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gram – Lightning In A Bottle (Heavy Psych Sounds, 2025)

Pentagram – Lightning In A Bottle (Heavy Psych Sounds, 2025)

Pentagram Black Sabbath 처럼 될 수 있었던 밴드 였습니다. 1971년 미국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에서 결성 된 이 밴드는 사이키델릭 하드락과 블루스 근간으로 하여 흑마술, 오컬트, 절망, 공포, 좌절과 같은 어두운 테마/바이브가 듬뿍 들어간 낯선 팀 컬러의 헤비락을 구사하며 업계 관계자 모두를 놀라게 했었죠. 이들은 국적만 다를 뿐 Black Sabbth 와 흡사한 매력을 지녔고, 그들의 음악을 경험한 모든 이들로 하여금 큰 기대를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명 프로듀서와 레코드 레이블 또한 빠르게 접근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Pentagram 이 성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밴드의 프론트맨 Bobby Liebling 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는 빈티지한 흑마술 계열 락앤롤 사운에 어울리는 엄청난 캐릭터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프론트맨 이었지만, 정말 까다로운 성격을 지니고 있었죠. 게다가 약물 중독도 심하여 더욱 더 까탈스럽고 난폭하기 그지 없었다고 합니다. 70년대 초에 만든 데모들이 업게 내에서 큰 관심을 얻어 본격적으로 레코딩에 들어 갔지만 (그것도 Blue Oyster Cult 의 매니저와 프로듀서와 함께) 레코딩 결과물에 불만을 품고 그대로 그 자리를 박차고 될대로 되라 식으로 떠날 정도로 성격이 좀 그러 했어요 그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그를 제외하고 활동에 들어가려 하지만 Pentagram 의 밴드명 권리를 Bobby 가 주장하여 활동을 못하게 하여 어렵게 잡은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은 긴 암흑기의 단초가 됩니다. Bobby Liebling 은 새로운 멤버들을 모아 Pentagram 으로 다시금 활동을 재개하고, 자비를 들여 레코딩 결과물을 내 놓으며 커리어를 이어 나갔지만 제자리 걸음만 할 뿐 이었습니다. 마약에 잔뜩 찌들은 Bobby Liebling 의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밴드 멤버들이 오래 머무르게 하는 상황을 전혀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죠. 자연스레 레이블의 오퍼 또한 없었습니다. 70년대를 그렇게 날린 그는 80년대에 새 밴드 Death Row 를 결성해서 활동 하지만, 이 역시 별 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합니다. 다시 밴드명을 Pentagram 으로 바꾸고 Peaceville Records 를 통해서 대망의 첫 앨범 Relentless (1985) 와 후속작 Day Of Reckoning (1987) 을 발표하며 드디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나 싶었지만  미미한 반응과 멤버간의 불화로 다시금 해산하고 말죠. 1994년에 컴백작 Be Forewarned 를 발표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합니다. 후속작 Review Your Choices (1999) Sub-Basement (2001) 가 발표 되지만, 이는 밴드에게 그나마 가장 오래 활동한 Joe Hasselvander 와의 듀오로 만들어진 앨범이고 라이브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러번의 실패와 해산으로 인해 Bobby Liebling 은 완벽하게 구제 불능의 중증 마약 중독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는 50이 넘은 나이에도 어머니집에 얹혀 살며 마약 주사나 찔러대는 인간말종이 된 채 시간만 허비 합니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 납니다. Pentagram 70년대 초중반 레코딩을 담은 컴필레이션 앨범 First Daze Here (The Vintage Collection) 이 발표되며 그들의 진가가 재조명 받기 시작한 것이죠. Pentagram 의 긴 커리어 중에서 가장 그들다운 매력을 온전히 담은건 아이러니 하게도 초창기의 데모/미발표 트랙 이었고, 적지 않은 수의 컬트 메탈 팬들은 그들이 남긴 정식 풀렝쓰 릴리즈 보다도 데모를 오랜 시간동안 고평가 하였기에 이 컴필레이션 앨범의 발매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초기 음원들은 부트랙으로 발표되어 은근 인기 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Pentagram 의 음악에 푹 빠진 메탈팬이 직접 카메라를 잡고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이자, Bobby Liebling 의 그동안의 실패, 그리고 마약 중독으로 부터 벗어나며 다시금 밴드를 재정비 하여 활동을 재개하는 내용을 담은 Last Days Here 의 등장으로 인해 그들은 커리어 내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습니다. Bobby Liebling 은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으며 50대 중반 나에에도 정력적으로 밴드를 활동 해 나가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무려 20대 초반의 여자 친구를 얻으며 심적으로도 한결 나아진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는 음악 커리어 중 처음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려 50대의 나이에 진정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이죠.

