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ste – Assassine(s) (Nuclear Blast, 2022)

Gojira, Alcest, Deathspell Omega, Blut Aus Nord, Dagoba 와 같은 네임드 들에게 매료되어 프랑스 메탈씬에 또 다른 실력파가 누가 있는지에 대해서 조그마한 시간이라도 할애 한 능동적 헤비 뮤직 리스너라면 리옹 출신의 베테랑 Celeste 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나마,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을거라고 봅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그들이 구사하는 음악은 프랑스 메탈씬만의 특징들이 다수 녹아있는, 매우 인상적인 아이덴티티를 청자의 뇌리속에 그 이름을 확실히 남기는 재주가 있는 밴드이기 때문이죠.

Celeste 의 음악은 “무슨 무슨 메탈” 하고 간단하게 정의 할 수가 없는것이 특징이자 매력 이라고 생각 됩니다. 2005년 프랑스 리옹에서 결성 된 이 밴드는 하드코어 펑크씬의 구성원들이 모여 블랙 메탈을 구사하다 보니 “뭔가 말로 형용하기 힘들지만 매력적인 색다름” 이 발생한 케이스의 밴드이기 때문이죠. Envy, Hot Cross, Orchid 와 같은 스크리모/이모 바이올런스적인 격정적 감성폭발의 코드가 첨부 된 격렬한 블랙메탈 스타일로 커리어가 시작 되었으며, 둠 메탈, 포스트 락, 익스트림 프로그레시브 메탈, 슈게이징과 같은 그들만의 음악에 어울릴법한 타 장르들이 자연스레 침투 되었으니 이들의 음악이 이렇다라고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앨범 발표수가 쌓이면서 그들만의 헤비 장르 믹스쳐 노하우가 기괴한 발전을 이룬다면? 더욱 더 Celestie 라는 밴드를 하나의 메탈 서브장르 수식어 같은 것으로는 절대 묶어 둘 수 없을 것입니다.

여튼 그러한 장르 갈라치기는 중요한 사항이 아닙니다. 이들이 드디어 월드와이드 메탈 레이블 Nuclear Blast 와의 계약을 성사하고 2022년 1월 벽두에 6번째 풀렝쓰 앨범이자, 메이저 필드 데뷔작인 Assassine(s) 를 발표하고 세계의 좀 더 많은 메탈 리스너들에게 자신들의 독특한 철학적/인텔리 익스트림 메탈 방법론을 설파 하려는 이 순간이 진정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메이저 데뷔작이라 한껏 기대감에 부푼 상황이기는 하지만, 본작 Assassine(s) 는 나름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작품입니다. 이들은 5장의 앨범을 통해 Celeste 는 보여 줄 거 다 보여 준 상황이기 때문이죠. 이모/스크리모, 슈게이징, 포스트락, 둠메탈의 요소들이 잘 녹아 있는 독특한 블랙메탈, 그와 동시에 그 어떤 헤비니스 장르에 포함 할 수 없는 독특한 아이덴티티는 3번째 앨범 Morte(s) Née(s) (2010) 에서 거진 다 완성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차후에 발표한 앨범들은 앞서 말한 다양한 부가적 장르들의 비율을 조절한 작품들이라 평해도 그리 틀린말은 아니라 사료 됩니다. 블랙메탈의 바이브를 줄이고 포스트락 늘인거 한장, 슈게이징 늘린거 한장 뭐 그렇게 어레인지 하면서 자신들을 커리어를 갈고 닦아 왔다 이 말이죠. 솔직히 본작 Assassine(s) 은 그러한 방법론으로는 더 이상 뭘 할 게 없는 상황에 봉착 하고야 말았습니다. 메이저 데뷔와 동시에 음악적 위기라니 참… 하지만 Celeste 는 본작을 명작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죠.

