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gy Pop – Every Loser (Gold Tooth/Atlantic, 2023)
최근 몇년간 발표 된 Iggy Pop 의 앨범들을 살펴 본다면, 그를 간략 하고도 확실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문구인 “Godfather Of Punk” 가 그의 재능을 속박하고 있는 좋지 못한 수식어 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The Stooges 와의 리유니언 앨범 및 투어를 무사히 마친 뒤에 발표한 4장의 솔로 커리어 앨범 Préliminaires (2009), Après (2012), Free (2019) 가 그것을 명확히 알려 주더라구요. Iggy 는 그 4장의 앨범을 통해 프렌치 샹송/재즈, 엠비언트, 스포큰워드 등의 그 답지 않은 장르를 추구 했습니다. 그런 행보는 그에게 절대로 어울리지 않다 못해 커리어 자살행위 마냥 비춰 졌지만, 그가 지닌 멋진 보이스톤을 중심축으로 행한 고해성사적 코드의 예술혼 표출은 의외로 설득력이 강했습니다. 광기의 Iggy Pop 을 원했던 사람들 주머니에서 신보를 사 줄 돈이 흘러 나오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게 뭔 어울리지도 않는 예술가 놀음이냐며 악담을 퍼붓지는 못할 수준 그 이상은 되었죠. 긴 음악 커리어를 통해 오염 된 자신의 멘탈 세계를 이러한 지적 커리어를 통해 개선 했다는 인터뷰 코멘트를 남길 정도였으니 그런 행보가 어찌 아니 중요 하겠습니까? 이러한 지적 아티스트로의 행보는 실패작으로 평가받던 앨범들인 Zombie Birdhouse (1982), Avenue B (1999) 같은 뜬금포 앨범 마저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구나” 라는 재발견의 시간마저 선사 해 주었지요.
그리고 2022년 말, Iggy Pop 의 신보이자 19번째 솔로 앨범이 2023년 1월에 발표 된다는 소식과 함께 새 앨범 수록곡인 Frenzy 가 공개되자 분위기는 다시금 반전 됩니다. Iggy Pop 이 다시금 대중에게 알려진 그만의 에너지와 광기를 다시금 꺼내 들었기 때문 입니다. 게다가 신보에는 Red Hot Chili Peppers 의 드러머 Chad Smith, Guns N’ Roses 의 베이시스트 Duff McKagan, Blink-182 의 드러머 Travis Barker, Peral Jam 의 기타 Stone Gossard, Jane’s Addiction 의 기타 Dave Navarro 등의 호화로운 게스트도 참여 한다는 소식 또한 들려 왔습니다. 그렇다면 Iggy Pop 은 다시금 광기의 Godfather Of Punk 로의 페르소나로 돌아와서 지랄 한판 제대로 때려주는 것일까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2023년 벽두부터 발표 된 앨범이자, 그의 19번째 풀렝스 앨범인 Every Loser 는 그가 지닌 모든것을 담으려 한 매우 야심찬 앨범이기 때문이죠. 광기의 에너지가 펑펑 터져 나오는 세간이 인식하고 있는 Iggy Pop, 그리고 그러한 행보 중간중간 행했던, 최근 몇년간 행했던 지적인 아티스트로써의 Iggy Pop 모두를 보여주려는 야심 말이에요
신보 Every Loser 는 Iggy Pop 이라는 인물의 모든 걸 들려 줍니다. 그의 음악 커리어가 시작 된 1967년부터 지금까지 행한 모든 것을 말입니다. 개러지 락의 에너지와 사이키델릭 시대의 낭만을 폭력과 광기로 뒤튼 The Stooges 의 시대, 그 광기를 어느정도 남겨 두고 David Bowie 의 서포트 속에 행했던 베를린 시절의 예술적 포스트 펑크 커리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그 다운 꺼끌함을 패셔너블하게 잘 녹여 냈던 80년대 말 – 90년대 초의 MTV 락커 시절 10-20대 얼트/펑크팬들에게 한 수 보여주려 꽤나 준비 했던 90년대 모던-빈티지 공존의 시대, 최근 10년간의 자아성찰적 코드의 아티스트 커리어 까지 전부 말이죠.
그렇다고 이 앨범을 앤솔로지 베스트 앨범 같은 흐름으로 진행 되겠지 하는 내리 짐작은 절대 삼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앨범은 예전에 했던거 재탕 삼탕한 구성이 절대 아니에요. 지금까지의 자신의 커리어를 하나 하나 세세하게 되새김 하는 한편으로, 그 긴 커리어를 하나의 트랙 안에 버라이어티 하게 표현 해 내려는 노력과 야심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지기 때문이에요. 더 나아가 각 트랙마다 그가 지닌 광기와 예술혼의 비율을 다르게 조절하여 매 트랙마다의 재미와 의미를 잘 살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곡 한곡 쌓아 두고, 좋은 흐름을 이어 가게끔 고심해서 배치하여 만들어진 앨범 전체적인 진행미 또한 완벽하죠. 거부감 없이 술술 귀에 걸리는 청취자 우선 위주의 흐름 또한 좋은 모습이에요. 신나는 락앤롤 타임을 듬뿍 즐기게 해 주고 나서 “Iggy Pop 이라는 인물이 60년대 후반부터 2023년 벽두까지 이런저런 의미 있는 것들을 했습니다. 멋지죠?” 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청자에게 전달 해 주는 모습은 정말 고맙기 그지 없더라구요? 자연스레 “네! 멋져요!” 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건 덤이고 말입니다. 게스트들과의 호흡도 좋았습니다. “같이 했다” 로 끝나지 않고, “같이 해서 뭔가 흥미진진한 무언가를 남겼다” 로 끝나서 좋았다는 말이에요. 러닝타임도 이것 저것 할 거 많은 시대에 부담없이 즐기고 이해하기 딱 좋습니다. 단 35분!
어찌보면 Iggy Pop 솔로 커리어에 있어 1-2위를 다툴 앨범이 본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Iggy Pop 의 커리어는 그의 음악적 목표에 도달하면 너무 매니악 했고, 먹고 살기 위해 행했던 상업적 코드의 앨범은 그만의 까칠한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의 평가는 그다지 잘 해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Iggy Pop 이 이렇게나 훌륭한 자신만의 절충안을 가지고 나왔다라… 어찌 이게 아니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앨범이 아닐 수 있을까요? 진정한 의미의 Iggy Pop 앤솔로지, 그 자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앨범마다 대표곡 하나씩 뽑아서 주욱 나열하는 그런 앤솔로지가 아닌,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의 모든것이 담겼으며 새 앨범만의 흥미로움이 살아 있는 리얼 빡킹 앤솔로지 말이에요. 말 그대로 퍼펙트 한 작품 입니다. Iggy Pop 의 지금까지의 모든것을 의미있게 만드는 한편, Iggy Pop 이라는 인물을 접하는데 있어 매우 즐거운 한때를 만들어 주는데 완벽 하다는 말이죠. 그를 오래 아는 사람이건, 처음 접하는 사람이건, 그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한장 입니다. 올드팬이면 Iggy Pop 의 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그를 몰랐던 신규 팬이라면 그의 길고도 복합한 커리어를 탐구 해 내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세대를 초월하는 팬 베이스를 만드는 아티스트야 말로 진짜배기가 아닌가 하는데, 이 앨범이 그런 역활을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요. 그러한 끝내주는 앨범 입니다.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