 “이들만의 괴이한 재미” 는 여전히 먹어준다.

Infection Defective

17위 : Kvelertak – Meir (Roadrunner)
Kvelertak - Meir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좀 더 레트로 락앤롤의 요소를 강하게 했을 뿐이오, 데뷔작의 답습을 과도하게 행했다. 솔직히 어마어마 했던 데뷔작의 명성에 어울리지는 않으며, 새 앨범다운 “업그레이드” 가 거의 없다. 그래도 이들의 괴물같은 퓨전 메탈은 여전히 올해의 한장으로 거론하기 충분하다. 스피드에 미친 고전 하드락과 70 레트로 펑크 & 80 하드코어 펑크, 정통 헤비메탈, 쓰래쉬, 크로스오버, 블랙메탈 등 수많은 장르가 한방에 엉켜있고, 심지어 현재 하드코어씬에서 행하고 있는 모든 기괴한 퓨전 공식의 섭렵한다. 50년대 부터 2010년대 까지의 모든 종류의 장르와 그 시대안에 있었던 매니악한 서브 장르-퓨전까지 행하는 덕후 메탈의 최고봉 Kvelertak 은 아무런 발전이 없어도 아직도 먹어준단 말이다. 부잣집 망해도 10년 간다는 말이 있다. Kvelertak 은 20년은 갈 듯 하다. 그리고 신보는 전작만큼 아니지, 망한 레벨도 아니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는 괴물일 뿐이다. 한 해를 빛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M?nelyst

16위 : The Veggers – Survival Of The Fittest (Self-Released)
The Veggers - Survival Of The Fittest
락 음악 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의 수준이 딸려있는 문화 후진국 한국에서 락앤롤과 펑크 좀 재미지게 해보겠다며 등장한 밴드인 The Veggers. 허나 이 앨범은 어마어마한 쾌감을 터트려주는 괴물같은 데뷔 앨범이다. 80 하드코어 펑크와 개러지 락앤롤의 거친 요소들만 집중적으로 파 내려간 이 앨범의 쾌감은 올해 그 어떤 해외 명작들보다 더욱 뛰어나며, 그것을 각기 다른 스타일의 곡 제조를 통한 종합 선물세트같은 뛰어난 구색과 어린 나이에도 범상치 않은 연주 실력까지 더해지며 음악적인 부분에도 우습게 볼 수 없는 다양한 대견함을 보여준다. 펑크와 락앤롤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들 역시 60년대 부터 2010년대까지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그리고 꽤나 꼼꼼하게 빠짐없이 구사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다. 당신이 알고 있는 펑크와 락앤롤의 대명사 밴드들의 거친 묘미가 이 한장에 다 들어 있다는 말로 설명이 끝난다. 경이로운 데뷔작이자, 한국 락 역사의 한 페이지에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괴물같은 앨범 되겠다.

15위 : Terror – Live By The Code (Victory)
Terror - Live By The Code
메탈릭 하드코어라는 장르는 더 이상 절대 새로워 질 수 없다. 이 사운드는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한, 다이하드한 장르이기 때문이며, 그러한 행동강령 안에서의 긍정적 음악적 변화상은 이미 Cro-Mags, Madball, Sick Of It All, H2O, Hatebreed 와 같은 대명사 밴드들에 의해 이미 충분히 구현 되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새로움 창출의 가능성은 희박하고, 지겹다는 관점의 상승은 당연한 장르가 되었다. 다이하드한 장르답게 말이다. 그러나 Terror 의 신보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개박살낸다. 파격적인 음악적 시도는 전혀없다. 2000년대 메탈릭 하드코어의 대명사라는 타이틀을 절대로 내려 놓지않는, 챔피언과도 같은 터프함을 이번 신보에서 연신 터트려댄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은 하드코어와는 다르다. 스피드, 그루브, 헤비함을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앨범은 Terror 하면 생각나는 터프한 다이하드 메탈릭 하드코어 그 자체인 동시에, 그 장르가 지닌 지겨움과는 먼 신선함으로 가득찼다. 화끈하지만 영악한, 이율배반적인 명작이다. 이 장르는 지겹다. 하지만 Terror 는 여전히 신선하다. 예상 범위보다 훨씬 신선하다. 그것도 모두가 다 아는 한정된 음악적 재료를 가지고 말이다. 올해 꽤 놀랄만한 껀수 그 자체 되겠다.

