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town Killer #02] 시나위 – Down And Up (Oasis, 1987)
솔직하게 말해서 90년대 중반 부터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오랜 시간동안 시도한 “제대로 락을 해 보자” 가 제대로 된 형태로써 결론이 내려지기 시작 한 것이 그때다 말이다. (한국 락 음악 명반 순레인 이 코너의 1번 타자로 Crash 를 거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적 장르로의 심도있는 레벨의 이야기는 그 시기부터 하는것이 옳지만, 그래도 그 이전의 것들에 대해서 그냥 넘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시행착오 없이 좋은 결과물이 없지는 않던가? 또한 좋은 형태의 과정이 있었기에, 위대한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던가? 그 중에서 가장 뜨거운 도전을 보여 주었던 80년대 한국 헤비메탈씬을 두고서 그냥 넘어 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한국 락 음반 명반 순례를 나서는데 있어서 가장 확실한 한방은 누가 될 것인가.
80년대 한국 헤비메탈들이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열악한 사회/문화/테크놀로지적인 상황에 비해 훨씬 좋은 결론을 내 놓았던 밴드들도 참으로 많은데, 그 중에서 80 헤비메탈 트로이카인 시나위, 백두산, Black Syndrome 의 존재는 반드시 거론해야만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라는 현재의 명제에 가장 걸맞는 필살기와 같은 한방적 팀은 뭐니뭐니 해도 시나위가 아닌가 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패널티를 달고서 행한 용감무쌍한 활동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결론을 내린 바 있는 한장, Down And Up 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나위는 화려하게 등장했고, 지금도 화려하게 평가받곤 한다. 그리고 그 원동력에는 데뷔 앨범이 존재한다. 나는 그 의견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빠르게 레코드 레이블과 계약을 이뤄 낸 동시에 상업적 힛트로 인한 헤비메탈에 대한 인식변화와 자리매김을 한 그라운드브레이커인 그 앨범에 대한 업적과 시나위 역사상 최고의 킬러 넘버인 “크게 라디오를 켜고” 의 존재감은 대단함은 나도 인정 하지만, 그 앨범은 “헤비메탈” 이라는 음악이 지닌 서브 컬쳐적인 컬트한 맛을 내는데에는 한참 모자르지 않았나 싶다. 계약과 동시에 앨범을 만들어야만 했고, 1주일 이란 시간안에 앨범 제작에 필요한 곡을 만들어 냈고, 녹음 및 믹싱까지 3일이 소요 되었는데 될 리가 있을까? 막말로 데뷔작은 시기적인 의미만이 있을 뿐이다. 냉정하고 잔혹하게 말해서 헤비한 가요일뿐, 헤비메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시나위에 대한 비난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지 말아줬음을 좋겠다. 왜냐고? 이는 모두 2번째 앨범인 Down And Up 의 위대함을 제대로 띄우기 위한 밑밥깔기일 뿐이니까 말이다.
1집이 너무나도 모자란다는 사실은 밴드의 리더 신대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지는 더더욱 2집의 위대함의 원동력인 “노력과 결과” 로 이어진다. 그러한 부분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바로 곡들이 지닌 스타일이다. Down And Up 은 한국이라는 사회가 지닌 정치/경제사정, 녹음 테크놀로지의 부재가 어떻던 간에 들려주는 음악 자체가 결국 멋진 헤비메탈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결과물들을 내 놓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헤비메탈이라는 결과물은 80년대 시점에서 바라 봤을때 “80년대 헤비메탈에 어울리는 모든것”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80년대 헤비메탈 하면은 70년대부터 락앤롤/블루스/하드락적인 뿌리에서 발전 된 정통파, 그리고 80년대 들어서 열기를 띈 글램/뉴웨이브 펑크의 대중적 요소를 극단화 한 (변종?) 글램 메탈파로 대충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나위는 그 두가지 스타일을 모두 섭렵하며 앞서 말한 “80년대 헤비메탈에 어울리는 모든것” 을 제대로 보여준다.
