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morphic Engulfment – Incubation In The Parallel Dimension (Show No Mercy, 2021)

Biomorphic Engulfment – Incubation In The Parallel Dimension (Show No Mercy, 2021)

본 리뷰는 Show No Mercy Records 의 부탁/협찬을 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특정 컬트/마이너 장르를 좀 과하게 디깅 해 본 분들이라면 다들 잘 아실겁니다. “변두리를 넘어선 개 깡촌 지역” 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특정 컬트/마이너 장르 음악을 하는 밴드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A급은 아니라 하더라도, B+ 레벨 정도라 할 수 있는 나름 고급 퀄리티를 보여주는 밴드 또한 의외로 그 수가 만만찮기도 하고 말이죠. 쓰래쉬, 데스메탈, 블랙메탈, 그라인드코어와 같이 높은 충성도를 지닌 올드비 리스너들은 그러한 흙 속의 보석을 찾아내서 그러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욕망(?)에 오랜 시간을 투자 해 오고 있기도 합니다.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SNS 서비스들의 대두와 더불어 그러한 양질의 컬트/마이너 장르의 밴드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그렇게 각종 특정 마이너/컬트 장르들의 깊이는 나날히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 할 밴드 Biomorphic Engulfment 은 지금까지 설명한 상황에 200% 부합되는 흥미 진진한 부르탈 데스메탈 밴드 입니다. 2017년 결성, 2018년에 첫 데모 발표, 2021년에 풀렝스 앨범 Incubation In The Parallel Dimension 을 발표한 이 신예는 부르탈 데스메탈 하면 머릿속에 팍 떠오르지는 않는 태국 방콕 출신의 밴드 입니다. 태국 방콕과 부르탈 데스메탈? 바로 빡 하고 흥미가 차오르지는 않으시겠지만, Wormrot 이라는 동남아 익스트림 사운드 월드와이드 슈퍼스타의 남다른 존재감은 많은 익스트림 메탈 애호가들로 하여금 동남아 씬에 대한 디깅을 꾸준히 하게 만들었고 적은 네임벨류과 관심도에 비해 꽤 괜찮은 밴드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꽤나 많은 이들이 느낀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꽤 “품질보증” 의 낌새가 이 방콕 뉴커머들 에게서도 난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 감은 기분좋게 적중 합니다.

Biomorphic Engulfment 이 구사하는 음악은 간단하게 부르탈 데스메탈로 설명되는 음악 그 자체를 구사 합니다. 매우 빠른 페이스로 탐과 베이스 드럼을 때려대고, 기타를 지글 거리고, 쉴 새 없이 꿀꿀 거리는 그거 말입니다. 하지만 3-4곡쯤 듣게 된다면 이들이 꽤나 범상찮은 실력과 센스를 지닌, 보통의 신예 이상의 존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 브루탈 데스메탈 특유의 “그게 그거 같은 지루함” 이 (전혀 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없다는 점 입니다.

귀에 걸고서 어떤 스타일인가 파악 해 보면 일단 2000년대 부르탈 데스메탈 교과서라 할 수 있는 Disgorge 의 데뷔작 She Lay Gutted 에 대한 양질의 재해석 처럼 들립니다. 빠른 스피드, 스트레이트함과 복잡함의 미묘한 경계선에 있는 연주 스타일, 지루해 질 타이밍 마다 기가 막히게 찔러 넣는 템포 체인지 / 그루브한 질감 삽입 / 선 굵고 깔끔진 기타 솔로의 등장과 같은 센스 발휘 등이 있으며 짦은 커리어의 밴드 치고는 앨범 3-4장쯤 낸 베테랑 다운 뛰어난 연주 테크닉을 선보이고 있지요. 그것만으로도 충분 하다고 생각 할 찰나에 이런 저런 명 데스메탈 클래식들의 노스텔지어를 하나 둘 보너스로 찔러 넣어주며 적잖게 놀라게 만드는 상황을 순간 순간 만들어 내는데 이는 꽤나 놀랍게 다가옵니다. 1차원적인 빠른 페이스의 드러밍속에 펼쳐내는 테크니컬한 느낌의 박자 쪼개기와 그에 걸맞는 굵직 하면서도 변화 무쌍한 데스메탈 리프 대향연은 Cryptopsy 가, 앞뒤 안가리고 정신없이 혼돈의 극치로 밀어 붙일때는 Incantation 이, 그 두가지가 오묘하게 맞물려 돌아 갈 때는 Gorguts 마저 떠오르게 되더군요? 중간 중간 인상적인 그루브를 탈 떄는 최근 10년간의 슬램 데스메탈 패셔너블(?)한 감각까지 상기 될 정도 입니다. 그냥 전형적인 부르탈 데스메탈 인 것 같이 꾸며 놓고, 이곳 저곳에 양질의 부르탈 데스메탈 클래식과 새로운 최근 데스메탈 경향에 대한 완벽 탐구와 재해석을 소박 하지만 완벽하게 해 내고야 마는, 아주 기분좋은 앙큼함을 보여 주네요. 사운드 프로덕션도 끝내 줍니다. 홈 그라운드에서 녹음하고 믹싱/마스터링을 덜 유명하지만 잘하는 곳을 찾아 맞겨 마무리 진 느낌인데 그 결과물이 굉장히 뛰어 납니다. 양질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 밴드의 노력이 크게 다가올 정도로 인상적인 프로덕션 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앞서 언급한 부르탈 데스메탈 명 네임드들이 그쪽에 맡겨두고 작업해도 될 정도의 사운드 프로덕션이라 매우 인상 깊었답니다.

Biomorphic Engulfment 은 솔직히 한계가 있는 밴드에요. 음악 스타일이 매우 정형적인 부르탈 데스메탈 틀에 딱 고정되어 있고, 밴드 또한 그 틀에 부합되기 위한 노력을 매우 충실해 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선으로 가는 밴드들은 솔직히 말해서 특정 컬트/마이너 장르만 파는 좀 꽉 막힌 팬층에게만 어필 할 수 밖에 없는 스타일이죠. 허나 이거 하나는 확실해요. 특정 컬트/마이너 장르만 판 팬들이라도 이들을 굉장히 인상적인 2021년 뉴커머 라고 인식 할 수 있을 정도의 한방을 제대로 남기기에는 충분 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2000년대 초반의 독창적인 팀 컬러를 지닌 부르탈 데스메탈의 부흥기를 아직 기억한다면 Biomorphic Engulfment 의 데뷔작을 반드시 찾아 주세요. 좋은 추억 되새김과 다시금 이쪽 장르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