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2] Minor Threat – Complete Discography (Dischord, 1989)
“Sid Vicious 는 약쟁이죠. 허무주의자 약쟁이. 우린 아니구요” 그렇다. Minor Threat 의 리더 Ian MacKaye 는 2006년에 선보였던 미국 하드코어 펑크 다큐멘터리 영화 American Hardcore 에서 자신들을 그렇게 평가했다. 이는 절대 건방진 말이 아니다. 오히려 펑크라는 음악이 긍정적인 형태의 현대적 정신무장 & 청년운동을 대변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Minor Threat 는 펑크가 가진 폭발적 스트레이트함을 그대로 이어가는 동시에, 펑크가 지닌 사회 부적격적 라이프 스타일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던, 진지하다 못해 엄격한 밴드였다. 이들은 그 어떤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 보다 빠르고 격렬하게 연주하려 노력했고, 그러면서도 타 밴드들이 지닌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난 프로적 팀웍에 매진했으며, 무엇보다 펑크씬이 지닌 다양한 비행과 악행에 격렬하게 반대하며 긍정적인 삶을 쟁취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밴드의 멤버들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들을 망친다고 생각한 음주, 흡연, 약물, 무분별한 섹스에 대해 멀리했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진정한 자아 획득과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하고 실천하는, 매우 청교도적인 삶을 지향했고 이를 스트레이트 엣지 (Straight Edge, sXe) 로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일어었는데, 락앤롤이라는 음악이 탄생한 이례로 타락적 삶의 코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고, 그 강도가 가장 강했던 80년대에 정부나 사회단체의 리드없이 미성년자들이 직접 이러한 슬로건을 제창했기 때문이었다. 쉴 새 없이 위대한 멘탈적 성공을 위해 음악과 메시지 전파에 매진한 이들은 수많은 펑크씬의 청소년들에게 감흥을 주었고, 하나의 씬이자 락 음악 역사의 한 세력으로써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밴드는 고작 3년 남짓 활동하며 3장의 EP와 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 했을 뿐이었지만, 그들이 선보인 음악과 긍정적 라이프 스타일은 현재 2012년에서도 여전히 펑크/하드코어씬의 위대한 옵션으로 존재하고 있다.
앞서서 설명한 sXe 사상이 정말 위대하지만, 그와 별개로 또 다른 위대함은 이들이 남긴 음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이 선보인 하드코어 펑크는 다른 하드코어 펑크 아이콘들 보다 더욱 더 격렬했다. 그리고 타 밴드들이 선보인 놀기 위한 스피드/노이즈 지랄과는 다르게 팀웍을 바탕으로 한 탄탄하게 짜여 진 계획적 연주 역시 중요했다. 그것뿐인가? 이들은 하드코어 펑크가 지닌 격렬하고 직선 일변도의 행위에 사운드를 벗어나, 하나의 깊이 있는 음악으로 변화를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고, 그에 걸맞는 음악적 결론과 평단의 호평까지 얻어냈다. 격렬한 초기의 대표작은 Minor Threat (1981/EP) 와 In My Eyes (1981/EP) 로 이야기 할 수 있으며, 후기 대표작은 밴드의 유일한 풀렝스 앨범인 Out Of Step (1983), 그리고 밴드 해산후에 나온 미발표곡 Salad Days (1985/EP) 로 간단하게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누는 것이 아니다. 어떤 앨범이 소위 “Minor Threat 의 최고인가?” 를 논하는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문제는 절대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면 그들의 초기와 후기 모두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대단한 것을 보여주고, 후세에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의 선택은 베스트 앨범이자, 그 두 시기를 완벽하게 담은 앨범인 Complete Discograpy 가 답을 내린다면 가장 어울리는 답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베스트 앨범을 그들의 베스트로 선택 한다는 것은 음악 평론에 있어서 최악의 선택 중 하나일 것이오, 밴드에 대한 무례함의 극치라 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말이다. 본인은 그러한 선택을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3년 남짓한 시간에 보여 준 음악과 사상, 그리고 그 후의 펑크/하드코어 및 온갖 음악장르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본다면 더더욱 말이다.