앨범의 초반부는 대중적인 노선의 락앤롤/글램메탈적 사운드를, 후반부에는 정통 헤비메탈 및 그 노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발전상적인 사운드를 작렬 시킨다. Van Halen 과 같이 대중적이면서, 글램메탈 계열의 스타일이 지닌 음악적 레벨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양질의 락앤롤 성향의 헤비메탈 넘버들인 “새가 되어가리” 와 “마음의 춤은” 은 앨범 초반부를 책임지는 투톱 넘버들이다. 그리고 중 후반부에 위치한 “시나위” 같은 곡은 정도의 길을 걸으면서 대중적 타협점 없이 강렬한 발전을 이뤄낸 헤비메탈 넘버로써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는 넘버이며, 뒤를 잇는 인스트루멘탈 넘버인 “연착” 은 그러한 강렬한 발전상에 80년대 특징 중 하나인 연주 테크닉의 향연이 추가 된 넘버이다. 특히 “연착” 그 당시의 최첨단 헤비메탈을 완벽히 이해하고 구사 해 내는데 성공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이 앨범을 특징을 한번에 보여주는 최고의 하일라이트가 아닌가 한다. 게다가 이러한 넘버들의 남다른 스피드는 막말로 쓰래쉬 메탈의 탄생에 중추를 이루는 스피디한 정통 메탈의 묘미도 보여주지 않던가? “한국 프로토 쓰래쉬 시초 넘버” 로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뿐인가? “한국 최고의 펑크락 넘버” 라 부를 수 있는 “진실한 모습”, 전형적인 파워 발라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척 하면서 클래식 하드락에서 간간히 선보이던 거대한 스케일의 음악적 위대함을 뽐내는 넘버 “해 저문 길에서” 와 “들리는 노래” 같은 노래들의 뛰어난 센스와 재능도 빠질 수 없는 이 앨범의 강점이다. 한마디로 Down And Up 은 80년대 헤비메탈 하면 논할 수 있난 모든 스타일을 보여준다. 데뷔작의 허술함과는 180도 상반되는 대단한 센스로 말이다.
음악적인 부분의 노력과 결실도 대단하지만, 개개인이 지닌 개성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 3대 기타리스트”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테크니컬한 기타 플레이어로만 인식되곤 하지만, 뛰어난 작곡 능력과 멜로디/리프 메이커로의 대단한 재능 또한 멋지게 보여주며 진정한 의미의 기타리스트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신대철의 존재는 당연히 위대하며, 타고난 면과 노력하는 면/테크니컬한 면과 스타일리스트의 면 모두 제대로 보여주는 김종서의 보이스, 그 두명에 과하게 가려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 두명의 센스에 못지 않은 헤비메탈 및 헤비메탈 그 이상의 센스를 제공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강기영과 드러머 김민기의 백업도 만만치가 않다. 또한 이러한 서로간의 재능과 센스를 서로가 잘 백업 해 주면서 서로서로 돌아가며 재능을 발산 해 내는, 소위 “팀웍” 적인 면도 굉장하다. 다양한 스타일의 구축과 모든 멤버들의 균형잡히고 부족함이 없는 테크닉/센스의 발산의 완벽함은 바로 그 “팀웍” 의 증거이다. 가사 센스도 생각보다 귀 귀울여 체크 할 만 한데, 군부독재 시절의 살벌한 검열을 거쳤지만, 헤비메탈 특유의 메시지와는 좀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꽤나 잘 어울리는 문자적인 재미를 남겼다는 점도 빼 놓으면 섭하다고 할 수 있겠다.
Down And Up 은 그러한 앨범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의 비정함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고 찾아오는 법이다. 시나위가 살던 80년대는 간단하게 말해서 “극에 달했다” 라는 단어 외에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던 때였다. 진정한 헤비메탈을 구사하고픈 욕망과 사회, 정치, 기술적 문제점과의 간극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간에 시나위는 성공했다. 다양한 방면에서 말이다. 그것도 더 이상 “한국이라는 열악한” 이라는 수식어가 개소리일 정도로 모든것이 안정되고 풍족한 2012년의 최첨단 한국의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말이다. 80년대의 수많은 파이오니어들의 앨범들은 도전만으로 가치가 높다. 하지만 시나위의 2번째 앨범은 분명 “도전” 이라는 부분을 넘어, “음악적 가치” 를 논할 물건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 어떤 밴드보다 뛰어나게 말이다. 시나위의 진정한 가치는 “시기로써 첫번째였던” 데뷔작이 아닌, “진정한 메탈의 완벽한 완성” 을 담은 Down And Up 으로써 평가 받아야만 옳을 것이다.
- Mike Villain
마음의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