Live By The Code

14위 : 투견 – 죽일까 살릴까 (Mirrorball)
투견 - 죽일까 살릴까
둠/스토너/슬럿지 사운드에 대한 쉴 새 없는 혁신은 2013년에도 메탈씬 최고의 화두로써 큰 역활을 해 내고 있다. 이는 솔직히 말해서 물건너 서양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상심감은 2013년에 깨어지고야 말았다. 예상치 못한 신예 밴드이자, 한국 메탈 태동기와 전성기를 겪은 바 있는 베테랑들의 새로운 밴드인 투견의 앨범인 죽일까 살릴까가 발매 되었기 때문이다. 다이하드한 메탈 장르 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는 둠/스토너/슬럿지 사운드 특유의 독한 컬트함을 잘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러한 컬트함이 가져서는 안될것만 같은 모던 메탈의 다양한 요소들의 시도, 그리고 그 두가지의 놀라우리만큼의 공존은 해외의 둠/스토너/슬럿지의 혁신적 변화상에 비교 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메탈 음악과 전혀 어우러 질 수 없을것만 같은 타령, 민요, 판소리, 트로트 등의 다양한 한국 전통 가요적 음색과 사상이 기가 막히게 동기화 되면서 만들어 지는 오리엔탈적 오리지널티까지 더해지면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까지 나아간다. 이렇게 동양적 필과 애티투드가 동시에 작렬하는 스토너/슬럿지 메탈이 있었던가? 없다. 올해의 앨범급인 것이다.

오메

13위 : Toxic Holocaust – Chemistry Of Consciousness (Relapse)
Toxic Holocaust - Chemistry Of Consciousness
Municpal Waste 와 더불어서 쓰래쉬 리바이블을 선도한 밴드인 동시에 크러스트 펑크-스트릿 펑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굉장한 희소성도 가졌지만, 너무나도 음악적 레벨이 딸려서 다이하드 펑쓰/메탈들의 열렬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영 좋지 않은 느낌의 밴드였던 Toxic Holocaust… 그러나 전작인 Conjure And Command 에서 보여준 엄청난 음악적 발전도는 쓰래쉬 리바이블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있어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 했었다. 2013년 신작 Chemistry Of Consciousness 에서도 그 충격을 이어간다. 조금 색다르게 말이다. 펑크/하드코어 뿌리의 쓰래쉬에서, 쓰래쉬 뿌리에 하드코어 펑크를 응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이는 밴드의 2막을 알리는 동시에, 커리어 하이이기도 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Metallica, Megadeth, Exodus, Testament 의 데뷔작에서의 멋진 객기의 노스텔지어 까지 자아낸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더욱 더 쓰래쉬 메탈 특유의 컬트한 쾌감을 진하게 이끌어 낸다는 점도 이 앨범의 무서운 장점이기도 하다. 한풀 꺾였던 쓰래쉬 리바이블의 열기를 이어가는 앨범으로도 중요한 한장이며, “원조는 다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명작 되겠다.

