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gy Pop – Brick By Brick (Virgin, 1990)

Iggy Pop – Brick By Brick (Virgin, 1990)

1967년에 The Stooges 로 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Iggy Pop 은 뮤직 비즈니스계와 동료 뮤지션들로부터 엄청난 칭송을 받았던 인물 이었습니다. 엄청난 에너지와 광기가 철철 넘쳐 흐르는 프론트맨 으로써의 타고난 카리스마와 재능이 있었기 때문 이었죠. 하지만 놀랍게도 그를 기다리고 있던건 “성공” 이 아닌 ”실패“ 였습니다. 펑크의 청사진을 그렸다며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받는 The Stooges 시절은, 대중들이 받아 들이기에는 광기와 허무주의가 지나치게 강했고, 이는 실패를 기록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정말 의외의 친분인) David Bowie 의 전폭적인 음악적/세일즈적 지원사격이 있어도 별 수 없을 정도 였습니다. The Stooges 의 이름으로 3장의 앨범을 내며 겪은 실패에 대단히 상심한 밴드는 너 나 할 거 없이 마약에 빠져 들었고, 매우 빠르게 파멸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넘버원 팬이라 할 수 있는 David Bowie 의 또 한번의 도움으로 Iggy Pop 은 마약중독 재활과 솔로 아티스트 활동을 전개,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 되기는 합니다. 1977년에 발표한 솔로 데뷔작 The Idiot 과 두번째 앨범 Lust For Life 가 새로운 음악적 개성의 확보, 평단의 극찬, 적절한 세일즈, 1-20대 아이들이 주축이 되는 펑크씬에서의 컬트적인 추종으로 인해 좋은 스타트 라인을 만들었긴 하죠. 하지만 추후에 발표 된 앨범들은 상업적 포인트가 거진 없는 매니악한 포스트 펑크였고, 힛트를 기록하지 못하며 상황이 별 반 달라지지는 못했습니다. 약물 중독/재활 치료는 계속해서 반복 되었구요. 70년대 만큼이나 80년대 역시 그는 고전을 금치 못했습니다. David Bowie 가 Iggy Pop 의 곡을 커버하여 대힛트 친 China Girl 이 없었다면 그는 은퇴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로 말이죠.

80년대 중반에는 수많은 과거 락 아이콘들이 그 당시 유행하는 뉴 웨이브 팝 스타일의 음악으로 변화를 가져 갔었습니다. 평단과 골수 팬들의 비난은 강했지만,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는 힛트와 그에 걸맞는 금전적 수익을 선사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 이었죠. Iggy Pop 또한 그러한 행보를 걸었습니다. Blah-Blah-Blah (1986), Instinct (1988) 와 같은 앨범을 발표 하면서 말이죠. 근데 도출되는 결과가 좀 특이 했습니다. 뉴 웨이브/신스팝 사운드에 하드락/헤비메탈 양념을 넣어 대중적으로 볶아 낸 Iggy Pop 의 새로운 노선은 “대중적 변절” 이라기 보다는 뭔가 “나이먹고 독기가 빠지고 친근감이 확보 된, 왕년에 한딱까리 날리던 형님”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아무리 대중적으로 포장하려고 해도 Iggy Pop 과 같은 광기의 화신과도 같은 아우라는 도저히 숨길수가 없는 것 이었습니다. 여튼 어렵게 80년대를 극적으로 넘긴 그는 새로운 디케이드가 시작되는, 1990년에 승부수를 띄웁니다. 바로 Brick By Brick 이죠.