새 앨범 다운 새로움은 별 거 없습니다. 심플하고 캐치한 헤비 그루브를 적절히 구사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이들이 손 댄 모든 장르들 하나하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앞서 발표한 앨범들을 통해 깨닮은 노하우로 독특한 이들만의 아이덴티티로 만들어 낸 혼합물을 화끈하게 바로 꽃아 버리는 의외로 심플한 방법론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같은 프랑스 출신의 메탈 밴드인 Gojira 의 명작 앨범인 Magma 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말이죠. Gojira 가 매우 복잡하고 테크니컬한 연주를 즐기는 밴드이지만, Magma 앨범에서는 심플하고 캐치한 헤비 그루브 리듬 다이를 내 세우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데 정체 되던 자신들의 음악적 매너리즘을 잘 돌파 해 냈듯이, Celeste 역시 그러한 방법론으로 자신들의 음악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를 기록하려 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Celeste 만의 개성이 너무나도 사라져 버린 느낌이 올 것입니다. 심플한 헤비 그루브속에 이들이 그동안 나열 해 낸 다양한 장르들의 빅 스케일 사운드 토네이도가 존재 할 리 없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그걸 해 냅니다. 심플한 헤비 그루브 리듬웍으로 앨범을 쉽게 쉽게 전개 하면서도 블랙메탈, 슈게이징, 이모/스크리모, 포스트락이 한번에 뒤엉커 그 리듬웍 속에 녹아 드는 순간을 캐치 해 내게 된다면 알게 될 겁니다.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방법을 찾았는지를 말이죠. 조금 청자를 시험하는 느낌이 진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뻔한 Pantera 식 그루브 뒤에다가 앞서 말한 장르들을 얼마나 잘 숨겨 놨는지 한번 찾아 보라는 투로 곡을 전개하는데 이를 어찌 “청자를 시험한다” 라고 말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물론 자신들이 그저 심플하고 캐치한 헤비 그루브 밴드가 아님을 그 누구라도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각종 장르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 주는 키 포인트 힌트의 배치가 있기에 그러한 시험은 오히려 반갑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유니크한 사운드를 구사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장황하고 어렵게 들려주는 것이 아닌, 누구나 발견 할 수 있는 적당한 난이도의 수수께끼 수준으로 앨범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청자로 하여금 무언가를 발견 해내고 깨닮음을 얻는 쾌감을 느끼게 해 주면서 말이죠.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 아닌, 키 포인트 질문 몇가지를 통해 진리를 깨닮게 만드는 그러한 방법론, 너무 감탄스럽네요.

또한 카타르시스 도달의 발화점이 매우 높은 장르들을 순식간에 끓는점으로 인도하는 기술 역시 놀라웁기 그지 없습니다. 블랙메탈, 포스트락, 슈게이징과 같은 장르들을 대거 사용 하면서도 그 장르들이 지닌 높은 사운드 카타르시스 발화점을 캐치한 헤비 리듬다이에 바로 바로 꽃아 버리고 불태워 버리며 감동을 선사하는 기술은 정말 이 앨범의 백미가 아닌가 싶네요. 서너번의 해드뱅 안에 7-8분을 빌드업 해야 하는 스케일 큰 헤비니스 장르들의 거대한 클라이맥스를 단숨에 느껴 버리도록 만드는 기술은 “교과서와도 같다”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10분대의 긴 러닝타임을 가져야만 자신들의 재능을 십분 발휘 할 수 있는 온갖 장르들을 구사하는 밴드에게 있어 절대적 바이블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튼 Celeste 의 신작 Assassine(s) 은 여러모로 끝내주는 앨범이 틀림이 없네요. 더 이상 보여 줄 것이 없는 자신들의 스타일에 대해 또 한번의 대안을 내 놓았고, 자신들의 복잡하고 유니크한 음악 여정을 메이저 필드 데뷔에 맞게 보다 쉽게 즐길 수 있게, 더 나아가 그들만의 복잡한 혼합물을 단 한장에 담아 첫 입문자들을 하여금 바로 이해 할 수 있게 만드는 괴물과도 같은 앨범 입니다. 긴 커리어속에 담긴 말로 형용하기 힘든 자신들의 심오한 음악 여정을 이렇게나 쉽고 간결하며 부족함이 다 담은 앨범은 저는 경험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앨범 한장을 통해 여러분은 Celeste 가 그동안 15년 동안 5장의 앨범을 통해 걸어 온 위대한 음악 여정을 단숨에 얻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