Acid Fuzz

12위 : Lost Society – Fast Loud Death (Nuclear Blast)
lostsociety-fld
2013년 메탈씬의 여러가지 특징들 중 임팩트한 한가지는 누가 뭐래도 “쓰래쉬 리바이블의 위기 극복” 일 것이다. 쓰래쉬 리바이블은 누가봐도 너무나도 빠르게 이슈화 되었고, 그에 발 맞추어서 음악적으로 고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이러한 우려는 쓰래쉬 리바이블을 주도하던 밴드나 후발주자들이나 할것 없이 3-4번째 앨범에서 음악적 기력이 쇠해 버리는 모습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재밌게도 그러한 성향은 2013년 들어서 발표 된 이런저런 밴드들의 수작 앨범들을 통해서 빠르게 개선과 극복을 행하고 있는 중인데, 올해 그러한 분위기를 리드하는 밴드인 Lost Society 의 존재감은 매우 남다르다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쓰래쉬 리바이블 신예들의 단점인 “완성되지 않은 음악성” 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들은 완벽한 모습의 앨범 Fast Loud Death 한장으로 모든이의 말문을 닫아 버리고야 만다. 쓰래쉬 메탈 태동기의 격렬한 객기를 앞세워 신나게 달려대지만, 그 뒤에 교묘하게 숨겨진 뛰어난 곡 제조 능력과 연주 흐름/배분과 같은 음악적 요소들의 강점도 보여주는, 한마디로 쓰래쉬 메탈의 역사속의 다양한 특징과 장점들을 극단적으로 끌어 낸 앨범 되겠다. 핀란드 출신 쓰래셔라는 독창성, 첫 데뷔작이라는 점, 메이저 메탈 레이블 Nuclear Blast 의 폭풍 픽업을 당했다는 점, 20대 초반의 매우 어린 밴드라는 점도 이 앨범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진정한 의미의 쓰래쉬 리바이블 후발주자 아이콘이라 평해야만 할 듯.

KILL (Those Who Oppose Me)

11위 : KEN Mode – Entrench (Season Of Mist)
KEN Mode - Entranch
캐나다 출신의 KEN Mode 는 Isis, Pelican, Mastodon 과 같은 모던 둠/슬럿지 계열 사운드의 밴드들에 비해서 큰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비범한 개성 하나만큼은 굉장했던 숨은고수 or 평가절하 밴드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그와 동시에 결정타적인 앨범 한개가 없던 밴드라는 한계성도 가지고 있었다. 여하간 2013년 신작이자 다섯번째 앨범인 Entrench 은 그 한을 푸는 앨범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호평을 얻으며 한을 실제로 풀기도 했다.) 이들의 사운드적 뼈대는 이런저런 명 밴드들에서 이미들 경험 해 보았을 것이다. 둠/슬럿지 사운드를 뼈대로 하여 포스트락, 프록, 90 노이즈락, 다양한 엑스페리멘탈리즘 사운드로의 접목과 어레인지, 그에 어울리는 테크니컬한 연주력 표출 말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재료는 비슷하되, 최종적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결과물은 그 어떤 밴드와 다른 것을 보여주는, 허를 찌르는 앨범이다. 둠/스토너 & 포스트 메탈 사운드의 기본과는 다른 하드코어 펑크적 느낌의 스트레이트한 질주감, 그 질주감과 어울리는 굵직한 캐치함, 시원시원한 진행에 어울리게 얹은 리듬과 리프 위주의 테크닉함, 그로 인해 탄생되는 매쓰코어/테크메탈적 색채 등, 예상치 못한 것들이 꿈틀대고 섞여댄다. 곡들이 진행되며 발견되는 어디서 들어 봄 직 했지만 결국 예측 불가능한 사운드의 매력은 극을 향한다. “해드뱅과 슬램에 어울리는 지적인 헤비니스” 라고 말하면 될까? 여하간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개성과 지적인 재미와 파괴적인 쾌감이 공존하는 앨범 되겠다. 이로써 KEN Mode 역시 재야의 밴드에서 대가 밴드로 클래스 체인지가 완성 되었다. 그렇다. 출세작이다.