Brick By Brick 은 Iggy Pop 과 같은 컬트적 색채가 아주 강한 뮤지션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음악적 아이덴티티의 고수와 대중적 성공의 완벽한 합의” 가 200% 담긴 한장 입니다. 그와 레코드 레이블은 Iggy Pop 이라는 인물이 팝 차트를 호령하는 넘버를 만들 수 있는 음악인이 아님을 인정 합니다. 대신 그의 아이덴티티를 그나마 수월하게 즐길 수 있는 형태로 튜닝 해 나가죠. 이 앨범의 주축이 되는것은 펑크, 락앤롤, 하드락/헤비메탈, 기타팝 입니다. 80년대 말 부터 LA 헤어메탈 씬에서 촉발 된 고전 락앤롤 탐구와 하드/헤비한 파워업이 이 앨범에 존재 합니다. Iggy Pop 하면 생각나는 삐딱한 아이덴티티가 그러한 사운드와 만나면서 굉장히 빈티지적인 묘미와 모던한 센스가 동시에 우러 나옵니다. 청자를 바로 긴장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죠. 그 점 하나만으로 이 앨범은 충분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Guns N’ Roses 의 Slash 와 Duff McKagan 이 하드락/헤비메탈적 넘버들에 세션을 해 줘서 더욱 매력이 증가 한다는 점 또한 언급 해야 할 정도로 인상적이고 말이죠.

Iggy Pop 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과거 시대의 락앤롤 히어로를 잘 팔릴만한 팝 뮤직 상품으로 만든 메이저 레이블의 노하우를 아주 영리하게 소화 하기도 합니다 . 어쿠스틱 기반의 컨트리/블루스라는 의외지만 그와 매우 잘 어울리는 차분하고 진중한 바이브의 구축 이라던지, 매번 광기에 휩싸여 고성만 질러대던 그의 창법에서 벗어나 무겁고 낮게 목소리를 내리까는 연기톤의 나레이션/보컬로 색다른 아이덴티티를 발휘 하던지 하면서 말이에요. 90년대 커리어에서 가장 힛트한 업템포 어쿠스틱/발라딕 넘버 Candy 한곡만 들어봐도 그의 남다른 영리함을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지요. Soul Asylum 과 같은 얼트 컨트리 라던지, The Replacements 와 같은 파워팝 기반의 얼터너티브와 같은 모던한 코드의 곡들 또한 모양새가 아주 좋습니다. 그러한 음악 스타일들이 펑크에 큰 뿌리를 두고 있음을 생각 해 본다면 잘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네요. 이 앨범이 지닌 대중적인 코드의 확보 보다도 더 강렬한 것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청자, 레코드 레이블 관계자 모두를 만족 시킬만한 Iggy Pop 만의 뛰어난 적응/응용 능력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앨범은 꽤나 흥미로운 결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80년대 힛트 공식에 너무 충실한 Blah-Blah-Blah 와는 다른, 새롭게 시작되는 새로운 디케이드에 걸맞는 첫 행보로써는 너무나도 완벽하죠. 지나치게 대중적 어쿠스틱 넘버들이 많기는 하지만, Iggy Pop 특유의 삐딱함/허무함/광기 또한 꽤나 날이 잘 서 있지요. 이질적인 부분이 남아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지만, 충분히 그다운 음악이 담겼습니다. 가짓수는 좀 적은듯 하지만 펑크, 하드락/헤비메탈, 얼터너티브와 같은 에너지틱한 넘버들은 등장 하기만 하면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습니다. 6-70년대의 빈티지한 광기가 90년대라는 모던한 시대에도 살아 남을 수 있음을 확신하게 만들 정도에요. Iggy Pop 은 그러한 에너지 넘치는 트랙들을 기반으로 하여 지금 까지의 커리어를 이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 앨범 이후에 나온 앨범들이자 대중적인 코드를 적절히 유지하고 하드한 펑크와 하드락으로 점철된 앨범들이 많아요. American Caesar (1993), Naughty Little Doggie (1996), Beat ‘Em Up (2001), Skull Ring (2003), Every Loser (2023) 등 20여년의 앨범들을 보면 Brick By Brick 에서 얻어 낸 성과를 근간으로 하여 전개 되었음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발표 당시에 평단의 평가는 꽤 엇갈렸지만,  Iggy Pop 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이 담겼음은 부정하기 힘들 겁니다. 상업적 성공으로 인한 안정적인 경제력 확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음악적 기준점의 구축까지 완벽해요.  The Stooges 시절을 제외 한다면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한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솔로 커리어 중 최고라 말하고 싶네요. 더 나아가 “컬트성이 과하게 진한 아티스트가 메이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고의 참고서” 라는 말 또한 남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