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nter Brut – Leather Terror (No Quarter, 2022)

Carpenter Brut – Leather Terror (No Quarter, 2022)

빌보드 차트를 휩쓸거나,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유명 음악 언론의 극찬이 따른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2010년대 음악씬의 흥미로운 흐름을 이야기 할 때 씬스웨이브 (Synthwave) 를 왠지 꼭 거론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해변 향략 도시의 남미 마약 카르텔, 일단 주먹부터 날리고 보는 열혈 형사 콤비, 괴상한 살인 테크놀로지를 지닌 외계인의 지구 침략, 도끼나 전기톱을 휘두르는 흉흉한 가면을 쓴 정체 불명의 연쇄 살인마, 저주받은 저택과 마법서, 거기서 미친듯이 흘러 나오는 기괴한 악마와 괴물들, 람보르기니 쿤타치, 폰티악 파이어버드, 로터스 에스프리 같은 파격적 디자인의 각종 슈퍼카 머슬카들의 폭주, CG 효과 전혀 없이 그냥 폭약 설치해서 펑 터트리고 날려 버리며 박살 나 버리는 각종 자동차들, R등급과 X등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와리가리 하는 필요 이상의 폭력 영상 대폭주 등등등… 80년대 영상물에 어울릴법한 빈티지 신디사이저 테마송의 2010-2020년대 골망 레코딩 테크놀로지로 태어난 예상치 못한 일렉트로 뮤직 리바이블인 그것 말입니다.

CD 나 LP 발매 거의 없이 각종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에만 유통하고, YouTube 나 Sound Cloud 와 같이 손쉬운 음,원 공개와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사이트에만 싱글컷들을 무상으로 공개하는 일이 잦고, 풀렝스 앨범 활동 보다는 싱글컷 활동을 주로 하고, 신곡 발표의 텀이 평균적으로 매우 길고, 전업 아티스트로의 이미지보다는 취미로 하는듯한 느낌이 강하고, 그런 성향이 짙어지다 보니 양과 질적으로 하나의 “무브먼트” 로 보기에는 좀 그렇고, 그렇다고 골방 인터넷 유저들의 끼리끼리의 문화로 치부 하기에는 퀄리티가 너무 좋기에 음악 언론이나 대중들의 호평을 크게 이끌어 내는데 있어 찬사를 보내기에는 꺼림직한 심적 부담감이 있다는 약점들이 존재 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몇몇 아티스트들은 꾸준한 싱글 음원 발표, 피지컬 카피 형태의 풀렝스 앨범 발표, 적절한 투어 활동과 페스티벌 참여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려는 “아티스트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화끈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가 하나 있으니, 프랑스 푸아티에 출신의 솔로 프로젝트인 Carpenter Brut 입니다.

스타일리쉬한 호러/스릴러 영화를 만들어 온 거장 감독 John Carpenter 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팀 이름만 가지고도 뭔가 느낌이 딱 오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John Carpenter 가 영화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화 분위기에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신디사이저 기반 일렉트로 테마송 제작에도 큰 재능을 보인 바 있는 “베테랑 뮤지션” 이라는 점 또한 아시는 분도 있겠죠. 그렇다면 굳이 이 리뷰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 됩니다. Carpenter Brut 은 그 이름을 간판에 내 걸 정도로 80년대 호러/스릴러 및 B급 액션 영화에 어울릴법한 일렉트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장인 그 자체니까요.

Carpenter Brut 은 골방 뮤지션으로써 소소한 3장의 EP 활동을 모은 컴필레이션 Trilogy (2015) 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 한 바 있고, 80년대 신디사이저 음악 리바이블 뮤지션 치고는 굉장히 파워 넘치는 사운드로 인해 메탈 및 헤비니스 음악 애호가들로 부터도 적잖은 팬 베이스를 구축 한 바 있는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Carpenter Brut 의 유일무이한 멤버 Franck Hueso 는 Goblin 과 같이 호러/스릴러 영화의 스코어를 담당한 프록 밴드,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적극 받아들인 80년대 아레나 로커들 뿐만 아니라, 각종 익스트림 메탈 밴드의 오랜 팬임을 내 비친 바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한마디로 메탈 및 헤비니스 애호가가 80년대 신디사이저 음악에 꽃혀 나도 이런거 해야지 하다보니 80년대 빈티지 일렉트로 사운드 평균보다 파워풀한 사운드가 탄생 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통산 4번째 앨범이 되는 2022년 신작 Leather Terror 는 그러한 Carpenter Brut 의 아이덴티티와 노하우가 집대성 된, 그의 커리어에 있어 승부수를 띄운 작품 입니다. The Prodigy, Atari Teenage Riot 의 향수가 바로 느껴 질 정도이며, 더 나아가 90년대 중반의 인더스트리얼 메탈 붐, 사이버고쓰 친구들이 뻑 갈만한 유러피언 하드 테크노 바이브 까지도 느껴 질 정도의 강력한 댐핑감이 있습니다. 씬스팝을 비롯해 고전 씬스 프록까지 디깅하며 전자 음악의 역사를 집대성 하는 가운데 또 한번의 변화를 꾀한 바 있는 프랑스 테크노 듀오 Justice 의 개 빡센 하드코어 버전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코멘트 또한 남기고 싶네요. 딱 들어도 80년대 B급 필름이나 외화 시리즈가 떠올려지는 빈티지 바이브가 이렇게나 강력한 사운드로 재창조 될 수 있구나 하는 신박함 하나만으로 이 앨범은 제대로 먹고 들어갑니다.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된 레트로 퓨처리즘 액션 호러 영화에 어울릴법한 그것입니다. 레트로 바이브를 제대로 살려내도 놀라운데, 거기에 기가 막힌 최첨단 사운드 기법을 더했다? 그냥 뒤지는 겁니다.