Counter Culture Complex

10위 : Balance And Composure – The Things We Think We’re Missing (No Idea)
Balance And Composure - The Things We Think We're Missing
돈이 좀 된다고 판단되자 마자 행해진 메이저 레이블들의 판매 전략/판촉 행사로 인해 장르 이미지가 망신창이가 된 이모 (Emo) 라는 장르는 그대로 쓰레기 장르 취급 당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 버릴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보였다. 이모라는 장르가 “비난받을 장르가 아님” 이라는 명백한 사실이 있어도 말이다. 허나 2010년대에 들어와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채 끝나 버릴 이 장르는 범상찮은 실력, 그리고 제대로 된 장르의 이해와 그로 인한 제대로 된 아이덴티티 구축을 행하는 언더그라운드의 비범한 신예들의 꾸준한 등장으로 인해 놀라울 만큼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2013년에 발표 된 Balance And Composure 의 두번째 앨범인 The Things We Think We’re Missing 은 이모라는 장르의 회복세를 제2의 전성기적인 이미지로 바꿔 놓고야 만, 이정표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하드코어 펑크가 스피드와 분노를 버리고 치밀한 보컬/연주 구성의 구축과 가사 표현력의 깊이를 탐구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펑크의 아트락/엑스페리멘탈리즘 탐구인 이모코어 (Emocore), 그리고 그 이모코어가 기타팝/모던락/인디락을 만나며 더욱 대중적으로 변화하던 이모 (Emo), 그리고 그 변화상에 존재하게 된 펑크/하드코어의 예술적, 싱어 송 라이터적, 얼터너티브 & 힙스터적 이미지의 확보라는, 정확히 말해서 이모코어-이모의 황금기인 80년말-90년대 초중반의 그 혁신적 펑크 사운드의 바이브를 다시 살려 냈기에 그러하다. 게다가 이들은 그 위대한 시절의 부활로만 끝나지 않는다. 더욱 더 예술적으로, 더욱 더 장르 탐구자적으로, 더욱 더 앰프적 음향효과 탐구자적으로, 더욱 더 대중적으로, 더욱 더 혁신적으로 변화하려는 야심도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앨범인 본작에서 소박하고도 야심차게 그 야심을 실행에 옳겼고, “혁신적 발전” 이라는 두 글자에 어울리는 모습까지 나아갔다. 이모의 어제, 그리고 미래, 그리고 이미지 개선 & 저변확대라는 부가적 요소까지도 해냈다는 점도 있다. 이는 올해 가장 범상찮은 흐름이었다. 이 앨범만의 가치고 높고, 새로운 시대를 리드하는 의미로의 가치도 높다. 앞으로 이모가 상상치 못한 아트락적 위치를 차지한다면, 이 앨범은 신화가 될 것이다. 그럴 잠재능력이 있는 앨범 되겠다.

Reflection

9위 : Carcass – Surgical Steel (Nuclear Blast)
Carcass - Surgical Steel
익스트림 메탈 역사상 그 어떤 밴드들 보다 다방면으로 앞서 나갔던 밴드이자, 너무 앞서 나가서 자멸하고 말았던 밴드, 그리하여 쉴 새 없이 러브콜을 받아왔던 Carcass 가 2013년에 새 앨범을 17년만에 발표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야기는 끝난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Carcass 는 어떤 앨범에서도 그 시대상의 평균보다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냉정한 평가기준을 뛰어넘는 대단한 무언가를 한웅큼 만들어 내는 밴드였고, 그것을 한번 더 발휘함에 있어 일말의 의문도 생기지 않는 밴드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그러한 것들이 행해지는 앨범이다. 그라인드코어 시절의 Carcass, 모던 익스트림 메탈 시절의 Carcass 를 모두 행하고 있으며, 그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어떻게 부활을 할 것인가에 대한 예상범위를 초월하는 대단한 요소들의 다양한 범람은 그 강렬한 음악적 색채만큼이나 위협적이다. 과격한 맛에 듣는 재미, 정교한 맛에 듣는 재미, 앞서 나가는 맛에 듣는 재미, 그저 그라인드코어나 모던 익스트림 메탈로 간단히 카데고리 할 수 없는 밴드적 재미 등 수많은 평가 기준들을 무난하게 해치운다. 예상 범위 이상, 그보다 더 이상으로 말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다. 메탈의 신이 만든 앨범이라 생각하고 찬양하면 된다.

