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wl – Are We All Angels (Dead Oceans, 2025)

Scowl – Are We All Angels (Dead Oceans, 2025)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 높은 통굽의 부츠를 신은, 60년대 빈티지 패션으로 중무장한 여성이 프론트맨으로 있는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리바이블 밴드. 그것이 Scowl 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은 그러했습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인상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또야?” 하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펑크/하드코어를 자기들 멋대로 이해하고 해체하고 기괴하게 조립하여 올드비들의 심기를 과하게 건드린 건방진 애새끼 밴드들” 에게 충분히 질린 데다가, 여성 보컬이 전면에 나선 밴드 특유의 “판에 박힌 10대 감성의 1차원적 여성 메탈/펑크 전사 캐릭터 연기, 거기서 발생되는 자아도취를 보며 발생되는 불쾌감” 또한 꽤나 많이 경험한 상태였기 때문 이었죠. Scowl 의 첫 인상은 솔직히 그들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했어요. 하지만 그러한 지례짐작은 데뷔 풀렝쓰 How Flowers Grow (2021) 를 딱 한번 정주행 하자마자 깨졌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들은 진짜배기 밴드였어요.

Scwol 의 데뷔작 How Flowers Grow 은 제대로 된 80년대 하드코어 펑크를 들려 주었습니다. 짦은 러닝타임, 심플하고 광폭한 굉음과 스피드의 표출, 그에 걸맞는 분노 어린 스크리밍, 뭔가 그럴싸하게 꾸미기 보다 있는 그대로, 타고난 무언가를 그대로 질러 버리며 청자에게 “물건” 임을 바로 각인 시키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미쳐 날뛰던, “그것” 이 충만한 앨범 이었어요. 원초적인 하드코어 펑크를 구사 하면서도 꽤 괜찮은 훅을 기막힌 타이밍 마다 끼워 넣는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Black Flag, The Circle Jerks, Descendents, Minor Threat, Bad Brains 와 같은 A급 하드코어 펑크 빅네임들 에게서 느꼈던 것들을 이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느꼈구요. 그러한 히어로들의 아이덴티티를 2020년대 식으로 알맞게 (=대중적 어필 보다는 장르 음악 특유의 강력한 아이덴티티 고수에 매진 했다는 의미!) 어레인지 해 내는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무엇보다 요란하고 독특한 패션/비주얼의 프론트우먼이 시선을 강탈할 정도지만, 타 여성 보컬 탑재 밴드와는 다른, “무대 위에서 강렬함을 표현하는 멋진 나” 를 강조하기 보다는 “멋짐이고 나발이고 특저 장르 음악 특유의 광기 머금은 프론트맨/우먼의 전통을 제대로 보여주마” 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점은 정말 최고 였습니다. “진짜” 가 보여주는 모든것이 담겨 있었어요.

그리고 2년뒤 발표한 EP Psychic Dance Routine 은 Scwol 이라는 밴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거친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살아 있는 가운데 팝펑크, 얼터너티브, 인디 기타팝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90년대 초중반의 얼터너티브 시대의 바이브와 그에 걸맞는 아티스트한 바이브를 은은하게 묻히기 시작하며 자신들을 정의 할 수 없는 매우 독창적인 존재로 변화 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었죠. Liz Phair, The Muffs, L7, Babies In Toyland 와 같이 90년대를 화끈하게 달군 여성 얼터너티브 히로인들의 계보가 다시금 이어지는가 싶을 정도의 느낌 또한 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분 좋은 예고편일 뿐 이었습니다. 왜냐면 2025년 신작이자 두번째 풀렝쓰인 Are We All Angels 에서 그 좋은 느낌을 매우 근사하고도 위대하 귀결 시켰기 때문이죠.

Are We All Angels 은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자연스럽고 거친 아이덴티티 표출의 미학을 충분히 챙긴 가운데, 다양한 음악적 아우라를 자연스럽고도 묵직하게 남기는데 성공한 한장 입니다. 심플하게 말해서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 90년대 얼터너티브 + Riot Grrrl 아이덴티티의 계승과 재해석” 이 행해진 괴물과도 같은 한장이죠. 음악 자체는 심플 합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1차원적인 심플/스트레이트의 쾌감, 아티스트리를 듬뿍 담은 90년대 기타팝/얼트팝의 진수를 들려주죠. 거기에 지적인 섬세함과 하드코어 펑크 밴드 보컬다운 격렬함이 모두 담겨 있는 완벽한 형태의 여성 아티스트로의 강렬한 아우라가 더해져 정말로 기립박수감 나올만큼의 완벽한 밸런스/깊이감도 전해 줍니다.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90년대 얼터너티브, 2000-2020년대 펑크/하드코어씬의 긍정적 음악적 시프트/어레인지를 통해 “하드코어 펑크의 긍정적 음악적 변화상의 집대성” 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잘 담았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장점으로 반드시 거론 해야만 합니다. 장르 음악 특유의 비타협적 카리스마와 대중적인 파퓰러함을 다양한 곡들과 완벽한 곡 배치 및 앨범 전개/흐름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퀄리티로 만들어 냈다는 점은 너무나도 인상 깊기 때문이죠. 장르 음악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매우 대중적 이면서도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 넘치는 독창적 음악을 과감히 시도하고 결실을 맺은 Turnstile 에 이은 차세대 빅띵으로의 아우라가 엄청나다는 말 또한 꼭 남기고 싶기도 하네요. 더 많은 앨범 세일즈를 위해 거리낌 없이 아티스트의 음악적 노선을 뜯어 고치는 메이저 레이블이 아닌, 아티스들의 음악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 충분한 서포트를 해 주는 준-메이저급 레이블 Dead Oceans 와의 공조 또한 아주 모양새가 좋고, 이 앨범의 큰 도움이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점 또한 숨겨진 재미이기도 하구요.

이들의 두번째 앨범인 Are We All Angels 는 올해의 앨범급을 넘어, 2020년대 헤비니스 명작을 넘어, 올타임 헤비니스 클래식이라 해도 무방한 한장 입니다. 장르 음악 특유의 마이너 코드가 모두 살아 있고 대중적인 킥, 예술적, 여성적 등 다양한 코드들이 이상적 음악 형태로 조화되고 융합되어 반박불가의 최고의 결론만을 도출 해 내고 있는데 이를 어찌 단순히 “명작” 정도로 치부 할 수 있을까요? The Runaways, Girlschool, Blondie, Bikini Kill, Hole 과 같은 빅네임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는 “반드시 Scwol 를 기억 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Are We All Angels 는 그런 위치의 한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