승부수를 띄운 풀렝쓰 앨범답게 꽤나 다양한 스타일을 구비 해 두어 앨범 흐름을 매우 흥미진진 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점은 빠트릴 수 없겠습니다. 80년대 영화 “주제곡” 같은 느낌이 빡 오는듯한 보컬 중심의 트랙들이 뇌리에 바로 꽃히면서 이들을 파퓰러한 댄스 유닛 느낌으로 기억하기 쉽지만, 의외로 인스트루멘탈 제작자로써의 인상도 굉장 합니다. B급 영화 중간에 뜬금없지만 반가운 기색(?) 으로 등장하는 러브씬에 어울릴법한 느릿하고 끈적한 넘버들에서 비춰지는 심오한 오타쿠적 내공은 정말 박수가 절로 나올 지경이네요.

댄스 플로어용 트랙, 감상용 인스트루멘탈 트랙의 황금비율이 있고, 그 큰 틀 안에서 또다시 다양한 스타일이 제시 됩니다. 90년대 인더스트리얼 메탈과 2000년대 초반의 하드코어 테크노 바이브를 되살린 그들의 기본 메뉴가 있으며, Kim Wilde 같은 매우 B급스런 80년대 댄스 여가수가 떠오르는 빈티지 하다못해 싸구려한 댄스 트랙이 있으며 (B급 액션 영화에 나올법한 클럽 섹시 댄서가 직업인 조연 여배우의 댄스 씬에 어울릴법한 그거 말이죠), 사운드트랙 앨범의 두번째 싱글컷에 어울릴법한 느릿한 씬스 발라드, 그와 분위기를 이어가는 끈끈한 슬로우잼 인스트루멘탈 등 여튼 이것 저것 참 많이도 준비 해 두었네요. 80년대 영화 스무편 비디오로 쌓아놓고 본 듯한 느낌이 올 정도 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을 좀 더 견고하게 다져주는 게스트진의 화려함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이들만큼 퀄리티 있는 정규 풀렝쓰에 신경쓰는 씬스웨이브 동료 Gunship, The Dillinger Escape Plan 의 보컬리스트 Greg Puciato, 블랙메탈 밴드로 커리어를 시작 했지만 훗날 엣모스페릭 일렉트로닉스 인스트루멘탈 그룹으로 변화한 Ulver, Seasons Of Mist 에서 앨범을 발표 한 바 있는 엣모스페릭 여성 보컬리스트 Sylvaine 등등 말이죠. 이상할 정도로 메탈적 바이브가 강한 Carpente Brut 의 음악 세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피쳐링으로 앨범의 퀄리티를 매우 올려 줍니다. 게스트들이 참여한 트랙들은 유난히 빛나기에 좀 더 귀를 귀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앨범은 일렉트로닉/테크노 입니다. 밴드 위주의 헤비한 사운드를 주로 리뷰하려는 이 사이트의 취지에는 맞지 않지요. 하지만 리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극찬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메탈/헤비니스 장르들이 바로 느껴지는, 그 다양한 장르들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올 정도로 80년대 일렉트로 뮤직을 기가 막히게 구사 해 내기에 리뷰를 꼭 한번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는 헤비니스 음악 팬이라면 Carpenter Brut 같은 존재는 솔직히 낮설지는 않을 겁니다. The Prodigy 같은 락/메탈 밴드 바이브를 지닌 올타임 클래식 그룹이 있었고, Ulver 와 같은 익스트림 메탈적 어두움을 지닌 일렉트로 인스트루멘틀 집단, 이들과 궤를 같이하는 가운데 익스트림 메탈 애호가들로 까지도 팬 베이스로 만드는 데 성공한 Perturbator 라던지 Gost 와 같은 존재들까지 기억 해 낸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들도 Carpenter Brut 의 팬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80년대에 있었던 각종 B급 영화들과 그에 걸맞는 사운드트랙,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등장한 다양한 전자음악 성향의 헤비니스 음악까지 살펴 본 저로써는 이 앨범에 대해 극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틀딱 노스텔지어 기획상품으로 절대 받아 들이지 말아 주세요. 이들에게는 과거의 유산들을 기가막힌 최첨단 최신 프로덕트로 재탄생 시키는 이 시대 뮤지션적인 파격성과 신선함이 있으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