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rown – Idaho (Closed Casket Activities)

Ingrown – Idaho (Closed Casket Activities)

2015년에 미국 아이다호 보이스에서 결성, 지금까지 2장의 풀렝쓰 앨범을 발표한 Ingrown 은 약간 식은땀을 동반한 갸웃함을 청자에게 선사하는 하드코어 펑크 밴드입니다. 매우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주지만,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균적인 하드코어 펑크 아젠다” 와 거리가 꽤나 먼 아이덴티티를 지녔죠. 보수적 색채가 매우 진한 아이다호 출신의 하드코어 밴드라는 것부터 싸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으로 시작, 카우보이들이나 즐길법한 통 넒은 청바지와 커다란 벨트 버클, 앞이 뾰족한 가죽부츠를 입고 무대에 오릅니다. 카모 무늬 옷도 즐겨입고, 총기에 대한 애정/집착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법한 가사들이 별 다른 비유 없이 스트레이트 포워드하게 작렬하며, 뮤직비디오에서 총기, 더트 바이크, 픽업 트럭을 신나게 즐기는 모습 까지도 자랑스레 내 비칩니다. 마리화나 또한 뻑뻑 펴대더군요. 스트레이트 엣지 라이프를 지향 한다면서 마리화나 피우는 모습을 자주 내 보였기에 미국 펑크/하드코어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꽤 있었다는 것도 구글링 해 보니 바로 나오네요? 여튼 여러모로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범상치 않은 친구들 이에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재선으로 인해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적인 현재 상황을 보면 더욱 더 이들의 레드넥한 면모는 멀리 떨어진 한국서 보는 제가 다 두근 거릴 정도 입니다. 미국 펑크/하드코어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도심 좌파/리버럴 성향이 진하고, 우파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주저함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에게 시비 걸거나 대립각을 세우는 이들도 없고, Ingrown 역시 미국 시골적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표출하는 정도로만 선을 넘지 않기에 큰 문제는 (아직까지는) 없는 편 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부터 미리 깔고 가느냐면 이들의 2번째 앨범이자 2025년 신작인 Idaho 가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 입니다. “올해 나온 앨범들 중 필청급” 이라는 수식어를 꼭 붙여야만 할 정도로 음악적 강렬함이 너무나도 뛰어나죠. 짦고 빠르고 강렬한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의 묘미, 80년대부터 2025년까지 꾸준히 진행 된 메탈릭한 어프로치의 도입 및 각 시대/지역마다의 변화상을 제대로 담았으며, 아주 간결하게 구사하며 하드코어 펑크라는 장르의 본질에 극단적으로 충실한 한장 입니다. 나쁠 이유가 전혀 없어요! Bad Brains 와 같이 짦고 빠르며 연주적/작곡적으로 훌륭한 모습, 보스턴 하드코어 초창기 특유의 심플 & 메탈릭 어프로치의 사운드와 그에 걸맞는 간결한 공격적인 메시지 표출, 패스트코어/파워바이올런스 적인 짦고 굵직한 구성력의 극한적 매력, Terror 와 같은 밴드들의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의 메탈릭한 발전상 등등등…. 하드코어 펑크의 격렬-심플-분노/적대심에 대한 핵심적 표출만을 가득 담고 있지요. 40년 넘게 징글맞게 반복된 하드코어 펑크 공식들이지만, 그 본질을 완벽히 이해하고 그럴싸 하게 보일만한 군더더기 치장 없이 그냥 1분대의 러닝타임으로 “조지듯 질러버리는“ 곡들로 가득한 본작은 가희 놀랍다는 표현 뺴고는 별 달리 할 말이 없군요.

Bad Brains, SS Decontrol, DYS, Cold As Life, Cro-Mags, Siege, Terror, Trash Talk 와 같은 밴드들이 한방에 모여 짦고 빠르게 조져버린 한장, 그것이 본작 입니다. 3인조 라는 의외성도 그들의 짦고 굵은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는 점, 미국 수꼴 레드넥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하지만 그에 비해 음악적 인상 및 설득력 너무 강해 나도 모르게 색안경 벗고 이들에게 빠져든다는 점, 2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을 즐기고 나면 찾아오는 ”원래 하드코어 펑크가 이런거긴 한데, 2025년에 이렇게까지 본질 탐구에 지독하게 매진할 필요가?“ 하는식의 역설적 놀람 포인트의 제공까지, 정말 대단한 한장 이네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잘되던 망하던 상관치 않는 진짜배기 다이하드함을 지닌 무서운 한장 입니다. 간만에 이렇게 다방면으로 빠꾸없는 매력이 밴드/앨범을 만나다니…. 지치네요. 하지만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