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ames – Foregone (Nuclear Blast, 2023)
개인적인 악의를 슬쩍 담아 In Flames 의 최근 행보에 대한 평가를 내려 보자면 ”최근 10년간의 그들의 행보를 살펴 본다면 그리 뭐 신경 쓸 필요 있겠습니까?“ 가 될 겁니다. 밴드가 반드시 팬들이 원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지만, 무엇보다 밴드가 하고 싶은 음악적 노선을 걸어야 하고 그 행보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응원부터 해 주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결과물은 아니더라도 그러한 변화상이 나름 음악적 설득력이 있는 행보라 한다면 존경심을 담아 칭찬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늘 가지고 음악을 접하고 있지만 말이에요. 그만큼 In Flames 의 지난 10여년 새의 앨범들은 정말 별로 그 자체였습니다.
말 나온김에 속 시원하게 지르겠습니다. A Sense Of Purpose (2008), Sound Of A Playground Fading (2011), Siren Charm (2014), Battles (2016), I, The Mask (2019) 까지 죄다 별로고 돈 들이고 시간들여서 접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이에요. 정말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In Flames 하면 생각나는 유러피언 감성적 멜로디 대방출 같은건 예전에 많이 해 왔고, 매 앨범마다 모던한 느낌을 더해 개조/보완하며 완벽 그 자체로 마무리 지어 놨기에 의도적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마인드는 이해한다 이겁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채워 넣지 못했죠. 워낙에 앨범을 자주 내 온 밴드이기에 빈 자리를 채워 넣어야 할 음악적 할당량이 부족 한것도 (오랜 팬으로써) 이해 합니다. 하지만 앨범이 하나 하나 늘어나며 보이는 것은 그 음악적 빈 공간을 채워 넣으려는 노력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못해 불성실한 모습을 대놓고 보여 주었다는는 점은 간과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과거에 만들어 논 여러 명반/명곡에서의 바이브를 슬쩍 재탕하는 좋지 못한 모습까지 나왔죠. 화가 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초중반기의 수려한 멜로디 라인의 다양함의 노스텔지어도 보여주지 않고, 중후반기의 멜로딕 데스메탈을 넘어 그들만의 유니크한 모던 헤비니스로써의 패기도 보여주지 않는다? 앨범이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 이전에, 최근 10년간의 In Flames 는 불성실 그 자체였어요.
솔직히 이번 앨범 Foregone 역시 ”나오던지 말던지 내 알빠노?“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행보가 형편 없는데 뭐가 기대 될까요? 심지어 음악 활동에 한계를 느낀 왕년 멤버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 오리지널급 멤버는 보컬 Anders Friden, 기타 Bjorn Gelotte 두명만 남아 버린 상황이기도 한데 기대가 어찌 되겠습니까? 전혀 안되죠. 하지만 작년 2022년 6월에 공개 된 신곡 비디오 클립인 State Of Slow Decay 는 지금까지의 기나 긴 개인적인 불편한 감정 모두가 순식간에 풀리는 마법이 담긴 곡이었습니다. 보컬 라인이 등장 하기도 전부터 “이건 내가 알고 있던, 내가 바라던 In Flames 다” 라는 느낌이 뇌리를 강하게 때려 주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까요? 2023년에 나온다는 신보 Foregone 만큼은 그래도 한번 정도는 진득하게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의무감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감상부터 간단하게 정리 하자면 ”In Flames 의 진정한 컴백“ 그 자체 입니다.
신보 Foregone 은 In Flames 가 다시금 멜로디를 구사하기 시작한 앨범 입니다. 네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죠. 멜로디를 탑재한 In Flames 는 무적 그 자체이니까요. 기타 연주 테크닉을 위시로 한 의한 빠르고 정교한 그것은 아니지만,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 하면서도 메탈 특유의 변화무쌍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선 굵은 멜로디 라인의 체계적인 등장은 정말 얼마만이지 모르겠네요. 이렇다 저렇다 분석 보다 일단 반갑기 그지 없는 마음이 앞설 정도로 그저 너무나도 기분이 좋을 지경일 정도로 과거 스타일이 팍 살아 났어요. 멜로디라인의 부활 뿐만 아니라, 중후반기 앨범들에서 보여 준 유러피언 메탈 멜로디 라인에 잘 녹아 든 미국식 모던 헤비니스 그루브 센스의 튼실한 보수공사도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앨범들의 탈-멜로딕 데스메탈 스타일의 슬로우 템포 넘버들도 적잖게 자리잡고 있는 인상이기도 합니다. 과거 앨범들의 멜로디와 헤비 그루브가 잘 섞여주니 “진작에 그렇게 하지” 혹은 “최근 스타일도 이렇게 하니 근사하네” 하는 포용적인 마음가짐도 생기게 될 지경 입니다. 오리지널 멤버가 두명 뿐이지만, 하나 둘 채워진 새 멤버들과의 호흡도 아주 좋습니다. 멤버가 바뀐게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왕년 In Flames 의 바이브가 각 멤버/파트마다 완벽 합니다. Megadeth 의 후반기 커리어에 큰 보탬이 된 기타 테크니션 Chris Broderick, Scary Kids Scaring Kids 와 Chiodos 에서 활약 한 드러머 Tanner Wayne 은 그들만의 연주색이 진함에도 불구하고 In Flames 에 완벽한 부활에 헌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팀에 녹아 들었습니다. 이 또한 새 앨범의 소소한 감상 포인트 이기도 하네요.
신보는 컴백인 동시에 진화이기도 한 앨범이 아닌가 합니다. Whoracle 앨범이 생각나는 굵직 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멜로디 라인의 대방출이 있고, Come Clarity 앨범이 생각나는 In Flames 만의 스타일로 귀결 시킨 모던 헤비니스 진화의 끝 또한 있습니다. 살짝 살짝 등장하는 어쿠스틱 기타 노스텔지어는 The Jester Race 를 아련하게 떠오르게 하고, 중반부의 미드-슬로우 템포의 심플한 구성의 곡들은 최근 앨범 스타일의 연장선 이기도 하죠. In Flames 의 13번째 앨범인 Foregones 은 지금까지의 In Flames 스타일을 하나 하나 꺼내들어 세심히 갈고 닦은 한장 입니다. 그와 동시의 과거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신보”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새로운 느낌까지 갖추는데 성공했죠. 컴백과 진화를 동시에 그 자체인 한장 입니다. 그저 컴백으로만 이 앨범을 평가 할 수 없게 만드는 진화 또한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중반부 페이스가 좀 많이 최근 앨범 마냥 느슨 하기에 조금 모양새가 빠지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합격 그 이상 입니다. 그런 단점은 다음 앨범에서 보완 하기를 기대 해 봅시다. 그러보니 In Flames 라는밴드의 차기작이 기대 되는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그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이야 말로 신보 Foregone 의 정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