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utja – The Lurch (Relapse Records, 2021)
한장의 풀렝스 앨범과 서너장의 EP & 스플릿 앨범. 그게 디스코그래피의 전부이지만, Yautja 는 컬트 메탈/헤비니스의 명예의 전당급 레이블 Relapse Records 의 소속이 되기에는 차고 넘치는 무언가를 가진 밴드임에는 확실합니다. 대충 두세번 정도 지나가듯 들었지만, 그들의 첫 풀렝스 앨범 Songs Of Descent (2014) 가 너무나도 대단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느리고 헤비하며 어두운 사운드와 주제로 청자를 즐거웁게 학을 띄게 만든 EYEHATEGOD 의 90년대 중반의 바이브, 2000년대 초중반 등장한 Mastodon, Hight On Fire 와 같은 새로운 번뜩임의 슬럿지 메탈 사조와의 완벽 조우가 이뤄진 Songs Of Descent 는 “이게 첫 앨범이라고?” 라는 놀라움을 선사 한 앨범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하도 들을것들이 많아서 두세번 정도 듣고 까먹었던 그 이름을 7년 뒤인 2021년에 Relapse Records 라는 품질 보증서 딱지와 함께 다시 보게 되네요. “그래 이 친구들이라면 그 레이블이 갈 만 하지” 라는 개인적 감상을 자연스레 꺼내게 만들면서 말이죠.
데뷔작 Songs Of Descent 가 꽤 괜찮은 입소문을 모았지만 밴드는 차기작을 무려 7년만에 내 놓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신작 The Lurch 의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허나 이 앨범은 2021년에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굉장한 한장 입니다. 앞서 살짝 언급한 대로 EYEHATEGOD 으로 대표되는 슬럿지 메탈 원액의 독하디 독함, 그리고 그것을 좀 더 연주적/음악적 테크니컬함으로 승화 시킨 Mastodon, High On Fire 와 같은 칵테일적인 어레인지가 섞인 한장이기에 그렇습니다. 특정 컬트 장르의 독함과 그것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모던한 어레인지의 황금비율이 담겼다고나 할까요. 허나 이 앨범 The Lurch 는 그 이상의 대단함이 숨어 있습니다. 사각지대에서 숨어서 누군가에게 몰래 접근해 사시미를 쑤셔 넣으려는 누군가의 음흉한 계획을 내가 발견한 듯한 느낌을 겸비해서 말이죠.
또한 이 앨범 The Lurch 는 그저 EYEHATEGOD, Mastodon, High On Fire 와 같은 독한맛 슬럿지 메탈의 소화 잘되는 버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슬럿지 메탈이 이 앨범의 큰 축으로써 중심을 잡고 있지만, 슬럿지 메탈과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이렇게나 서로 잘 어울렸나?” 싶은 장르들을 마구 뒤섞고 있습니다. 청자로 하여금 하나 하나 숨겨진 코드들을 발견하게 만들고, 그로 생성되는 쾌감을 서서히 고조 시키는 지능범적인 코드로 말이에요.
그 “막상 다른것들은” 노이즈락, 얼터너티브 메탈, 매스코어 입니다. 게다가 그 각각의 장르들의 요소들은 “제대로 독한 올드스쿨적” 재료들입니다. 이 앨범을 들으면 별의별 명작 앨범들이 머리속에 떠오르게 됩니다. Drive Like Jehu 의 Yank Crime, Helmet 의 Mean Time, The Jesus Lizard 의 Goat, Melvins 의 Stoner Witch, Cop Shoot Cop 의 Ask Questions Later, Slint 의 Spiderland, Rorschach 의 Protestant, Floor 의 셀프타이틀 앨범, Botch 의 We Are The Romans, These Arms Are Snakes 의 This Is Meant To Hurt You, Jawbox 의 For Your Own Special Sweetheart 등등등… 정말 많은 종류의 “느리고 헤비한” 명작 앨범들이 떠오릅니다. 한두개 정도로 끝나지 않을 정도에요. 왜 그럴까요? 그만큼 이들이 슬럿지 메탈, 매쓰코어, 노이즈락, 얼터너티브 메탈, 포스트 하드코어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그 장르안의 이런저런 특색 있는 밴드들의 요소들을 너무나도 능수능한하게 사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저 이용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다양한 장르들이 지닌 컬트한 색채를 최대한 진하게 우려내는 한편, 그와 동시에 그걸 꽤나 귀에 잘 걸리게끔 박진감 넘치는 연주와 굴곡있는 곡 구성으로 단 한번의 지루함 없이 재미지게 귀결 하려는 노력을 행하고 있기도 하지요. “매우 독하게,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가 무엇보다 이 앨범의 넘버원 모토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느리고 헤비한 앨범이지만, 테크니컬한 연주력을 기반으로 한 급전개/박진감이 빠지지 않으며, 40분대의 적절한 러닝 타임으로 전혀 지루함을 발생 시키지 않아요. 사운드는 어둡고 더럽지만, 구성은 시원 시원하고 깔끔 합니다. 아주 쿨해요. 머리 비우고 해드뱅 하며 심플하게 즐기는 측면에서도 80점 이상입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 앨범은 슬럿지 메탈인척 하는 다중 인격 싸이코패스 하이브리드 헤비니스 입니다. 아주 음흉하고 교활해요. 그리고 아주 멋집니다. “쾌작 슬럿지 메탈 앨범” 으로 짦게 퉁 치고 넘어가도 되는 앨범이긴 해요. 하지만 이들이 그 슬럿지 메탈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온갖 느리고 헤비한 장르와 스타일을 뒤섞어 하나의 대 사전을 만들고 “집필자 Yautja” 라는 이름을 큼지막 하게 붙여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자랑스레 내세우는 모습을 어찌 외면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앨범을 어찌 올해 최고의 한장 중 하나라고 아니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다 저렇다 신나게 칭송해야죠. 그래서 써 보았습니다. 여튼 올해 지나가기 전에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