Unfit For Human Consumption

8위 : Tom Keifer – The Way Life Goes (Merovee)
Tom Keifer - The Way Life Goes
저질 하드락/헤비메탈에 대한 과도한 세일즈 기획으로 인해 이미지가 이만저만 개판이 아니었던 헤어메탈 시대에 등장, 별 반 다를것 없이 보였지만 미국 서던락/블루스/컨트리/하드락에 대한 다양한 전통에 대한 깊은 탐구와 혁신적인 변화상을 시도하며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헤어메탈 밴드라는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했던 Cinderella 는 레이블과의 불화로 인해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앨범을 발표하지 못하며 비운의 밴드로 남아 버리고야 말았다. 허나 그 Cinderella 의 보컬리스트인 Tom Keifer 의 첫 솔로 데뷔작은 그러한 생각을 다시 한번 재고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야 마는 엄청난 음악적 파워를 보여준다. Cinderella 시절에 보였던 서던락/블루스/컨트리/하드락에 대한 애정어린 탐구와 이 시대에 맞는 재해석 이라는 방법론에는 큰 변화가 없다. 허나 그는 8-90년대식 재해석만으로 끝내지 않고, 2013년에 어울리는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으며 모든 이들을 놀래킬 만한 예상 범위 이상의 혁신을 만들어 내고야 만다. 올드한 색채의 락앤롤도 많지만, 2010년대에 어울리는 메인스트림 포스트 얼트락 밴드가 구사 하는듯한 모던한 색채의 시도와 자기화는 이 앨범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또한 나날히 힙스터적인 예술 장르로 변화하고 있는 락앤롤-컨트리-서던락에 대해 매우 올드스쿨 블루스맨으로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며 한방 제대로 뭔가를 보여 줬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올해 가장 정통적이면서도, 올해 가장 예상치 못한 모던함이 살아있는, 그러한 앨범 되겠다.

Solid Ground

7. Sepultura –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Nuclear Blast)
Sepultura -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다시 생각 해 보면 Sepultura 의 생존은 기적에 가깝다. Max Cavalera 가 밴드를 떠났고, Roadrunner 에서 바로 짤렸으며, 미국 시장에서 1000장도 못 채우는 발매 첫주 세일링을 기록하는 처지까지 전락 했지만, 그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7장의 앨범이나 냈다는 사실을 상기 해 보면 말이다. 그 기적에 가까운 인상은 “생존력” 이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해는 그 기적의 기준이 “음악 실력” 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Max 에 빈자리에 Andreas Kisser 가 중심축을 잡고, 나머지 멤버들이 그를 백업 해 주는 형태로 다시 활동에 들어가고 앨범 장수가 하나 둘 쌓일때마다 그럴리 없을것 같은 Sepultura 의 음악적 실력과 개성의 파워업은 차근차근 이루어졌다. 그리고 올해 발표 된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에서 밴드는 그 파워업이 핵폭발로 이어지는 순간 그 자체 되겠다. Arise 시절로 대표되는 스피드 쓰래쉬의 격렬함의 부활, Roots 앨범으로 대표되는 스피리추얼한 성향의 모던 헤비 그루브, Dante XXI 로 대표되는 포스트-Max 시절의 색채가 가장 폭발적으로 살아 났으며, 뛰어난 밸런스로 뒤엉켜 그 어떤 앨범과도 다른 이 앨범만의, Sepultura 만의 개성을 구가하게 되었다. 밴드는 야수와도 같은 모던 쓰래셔인 동시에, 쓰래쉬를 바탕으로 한 엑스페리멘탈-아트 메탈적 밴드로의 오리지널리티도 가지게 되었다는 점도 놀라우며, Max 에 비해 처절할 정도로 평가절하 당한 Andreas 와 Derrick Green 의 포텐셜 대폭발 & 신예 드러머 Eloy Casagrande 의 어마어마한 드러밍과 같은 테크니컬적 완벽함이 더해지며 이 앨범의 놀라움은 극을 향해간다. 메탈 역사에 길이 남을 대성장이자, 가장 화려한 메탈 복수극 그 자체 되겠다. 더 이상 Max 없는 Sepultura 를 우습게 보지마라.