먼저 초기부터 이야기를 해 보자. 초기는 두말 할 것 없이 격렬한 스피드와 에너지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이다. 하지만 이들의 하드코어 펑크는 격렬하되 다른 동년배 밴드들과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존재했다.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것은 격렬함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깔끔한 구성력이다. 지금까지의 하드코어 펑크가 도심 외곽의 10-20대들의 도시 사회적 삶에 대한 분노폭발 파티를 위한 노이지한 소도구에 불과 했지만 (물론 이는 역으로 말해서 B급 컬쳐적인 쾌락과 미덕의 찬사이기도 하다는 점 잊지 말도록…), Minor Threat 는 격렬한 스피드와 에너지를 발산하되 뚜렷한 기승전결, 각 파트의 에너지 폭발과 절제의 밸런스 조절의 능숙함, 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한 각 멤버들과의 팀웍과 호흡이 분명이 존재했다. 괜히 하드코어 다큐멘터리 필름 American Hardcore 에서 리더/보컬리스트 Ian MacKaye 가 자신들의 밴드에 대해 “그저 빠른 밴드가 아니었어요. 연주적으로도 괜찮았다구요” 는 괜한 소리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Ian 이 10대 시절에 Minor Threat 이전해 했던 밴드 Teen Idles 시절부터 Bad Brains 가 음악적/사상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Bad Brains 의 펑크/하드코어 카데고리를 넘은 유니크하며 테크니컬한 연주를 생각 해 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정돈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떤 밴드보다 격렬하고 빠른 스피드 역시 할 이야기가 많다. 깔끔하게 정돈 된 구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스피드와 에너지가 한수 아래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Minor Threat 가 사운드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성숙 된 면모를 보이기는 하지만, 한단계 올라간 레벨의 격렬함을 선보이는 스피드 홀릭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단계 레벨업 된 하드코어 펑크 스피드는 재밌고도 놀랍게도, 쓰래쉬 메탈에 꽤나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쓰래쉬 메탈은 고전 하드락/메탈만으로 더 빠르고, 더 격렬한 사운드와 필링을 내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지했었고, 그러한 고민을 할 당시에 메탈보다 묵직한 맛은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짦은 러닝타임에 한번에 화끈히 타오르며 격렬히 달려대는 하드코어 펑크를 접하게 되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여 쓰래쉬 메탈의 완성을 이뤄 냈다는 점은 다들 사실 아니던가. 지금까지의 하드코어 펑크보다 더 격렬한 Minor Threat 의 존재는 그들에게 큰 인플런스가 되었음에 분명하다. Slayer 의 기타리스트 Kerry King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음악원류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Minor Threat 를 뺴놓지 않고 거론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들이 타 헤비-스피드 음악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 크로스오브 사운드 및 2000년대의 하드코어-메탈간의 긍정적 경계 모호함의 프로토 유명인사로 이들을 빼놓지 않고 거론해야만 하다는 점,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이들의 후반기를 이야기 해 보도록 하자. 첫 풀렝스 앨범인 Out Of Step 은 나름 밴드가 음악적 변신에 대한 야심을 만만찮게 풀어 나가던 한장이었다. 짦고 격렬하게 타오르는 맛은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늘어난 멜로디어스함과 간간히 내비치는 엣모스페릭/엑스페리멘탈적 요소의 존재는 예전에 이들이 가지고 있던 격렬하고 지적인 밴드로의 이미지를 더욱 더 견고히 다지는 것이기도 했다. 거기에 맞추어 펑크적인 분노 표출과 자신의 격렬한 다짐을 내뱉는 슬로건 제창같은 가사들이 철학적 코드를 지닌 내면적 자아성찰 및 무언가를 은유하는 듯한 문학적 표현으로 서서히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적인 격렬함으로의 본격적 발전을 이루려는 사운드적 욕심과도 맞물려 돌아가는 긍정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펑크씬은 Ian 이 제창하던 sXe 사상 및 그보다 더 앞서간 지적인 자기변화와는 달리 계속하여 공연장 내 폭력이 만연했고, 이에 서서히 염증을 느끼던 찰나에 그는 일련의 팬과 물리적 충돌을 하게 되면서 폭발, 자신의 밴드를 자신이 직접 탈퇴하며 Minor Threat 는 공중분해 되기에 이르른다. Out Of Step 에서 보여준 다음 단계로의 펑크 진화에 대한 멋진 청사진을 뒤로 한채 말이다. 밴드 사후에 발표 된 미발표곡 모음집인 Salad Days 에서는 더욱 더 그러한 면모가 성숙되고 있었기에 더더욱 아쉽기 그지 없었다.
그들은 해산 했지만, 이들이 남긴 지적인 펑크의 유산은 정말 무서울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것이 중요하다. 막바지에 시도한 지적인 펑크 노선과 펑크씬에 대한 염증은 Minor Threat 라는 밴드를 멸망으로 이끌었지만, 이를 계기로 인해 Ian 은 지금까지의 펑크와 완전 다른 (사운드적/메시지적 모두) 스타일의 새 밴드 구축에 힘썼고, 이는 펑크의 예술적/철학자적 페르소나의 완성인 Fugazi 의 위대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Fugazi 는 펑크/하드코어의 지식인화, 아트락화, 뮤지션화, 한계 극복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밴드이자, 시기적으로도 완벽한 파이오니어 아니던가.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혁신적 펑크/하드코어 밴드들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아트락/엑스페리멘탈리즘의 강한 카리스마는 Mogwai, Sigur Ros, God Speed You! Black Emperor 에게도 적당히 영향을 준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90년대 들어서 등장한 포스트락 밴드들이 묘하게 펑크적 구성미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그냥이 아니지…) 그리고 이러한 영향력의 뿌리는 분명 Minor Threat 의 후기 활동인 것이다.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다.