Pentagram 은 그렇게 활동을 다시금 시작하며 Show ‘Em How (2004), Last Rites (2011), Curious Volume (2015) 의 앨범들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들은 매력이 좀 많이 없었네요. Bobby Liebling 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가, 그의 강렬한 음악적 캐릭터를 제대로 받혀 줄 만한 멤버를 구하지 못했으니까요. 그저 Pentagram 이라는 둠메탈 파이오니어/레전드를 지금 현 시대에 즐길 수 있다는 정도로만 만족 해야만 합니다. 솔직히 Pentagram 의 모든 앨범들이 좀 많이 그렇습니다. 70년대 초중반 발표 된 데모 트랙들의 퀄리티에 비해 많이 떨어 지니까요. 분명 명성 만큼의 뭔가를 지니고 있지만, 청자를 확실하게 그들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 한방을 담은 앨범이 너무 없음을 부정하긴 힘들 거에요. 이러한 점은 Pentagram 이라는 밴드가 레전드의 위치에 있지만, 컬트 밴드로써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완벽히 굳어지고 일종의 진리가 되어 버린 상황을 타파하는 물건이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2025 벽두에 발표 그들의 9번째 앨범인 Lightning In A Bottle 바로 물건이죠. 앨범은 70년대 초중반 데모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정규작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Relentless 아성을 위협 만한 한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 정도에요. 무엇보다 퀄리티의 차원이 다릅니다. 송라이팅 퀄리티, Bobby Liebling 퍼포먼스와 카리스마, 그와 같이하는 연주자들의 실력 센스, 양질의 사운드 프로덕션 모든 부분에서 말이죠. 메탈 파이오니어 밴드라고 하기에는 많이 업템포의 시원시원한 곡들과 앨범 구성이 돋보이며, 굉장히 모던하고 깔끔한 프로덕션으로 인해 장르 특유의 매력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그건 기우. Pentagram 지금 까지의 커리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색작이자, 그들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즐기기 쉬운 캐치한 성향을 담고 있기에 이러한 변화는 오히려 반갑게 다가 옵니다. 클래식 메탈 밴드 치고는 의외로 90년대 풍의 스토너 무브먼트 라던지, Seemless Maylene And The Son Of Disaster 와 같이 하드코어씬에서 온 빈티지 하드락 사운드의 밴드와 같은 느낌도 풍기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이제 60대 나이를 바라보는 Bobby Liebling 의 스타일 소화력은 정말 굉장 하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Bobby Liebling 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서포트 해 주는 연주 파트와의 화학 반응은 매우 인상적 이에요. Pentagram 의 일련의 앨범들은 그런 서로간의 호흡이 은근 많이 없는듯한 느낌이 강했지만, 본작은 다릅니다. Bobby Liebling 이 리드하는 밴드가 아닌, Bobby Liebling 이 리드하되 나머지 멤버들의 존재감 발휘와 서로간의 호흡이 매우 이상적인 밴드로 변화 하였음을 보여줘요. Pentagram 이라는 밴드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요소가 드디어 이 앨범에서 갖춰 진 것 만으로도 이 앨범은 높은 평가를 해야만 옳습니다.

여하튼 기대하지 않았던 쾌작 입니다. Pentagram 이라는 밴드가 오리지널티가 대단 하기는 하지만, 메탈 광팬과 평단을 중심으로한 세간의 평가가 정말 높기는 하지만, 이거다 할 만한 결정타적인 앨범은 상당히 부족하긴 했었죠. 본작은 솔직히 말해서 Pantagram 의 기준으로 이야기 하기에는 좀 많이 이색적인 면모가 강하기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앨범은 Pentagram 의 진면목을 알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한장이며, 더 나아가 청자로 하여금 Pentagram 의 과거의 앨범들을 탐구하며 이들의 진정한 색채를 알아 나가게끔 만들만한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 앨범이라는 점 입니다. 이들의 안타까운 커리어를 살펴 본다면 그러한 앨범이 특히나 필요 했다고 생각 되기에 더더욱 그들 커리어에 있어 정말 중요한 한장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다행이도 세간의 평가와 관심은 전작들을 능가하고 있네요. 올해 가장 눈여겨 봐야하는 밴드가 무려 70년대에 만들어 진 밴드라니 놀랍고 흥미진진할 따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