The Vatican

6. Alkaline Trio – My Shame Is True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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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펑크, 호러, 고쓰, 파워팝, 신쓰팝의 매력적인 믹스쳐를 보여주는 팝적인 펑크락 밴드 Alkaline Trio 는 놀랍고도 꽤나 흥미로운 말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팝펑크, 호러, 고쓰, 파워팝, 신스팝의 믹스쳐 작업이 완벽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앨범들을 내 놓을때 밴드는 이미 5장의 앨범을 내 놓고 있었고, 이는 “더 이상 좋은 곡을 만들기 힘듬” 이라는 자연스러운 능력과 열정의 하락세와도 이어졌다. 놀라운점은 그러한 생각이 들 때부터 사운드적인 변화는 별로 없지만, 예전 앨범보다도 더욱 더 뛰어난, 그리고 사운드적인 변화와 혁신이 없어도 예전 앨범들보다 더욱 혁신적이지 않나 착각하게 만들 정도의 앨범들을 조용히 하나 둘 찍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통산 8번째 앨범 My Shame Is True 는 그러한 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이로운 앨범이다. 경쾌한 80-90 팝펑크를 기반으로 고쓰, 씬스팝, 파워팝, 모던락, 얼터너티브를 적절히 섞어 낸다는 점은 여전하다. 허나 예전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혼합물과는 달리, 화학작용으로 인해 탄생 된 하나의 새로운 고유명사적 사운드 물질로 느껴 질 정도까지 응집 되었다는점, 그리고 그것을 장황하게 표현하지 않고 2-3분대에 매우 담백하고 심플하게 표현 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싱어 송 라이터가 생각 날 정도의 깊이를 자랑한다는 점은 예전의 앨범들과는 다르다. “팝펑크가 기타팝적으로 극단적으로 발전 되었을때 최고의 결론인 이것이다” 라고 말해야만 할 정도다. 펑크로 위대한 뮤지션의 경지까자 올라선 Elvis Costello 이후 최고의 밴드이자 최고의 앨범이라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I Wanna Be A Warhol

5위 : Frank Turner – Tape Deck Heart (Xtra Mile/Interscope)
2010-17
하드코어 밴드의 프론트맨인 Frank Turner 가 샤우팅을 그만두고 어쿠스틱 기타를 잡고서 나지막한 흥얼거림을 시작 할때만 하더라도 펑크락 역사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허나 앨범수가 한장 한장 쌓여가자 분위기는 급반전 되었고, 결국 이 영국 사내는 올해 발표한 5번째 앨범을 기점으로 메이저 데뷔를 하게 된다. 그 작품인 Tape Deck Heart 은 펑크락 역사의 소박하지만 강력한 진동을 자랑하는 지각변동이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포크/컨트리 기반의 상큼한 90-2000년대 기타팝을 구사하는 가운데 펑크락 특유의 사운드와 메시지/애티투드를 동기화 시키려는 그의 조용하고도 비범한 노력은 본작에서 최고조에 이르른다. 뛰어난 펑크/기타팝 제조 능력은 Elvis Costello 의 젊은 환생임을 바로 인지하게 만들며, 그러한 상큼한 사운드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메시지와 격렬한 분노와 욕설조의 놀랍고도 근사한 공존은 펑크가 어쿠스틱 & 팝 음악이 되어도 충분히 날선 아이덴티티를 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예 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듣고 즐기는데 있어서 너무나도 딱인” 코드의 대중적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의 자연스러운 첨부는 놀라움을 더해간다. Evlis Costello, Bob Dylan, The La’s, The Clash, Black Flag, Dashboard Confessional 의 사운드와 애티투드가 공존한다는 경이로움, 그리고 그것은 매우 뛰어난 엔터테인먼트이자 상품으로 잘 어레인지한, 이상과 현실에 완벽에 한없이 가까운 명작 되겠다.