또한 평론가들의 시선을 바꾸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펑크/하드코어가 도시 외곽의 빈민 청년들의 그들만의 분노폭발 모임, 한마다로 B급 컬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면, Out Of Step 부터는 펑크/하드코어가 하나의 뮤지션으로의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임을 보여 주었는데, 이에 대해 평론가들은 찬사를 보냈다. Out Of Step 는 발표 시기였던 80년대 중후반에 비범한 비-펑크 세계/음악평론 세계에서 보기 드문 호평을 얻어냈으며, 시간이 흐르고 90년대 및 2000년대에 이르르자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80년대 음악을 살펴 볼 때 절대로 빠트려서는 안되는 마스터피스” 로 이 앨범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렇게 평론문화적 세계에서도 시발점을 남긴 이들의 업적 역시 대단하다라고 말해야만 옳지 않을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두 시기 모두 존재하는 메시지의 대단함 역시 빠트릴 수 없다. 2012년인 지금에서도 계속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못해, 펑크/하드코어 서브 문화에서 벗어나 하나의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로 완벽한 자리를 잡은 sXe 의 자리매김의 원동력이 이들의 메시지에서 비롯 된다는 점 하나만으로 빠트릴 수 없다. 초기의 직선적인 표현방식 및 후기의 철학적인 표현방식 모두 가치가 있고, 남긴것도 많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펑크/하드코어적이면서도, 그것이 지닌 한계를 돌파 해 낸, 한마디로 자신이 모두 해치우는 그들만의 정신적 아이덴티티는 말 그대로 sXe 의 궁극 그 자체라 볼 수 있겠다. 실천파 다운 노선이자 결론, 칭송해야만 할 것이다.
여담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각 밴드의 해산 활동 이후의 행보 역시 눈여겨 볼 부분이기도 하다. 밴드의 리더 Ian MacKaye 는 음악 역사상 위대한 밴드 레벨까지 도달한 Fugazi 로의 활동을 이어갔으며, 자신들의 음반을 내고 유통하기 위해 만든 레이블이자 저렴한 가격의 씨디유통과 펑크락쇼를 추구하며 진정한 DIY 활동을 보여 주었다. 기타리스트 Jeff Nelson 은 Ian 과 함께 레이블이자 사회운동의 연장이기도 한 Dischord 를 경영에 힘썼고, 다양한 밴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또 다른 기타리스트 Brain Baker 는 펑크/하드코어 음악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한 밴드 Dag Nasty 의 핵심요원으로 활동했으며, 90년대에 들어서 미국 펑크 레전드 Bad Religion 이 멤버로 가입하여 지금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베이시스트 Steve Hansgen 은 명 하드코어 밴드 Goverment Issue 의 활동 및 프로듀서로의 커리어를 시작, Tool 의 데뷔 EP Opiate 를 프로듀스 하는 등의 활동을 보였다. 또 다른 기타리스트 Lyle Preslar 는 호러 펑크 밴드 Samhain 에서도 뛰었고, Caroline Reocrds 에서 근무하며 Ben Folds, Chemical Brothers, Fatboy Slim 과 같은 아티스트들과 비즈니스를 전개 했다고도 전해진다. 이러한 부분 역시 나름 대단하지 않은가?
자 이정도 살펴보면 될까나? 아마 적당하지 않나 싶다. Minor Threat 는 이러한 밴드다. 음악적, 사상적으로 완벽했고, 펑크/하드코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장르 및 사회 구성요소들에 큰 영향을 준 밴드란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업적을 달성 해 낸 두가지 시대의 존재와 우월을 가리가 힘든 카리스마와 업적은 더더욱 “최고의 앨범을 선택 해 보자” 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힘들게 만든다. Minor Threat 라는 존재는 한장으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역사 전체를 이야기 해야만 하는 특별난 존재이다. 그렇다면 앨범이라는 포맷의 우열과 최고를 논하는 이 자리에서 가장 정답에 근접한 결론은 무엇일까나? 그들의 전체적 역사를 담은, 그들의 위대한 행보에 대한 의문감 제시 및 탐구 활동을 유발 시키는데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베스트 앨범격의 앨범 Complete Discography 가 가장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좀 어거지 같은 답일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래저래 많은 위대한 업적과 후폭풍을 남긴, 단 하나의 시기조차 빠트릴 수 없는 Minor Threat 라는 존재에게 가장 어울리는 한방이라는 점이다. 모두 모았다. 훌륭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음반의 가치보다 더 위대한 그들의 업적을 담는 하나의 그릇으로도 완벽하다. 더 이상의 명안은 없다. 이 앨범으로 많은것을 얻으시길 바랄 뿐이다.
- Mike Villain
Minor Thr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