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DC – The Razors Edge (Albert/CBS)
AC/DC 의 80년대는 정말 끔찍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락/메탈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모든 대중들이 음반을 집어 들 정도의, 세월히 훨씬 지난 지금도 그러한 매력을 유지중인 엄청난 앨범들인 Highway To Hell (1979) 과 Back In Black (1980) 이 어마어마한 힛트를 해내며 80년대를 화려하게 시작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오리지널 보컬리스트 Bon Scott 의 비극적 죽음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꾸는 후임 보컬리스트 Brian Johnson 대단한 퍼포먼스가 있었기에 더욱 더 그들의 미래는 창창 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차기작들은 정말로 형편 없었습니다. 밴드 존재의 의의를 곰곰히 생각 해 볼 정도의 레벨로 형편 없었죠. 밴드만의 색채가 갑자기 확 떨어져 버리며 의문을 사게 된 For Those About To Rock We Salute You (1981) 를 시작으로 Flick Of The Switch (1983), Fly On The Wall (1985), Blow Up Your Video (1988) 의 여러장의 앨범이 발표 되었지만, 이 4장의 앨범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있다 하더라고, 그 앨범들은 굳이 들어 볼 필요는 없다.” 라고 다소 무례하게 평가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AC/DC 답지 않은 음악, 형편없는 퀄리티를 자랑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Highway To Hell, Back In Black 두장의 앨범이 워낙에 강력한 후광을 발휘해서 망작들 또한 나름 괜찮은 판매고를 올리게 해 주었다는 점 이었죠. 음악적으로 고전하는 모습 또한 잘 가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디케이드를 시작하는 1990년에 본작 The Razors Edge 가 발표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 앨범은 AC/DC 의 모든 앨범을 놓고 평가 해 보면 뒤에서 세는게 더 빠른 앨범이 맞습니다. 평작 수준을 겨우 넘었다고 밖에 말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에요. 하지만 이 앨범은 AC/DC 커리어에 있어 큰 도움이 된 중요한 앨범임에는 확실 합니다. 과거 명작 앨범들의 후광 없이, 독립적인 음악적 존재감을 발휘 하는데 성공하며 그들의 진가를 다시금 많은 이들의 뇌리에 제대로 남겨 주었기 때문이죠. 뭐 거창하게 표현 했지만 별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AC/DC 다운 와일드한 매력의 락앤롤을 간만에 괜찮게 담은 앨범” 정도에요. 음악적으로 거창한 시도를 하거나,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 할 만한 기획은 존재치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청자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요소 만큼은 충실히 담겨 있습니다. 절정의 폼을 보여주던 70년대 말 모습은 절대 아니겠지만, “거친 면모와 좀 더 세련되고 상업적인 코드의 공존을 하려다 실패한” 80년대의 그것들 보다는 훨씬 훌륭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싱글이었던 Thunderstruck 의 존재감은 이 앨범을 “쾌작” 의 반열에 올리고 말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어요. 하지만 본 앨범은 앨범 보다는 Thunderstruck 싱글과 나머지 11곡의 B-사이드 트랙들” 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싶을 정도로 그 곡과 다른 곡들의 퀄리티 차이가 너무 심하며, “처참” 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을 정도로 앨범 전체적 구성이 별로임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다지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없을법한 심플/빈티지한 음악 요소만으로 거대한 락앤롤 교향곡을 만들어 낸 Thunderstruck 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굉장 합니다. 그 곡 하나만으로 앨범이 완성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 하죠. 80년대 내내의 부진을 한방에 완벽히 날려 버리는 엄청난 힛트까지 기록 했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AC/DC 의 90년대 이후의 커리어를 송두리채 바꾸어 두었기에 실로 대단하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가득 메운 젊은 AC/DC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속에 열정적인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는 멋진 뮤직비디오는 꼭 언급해야 하기도 하죠. 대단히 잘 만든 곡과 비디오의 콤비네이션에서 나타나는 완벽한 컴백 현장의 모습은 다시금 AC/DC 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200%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어요. “락 음악 역사상 최고의 뮤직비디오” 라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아름 답습니다.
사운드 프로덕션 또한 숨겨진 이 앨범의 묘미 이기도 합니다. 80년대의 주류 락 음악 이었던 헤어 메탈계는 80년대 후반으로 가며 상업적으로 어필 할 만한 신디사이저 팝 톤의 프로덕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음악의 뿌리가 되는 하드락/메탈과 펑크의 에너제틱함을 강조하는 거친 사운드로 포커스들을 많이 잡았죠. 이 앨범의 프로듀서 Bruce Fairbairn 은 Aerosmith 의 컴백 앨범들에서 옛 밴드 다운 빈티지함과 컴백 앨범에 필요한 모던/파퓰러함을 동시에 선사 한 바 있었습니다. AC/DC 또한 그의 조련하에 괜찮은 결론을 내 놓았죠. 80년대 내내 그들이 하고자 했다가 실패한 미션을 본작에 와서 성공 해 냈고, 좀 더 모던하게 다듬어서 90년대를 대비하는 노장 밴드에 어울리는 구심점을 확보 해 냈다는 점은 그들 커리어에 있어 나름 중요한 이정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 앨범으로부터 1년뒤 Nirvana 의 Nevermind 가 등장하여 엄청난 힛트를 거두었고, 락 팬들과 음반 업계 관계자들 모두 그 이전에 존재하던 거의 모든 밴드 음악에 대해 “구닥다리” 취급을 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점은 Nirvana 의 등장으로 인한 팬들과 업계의 인식 변화 이전에 음악적/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밴드들은 모두 살아 남았다는 겁니다. 여기에 MTV 를 뜨겁게 달군 멋진 비디오클립을 소유한 밴드라면 생존률이 극단적으로 올라갔죠. Aerosmith, Bon Jovi, Motley Crue, Van Halen, Kiss 와 같은 밴드가 이에 해당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존 막차를 탄 것이 AC/DC 였습니다. 만약 이 앨범이 Thunderstruck 과 같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트랙을 낳지 못했다면, MTV 역사에 길이 남는 뮤직 비디오가 없었다면, 그들은 아마 시대의 뒤안길로 쓸려 나갔을거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드네요. 여튼 이 앨범은 그렇게까지 좋은 앨범은 아닐 지언정, AC/DC 라는 밴드가 지금까지도 활동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들 커리어에 있어 아주 중요한 대표 앨범으로 평가하며 인정하고 칭송 해야만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