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hory – Hammerheart (Noise)

Bathory – Hammerheart (Noise)

Venom Mayhem 의 간극에 존재하는 Bathory 는 블랙 메탈이 그저 과격하고 사악한 퍼포먼스만 강조하는 장르/스타일이 아닌, 음악적 부분에서도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개성 만점의 장르임을 제대로 보여 준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블랙 메탈은 탄생 초기부터 음악적인 부분을 반드시 챙겨야만 했던 장르인 것 이에요. Bathory 의 디스코그래피가 그것을 완벽히 그것을 증명 하기에 그렇습니다. 많은 메탈 팬들은 그의 초기작이자 블랙 메탈 특유의 1차원적인 언홀리/사타닉 쾌감이 가득한 Bathory (1984), Under The Sign Of The Black Mark (1987), Blood Fire Death (1988) 와 같은 앨범들을 주로 칭송하죠. 하지만 Bathory 는 중후반기 앨범들을 통해 바이킹 신화, 메디발 포크, 중세 민속 음악적 특징을 블랙 메탈에 도입 시켰고, 이는 블랙 메탈의 여러가지 사운드적 변화의 뿌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하기에 1990년에 발표 된 그의 다섯번째 앨범이자, 발표 당시에 메탈 팬들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았던 앨범인 Hammerheart 는 다시금 재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앨범으로 사료 됩니다. 네 그래요. 이건 명작 이에요.

본작은 1차원적인 공격성 표출에서 벗어나 바이킹 민속음악의 적극 도입하여 밴드 아이덴티티를 폭넒게 확장한 앨범 입니다.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며, 결과 또한 멋지게 내 보겠다는 야심이 큰 한장 이에요. 게다가 첫 도전이라는 것에 비해 결과물 또한 훌륭 합니다. “바이킹 메탈 이라는 메탈 서브 장르의 탄생임을 알렸다는 세간의 평가 답게 고대 스칸디나비아 바이브가 가득 합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고대 포크 선율이 있고, 전쟁에 나가기 위한 또는 제사를 지내는 등의 일종의 고대 의식을 연상케 하는 웅장하고 경건한 합창/챈트도 있으며, 클래식/오케스트레이션 까지도 아주 과감하게 사용 합니다. 그에 걸맞게 곡들은 하나같이 긴 러닝타임, 천천히 차분하게 진행되는 스케일 빌드업이 있으며, 한곡 한곡 진행 될 때마다 서서히 확장되는 이 앨범만의 세계관/스토리 메이킹은 한편의 판타지 영화나 소설을 경험 하는듯한 느낌 마저 선사 하지요.

헤비 메탈이라는 장르는 유럽 중심의 클래식이나 포크 등 고전 음악에서의 멜로디라인이나 테마 등을 적극 가지고 오기는 했습니다. 이 앨범은 그러한 전통을 따라 가면서도바이킹이라는 테마에 집중하며 한 발자욱 더 깊고 컬트하게 나아간 한장이죠. 그 누구도 도전 하지 않았던, 첫 시도였지만 의외로 결과물이 훌륭하게 귀결 된 것은 매우 놀랍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곡마다 이어지는 구성은 좋지만, 다소 비슷한 곡들의 연결로 인해 지루함이 발생되며 듣는 재미가 급감 한다는 부분을 단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혁신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의 감흥이 더욱 강렬하여 그러한 것들은 어느정도 눈 감아 줄 수 있는 레벨이긴 합니다.

많은 메탈 팬들은 Bathory 라는 밴드가 Quorthon 이라는 인물의 1인 프로젝트이며 보컬, 기타, 드럼, 프로듀스를 그가 다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의 그때 까지의 커리어는 지극히 개인적인 스튜디오/리허설 룸에서 만들어 내는 정도의 수준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앨범을 통해서 밴드 리더를 넘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거대한 사운드 팀의 지휘자적인 면모까지 보여 줍니다. 마이너 메탈 레이블 수준의 셀프 프로듀스의 그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뛰어난 사운드 프로덕션의 확보 또한 이 앨범의 장점임을 빠트리면 곤란 할 것 입니다여기에 앞서 설명한 이 앨범만의 세계관/스토리 메이킹까지 합쳐 진다면, Quorthon 의 이미지는밴드 리더를 넘어서총괄 디렉터로 까지 나아갑니다. 현재 까지도 칭송 받는 그의 남다른 뮤지션쉽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키 포인트 앨범이 본작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죠. 이 앨범은 그의 커리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어이 없기도 이 앨범은 발매 당시에 다이하드 메탈 팬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의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며 새로운 장르로 변화되자 블랙 메탈 특유의 과격하고 사악한 1차원적 쾌감을 원하는 팬들의 심기를 적나라 하게 건드렸기 때문이죠. 이 앨범 뒤의 음악적 행보도 그러했기에 다이하드 메탈 팬들의 관심은 식어갔고, Mayhem 과 같은 새로운 블랙 메탈 밴드들의 등장으로 인해 그들의 관심은 Bathory 로부터 서서히 멀어 집니다.

하지만 Bathory 의 음악적 진가를 알아보고 그의 변화상에 호평을 하는 메탈 팬들의 수는 적잖은 것도 사실 입니다. 그리고 이 앨범만의 아이덴티티는 후배 블랙 메탈러들에게 적잖게 영향을 주었음을 부정하기 매우 힘듭니다.  Immortal 과 같은 블랙 메탈 영건들의 대부분이 이 앨범에서 보여준 바이킹 전사에 근간을 둔 전투 무장 비주얼을 블랙 메탈의 유니폼으로 채용 했고 지금도 사용 해 오고 있다는 점, 바이킹 테마에 포커스를 집중하기 시작한 Enslaved, 블랙 메탈과 고대 음악/오케스트레이션의 깊이 있는 조화를 시도한 Emperor 와 같은 밴드들이 이 앨범의 영향력을 쉽게 부정하기 힘들다는 말이죠. Under The Sign Of The Black Mark 뿐만 아니라, 이 앨범 또한 후대 블랙 메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앨범으로써 충분히 칭송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앨범은 충분히 긴 시간동안 조금씩 인정을 쌓아오며 이제는 올타임 메탈 클래식이 된 건 사실 입니다. 다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큰 목소리로 이 앨범을 칭송 해야만 옳다는 생각은 지우기가 힘드네요. 세간의  평가는 훌륭하지만, 더욱 더 크게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명작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