The Way I Tend To Be

4위: Power Trip – Manifest Decimation (Southern Lord)
Power Trip - Manifest Decimation
너무 빠르게 화제가 되어서인가? 쓰래쉬 리바이블은 이제 색안경부터 끼고 봐야만 하는 장르이자 사조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올해 들어서 빠른 화제성 확보에 비해 음악적 성장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쓰래쉬 리바이블 밴드들이 놀라운 신보를 내 놓았다는 점,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형태의 쓰래쉬 신예들이 꽤나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긍정적 흐름의 최상단에 바로 이들, Power Trip 이 존재한다. 3장의 EP 를 통해 워밍업을 끝내고 발표한 대망의 첫 풀렝스 앨범 Manifest Decimation 은 쓰래쉬 리바이블을 논하는데 있어서 1-2위를 다툴 정도의 무시무시한 앨범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베이 에이리어 쓰래쉬 특유의 고전 메탈과 하드코어 펑크의 기가막힌 배합미, 크로스오버 쓰래쉬적인 색채의 대거 보유를 바탕으로 광폭하기 그지 없는 스피드와 리드미컬한 메탈릭 브레이크다운을 번갈아 충분히 구사하며 쓰래쉬 메탈 태동기의 데뷔작의 어마어마한 객기와 쓰래쉬 중반기 특유의 모든 과격 메탈 음악의 근간 마련의 음악적 묘미의 매력을 극단적으로 쥐어 짜낸다. 그리고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예산 부족과 기술 부족으로 탄생 되었던 쓰래쉬 메탈 초중반기 음반들에서의 러프한 프로덕션의 컬트함을 격렬하기 그지 없는 자신들의 사운드에 접목, 톡특한 사운드적 바이브의 리바이블 까지도 행하며 쓰래쉬 메탈이 지닌 컬트함을 극단적으로 이끌어 낸다. 그로 인해 탄생되는 경악스런 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3년에 나온 앨범이지만, 1986년에 나온듯한, 그 당시의 풋풋한 광기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쓰래쉬 “리바이블” 되겠다.

Manifest Decimation

3위 : Deafheaven – Sunbather (Deathwish INC)
Deafheaven - Sunbather
안경, 드레스 셔츠, 스키니진, 8:2 포마드 머리를 한 모범생 같은 두놈이 행동강령이 징글맞을 정도로 엄격한 블랙메탈을 한다고 치자. 말도 안되는 병신 짓거리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허나 이들은 데모 앨범 때부터 긍정적 평가를 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놀라움을 담고 있었고, 블랙메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우려(?) 는 이들의 두번째 앨범이자 2013년 작품 Sunbather 로 현실이 되어 버리고야 만다. Mayhem 으로 대표되는 블랙메탈 특유의 블리자드 사운드의 사악함을 충분히 구사하는 가운데, 90 포스트락 특유의 엑스페리멘탈리즘과 그에 어울리는 서정미를 끼워 넣고서 하나의 장대한 서사시적 앨범으로 결론 지어 낸 Sunbather 는 한마디로 “새로운 블랙메탈의 완벽한 탄생” 이라고 할 수 있다. 블라스트비드와 그라인드 리프를 부정하는 블랙메탈러들이 많아지는 현재에 보란듯이 사악/격렬한 사운드를 재료로 혁신성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도, 그로인해 탄생 된 블랙메탈에 존재 할 수 없었던 “학구파적 이미지의 확보” 라는 점도, 블랙메탈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흐름이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옳겨져 버렸다는 점도 빠질 수 없다. 이러한 혁신을 옷차림, 종교관, 역사관, 음악관 등 모든 부분에서 전체주의적 분위기를 지닌 블랙메탈이라는 장르에서 시도 했다는 점, 음악적인 부분에서 성공했다는 점, 더 나아가 그 누구도 불평불만 할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설득력으로 모든 이들을 사로 잡았다는 점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끝난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인 것이다. 혁명, 그 자체인 작품 되겠다.

