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99o9 – Skin (DTA/Elektra)

Ho99o9 – Skin (DTA/Elektra)

Elivs Presley, Little Richard, Jimi Hendrix, Average White Band, Bad Brains, Beastie Boys, Living Colour, Body Count, Dub War 등등등… 흑백의 음악적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시대의 혁명적 밴드를 개인적으로 많이 경험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Ho99o9 라는 밴드의 존재는 너무나도 충격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이들의 흑백경계 붕괴 공식은 너무나도 새로우며, 소름이 쫙 돋을 정도로 청각적으로 급진적이기 때문이죠.

바이오그래피만 적당히 살펴보면 이들이 얼마나 음악적/문화적 급진파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습니다. 아트 스쿨 재학생과 스트리트 허슬러를 맛깔지게 섞은듯한, (조금 무례하게 정의해서) 전형적인 힙합 영스터 2인인 theOGM 과 Eaddy 는 자신들이 디깅하던 “요즘 힙합” 말고도 흥미진진한 음악이 많음을 인지하고 하나 둘 자신들의 음악적 자양분으로 빨아 들이며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확장 시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빨아들인 음악들이 하드코어 펑크, 인더스트리얼 메탈, 하드코어 테크노, 뉴메탈, 그라인드코어, 호러코어, 씬스웨이브 등 “서로간의 경계선이 확실한” 장르라는 점 입니다. 게다가 패셔너블한 믹스도 아니었죠. Slipknot, Godflesh, Napalm Death, Extreme Noise Terror, Three 6 Mafia, Bad Brains, Atari Teenage Riot, Death Grips, Jean-Michel Jarre 가 조그만 지하실에 모두 모여서 “다들 한번 X 돼 봐라” 하고서 각자 유닛들이 지 꼴린대로 연주 해 버린 순간을 부트랙 녹음 한 듯한 당혹스런 믹스쳐, 그것이 Ho99o9 의 음악 입니다.

온갖 컬트 장르가 뒤 섞였기에 라이브 활동 또한 화제였습니다. 하드코어 펑크 팬, 메탈헤드, 싸이버고쓰 일파, 음악적 오픈 마인드의 흑인 힙합팬 등이 모두 모여 난장판을 펼쳐대는 통에 이들의 이름은 빠르게 알려졌으며, The Dillinger Escape Plan, Marilyn Manson, Slipknot 과 같은 밴드들이 직접적으로 투어 오프닝 액터로 기용하는 등의 화제성이 있기도 했습니다. (Slipknot 의 보컬 Corey Taylor 는 특히나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투어 기용, 신보 참여, SNS 및 음악 관계자들에게 직접적 홍보 등 여러 방면에서 말이죠.)

거침없는 활동속에 2022년에 신보이자 두번째 앨범 Skin 이 발표 되었습니다. Ho99o9 는 bandcamp 라던지, Souncloud 와 같은 인터넷 음원 발표 미디어를 통해서 싱글, EP, 믹스테입을 마구 발표 해 대는식의 활동이 주였기에 풀렝스 발표는 조금 낮설기도 한 편이기도 하네요. 믹스테입적 발표가 주가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의 음악은 꽤나 신선하고 충격적이지만, 아주 인상 깊게 다가오지는 못했습니다. 앞서 표현한데로 “어디 한번 X 돼 봐라” 식으로 온갖 컬트 장르들을 뒤섞어서 내질러 대기만 할 뿐, 그것을 하나의 진지한 작품으로 귀결 시키는 데에는 너무나도 소홀 했기 때문 입니다. 이들의 그동안의 활동은 공포 영화로 따져 보면, “유혈낭자 살인 현장씬의 초과격 표현 논스탑 120분 모음집” 그 자체였지요. 아무리 표현방식이 참신하면 뭐 할까요?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 이라던지, 공포감을 극대화 시키는 각 연기자들의 그럴싸한 연기가 없이 피바다 유발 씬만 그득한데 말이죠. 한마디로 Ho99o9 는 지랄옘병 퍼포먼스 집단일 뿐, 아티스트로 평가 하기엔 매우 시기상조인 상황 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 때문인지 몰라도 저에게 있어 신보의 감상 포인트는 “지랄이 얼만큼 강할지 어디 한번?” 이었답니다. 이들을 진지한 뮤지션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 한 것이 본작 Skin 입니다. 드디어 이들이 과유불급을 깨닮고 “앨범이라는 하나의 포맷에 걸맞게” 체계적인 장르 혼합과 배분,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을 질리지 않게끔 + 스톱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끔 만드는 흡인력을 더해 멋진 작품을 드디어 만들어 내었습니다. 하나의 앨범으로써 체계가 잡힌 본작의 위력은 굉장 합니다. 힙합과 인더스트리얼 메탈이 합쳐지고 뉴메탈 특유의 엔터테인트 코드가 잘 침투 된 첫 푸쉬 넘버 Bite My Face 가 앨범의 중심축으로써 힘을 빡 내 주고 있고 (이들의 본격 지지자 Slipknot 의 Corey Talyor 의 보컬 피쳐링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멤피스 힙합의 악마적 올드스쿨 바이브에 인더스트리얼 디지털 음향테러 바이브를 담은 Slo Bread (이 곡은 남부 힙합의 파이오니어 중 하나인 UKG 의 Bun B 가 피쳐링 한 바 있습니다), Napalm Death 라던지 Extreme Noise Terror 가 바로 떠오르는 아날로그+디지털 블라스트 비트 테러 Lower Than Scum, “흑인들이 하드코어 펑크게 빠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 그 자체인 Bad Brains 에 대한 자신들의 트리뷰트를 담은 Skinhead 등 자신들의 광기를 아낌없이 내뿜으면서도, 청자들에게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거부감 없이 안착 시키는 설득력은 아주 끝내줍니다. 이렇게 만들 줄 알면서도 마구 섞어서 꼴린대로 내지르던 과거의 모습이 더더욱 싫어지고, 더 아쉽게 다가오게 만들 정도네요. 힙합이 섞인 인더스트리얼 메탈 듀오, 인더스트리얼 감각이 섞인 남부 힙합 바운스, 메탈적 공격성이 있는 신디사이저 인스트루멘탈러, 백인 언더그라운드 컬쳐에 능수능란하게 치무하는 첨단 흑인 음악 유닛 등 다양한 팀 컬러가 담겨 있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처럼 이성과 광기를 둘 다 머금고 말이죠.

다시 한번 확실히 정리 하겠습니다. “본작은 Slipknot, Godflesh, Napalm Death, Extreme Noise Terror, Three 6 Mafia, Bad Brains, Atari Teenage Riot, Death Grips, Jean-Michel Jarre 가 광기로 뒤섞인 가운데, 이 광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음악가/아티스트로써의 존재감을 확고하게 남기기 위한 노력과 성과” 라고 말이죠. 이 앨범은 한마디로 2020년대를 대표하는 흑백문화 경계 붕괴/대파괴를 보여주는 한장 입니다. Elivs Presley, Little Richard, Jimi Hendrix, Average White Band, Bad Brains, Beastie Boys, Living Colour, Body Count, Dub War 와 같은 이들과 동급이라는 말이죠. 수많은 음반 청취를 통해 그런 공식들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우습게 보는 우를 절대로 범하지 말기를 기원하며, “2022년에 반드시 들어야 하는 앨범” 이라는 상투적이면서도 확실한 추천을 남기는 바 입니다. 이 신박한 충격 현장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