Dream House

2위 : Darkthrone – The Underground Resistance (Peaceville)
Darkthrone - The Underground Resistance
블랙메탈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파이오니어인 동시에 자신들이 만들어 낸 오리지널리티를 쉴 새 없이 깨 부수고 있는 Darkthrone, 이들의 15번째 앨범인 본작 역시 그러한 행보를 이어간다. 그리고 여전히 파격적인 쾌감의 극을 보여준다. 이들의 터닝포인트였던 크러스트 펑크로의 당혹하고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외도는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정통 메탈적인 코드의 신중한 도입이 최근작들의 특징이었는데, 2013년 새 앨범인 본작에서는 그러한 정통 메탈적 사운드로의 도전의 워밍업이 끝나고 본방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또 한번의 대 변신작이다. 이 앨범의 정통 메탈적인 블랙메탈 아이덴티티 구축은 가희 놀랍다고 할 수 있는데, 펑크와 메탈의 근사한 조합과 블랙메탈 다운 로우한 사운드와의 공존도 놀라웁지만, 정통 메탈의 레퍼런스를 Mercyful Fate, King Diamond, Celtic Frost 와 같은 블랙메탈의 근간이 되는 것들로 잡아 새로운 사운드로의 도전과 트리뷰트, 즉 블랙메탈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멋지에 정리 & 재정의 하는 부분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블랙메탈 파이오니어가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변화상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번이 무려 5번째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존경만이 있을 뿐이다.

Lesser Men

1위 : Clutch – Earth Rocker (Weathermaker Music)
clutch-earthrocker
90년대 스토너의 대명사 밴드들 중 하나이자 60-70년대 컨트리/하드락/블루스/서던락,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90년대 얼터너티브, 2000년대 모던 헤비니스 등 다양한 사운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을 행하고 있는 Clutch. 이들의 10번째 앨범인 본작은 그러한 탐구/실험이 극에 달한 앨범이자, 가장 파워풀함을 자랑하는 앨범이다. 다양한 락앤롤 하위 장르간의 접목 & 시대상의 접목을 행한다는 점은 과거와 별 반 다를바 없다. 하지만 그 어떤 과거의 앨범들 보다 스트레이트한 비트와 파워풀한 에너지로 표현한 본작의 위용은 매우 매우 남다르다.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다양한 스타일과 시대상이 담긴 토탈 락앤롤에 강렬하게 터지는 에너지의 다량 함유는 논쟁의 끝 그 자체라고 평할수 있다. 혁신성과 파괴감, 과거의 전통과 현대적 어레인지의 완벽한 만남이라는 매우 심플하고도 매우 만들어 내기 힘든 진리들의 대 응집인데 무엇을 더 논하랴? 토탈 패키지 그 자체다. 록의 본질 탐구의 모든것이 담긴, 올해 최고의 앨범 되겠다.

Crucial Velocity

[그밖의것들]
올해의 싱글 : Frank Turner – The Way I Tend To Be
올해의 최고 아티스트 : Deafheaven
올해의 최고 앨범커버 : Kvelertak – Meir
올해 최고의 발전 : Deafheaven
올해의 예상치 못한 선전 : Evile – Skull
올해의 평가절하 밴드 : We Are Knuckle Dragger
올해의 신인 : The Veggers
올해의 보컬 : Papa Emeritus II (Ghost)
올해의 기타 : Andreas Kisser (Sepultura)
올해의 베이스 : Geezer Butler (Black Sabbath)
올해의 드럼 : Eloy Casagrande (Sepultura)
올해의 송라이터 : Frank Turner
올해의 프로듀서 : Ross Robbinson (Sepultura, We Are Knuckle Dragger)
올해의 레이블 : Southern Lord
올해의 비디오클립 : Terror – Live By The Code
올해의 이슈 : Black Sabbath 원년멤버 재결성 앨범 발매 & 격한 논쟁

[Mixtape Of 2013]
1. Frank Turner – The Way I Tend To Be
2. Clutch – D.C. Sound Attack
3. Motorhead – Knife
4. Rob Zombie – Revelation Revolution
5. Pure Love – Riot Song
6. CHVRCHES – The Mother We Share
7. we hate jh – 피로
8. Tom Keifer – The Flower Song
9. Power Trip – Crossbreaker
10. The 1975 – Girls
11. The Story So Far – Empty Space
12. Alkaline Trio – She Lied To The FBI
13. Terror – Live By The Code
14. Mellowhype – Snare
15. Micheal Monroe – TNT Diet
16. Kvelertak – Bruane Brenn
17. Darkthrone – Valkyrie
18. Swollen Members – Inception
19. Ghost – I Am Marionette
20. Deafheaven – Dream House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