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witcher – Cursed Be Thy Kingdom (Century Media, 2021)
Bewitcher 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신선한 뉴 커머 밴드는 아닙니다. 2010년 중반에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그 열기가 대단하며 비즈니스적 측면에서도 수입이 짭짤한 정통 헤비메탈 리바이블 붐을 타고서 Century Media 가 “얘네를 영입하면 재미를 좀 보겠군” 하고서 데려 온 측면이 더 크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의 음악을 하죠. 네 그래요. 이들은 씬이나 붐을 이끌 정도로 특출난 밴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톱 버튼을 누르기 힘든 끈끈한 재미를 충분히 선사한다는 점이죠.
Bewitcher 는 2013년 미국 포틀랜드 오레곤에서 결성, 두장의 풀렝스 앨범 Bewitcher (2016) 와 Under The Witching Cross (2019) 를 인디 레이블을 통해 발표 한 바 있는 커리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두장의 앨범들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며, “정통/올드 헤비메탈 리바이블에 큰 관심이 있으면 들어 봄직 함” 정도의 위치를 남겼어요. 네 그렇습니다. 고만고만한 커리어인 거에요. 하지만 이들의 가능성을 보고 Century Media 는 영입을 했고, 그렇게 2021년에 세번째 풀렝스 앨범인 Cursed Be Thy Kingdom 이 발표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릴리즈는 올해 초 꽤나 짭짤한 반응을 얻어내고 있는 중 입니다.
Bewitcher 가 구사하는 헤비메탈은 뻔하면서도 독특 합니다. 소위 NWOBH 로 불리우는, 로큰롤/하드락을 근간으로 하되 그것에서 최대한 벗어난 80년대 초/중반의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락 스타일. 한마디로 헤비메탈의 극 초기 스타일을 구사 합니다. 여기에 사타닉한 테마를 잔뜩 섞어 강렬한 이미지 메이킹을 해 내고 있죠. 하지만 요런 공식은 좀 시큰둥하게 다가옵니다. 80년대 초중반 헤비메탈 + 빡신 사타닉 테마를 행하며 재미를 아주 크게 본 Midnight 라는 매우 걸출한 밴드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작년에 발표한 Rebirth By Blasphemy 의 강렬함은 정말 굉장하기도 했구요. 이미 자리를 확고하게 잡은 아이콘급 밴드가 있기는 하지만 Bewitcher 는 짝퉁, 립오프, 인기 장르/스타일에 숟가락 얹어서 재미 좀 보려는 기획성 밴드로 도매금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 앨범 Cursed Be Thy Kingdom 는 핸디캡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남기는데 기어코 성공하고야 만 인상을 전해 주니까 말이죠.
Midnight 가 사타닉 올드스쿨 헤비메탈의 아이콘 Venom 의 강렬함을 이어간다면, Bewitcher 는 그보다는 좀 더 로큰롤 바이브를 많이 가미하여 그와는 많이 차별되는 독특한 바이브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헤비메탈 극 초기의 앨범들이 로큰롤/하드락의 전통을 벗어나려 몸부림 치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덜어내고 뿌리 치지는 못하는 느낌을 전해 준다는 점은 옛날 메탈 좀 파 본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이율배반적 코드를 Bewitcher 는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 합니다. 로큰롤 특유의 쿵자라짝짝 한 바이브를 매우 심플하고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귀에 착 걸리는 포인트를 만들어 두고, 헤비메탈 특유의 스피디한 구성으로 흥미도를 단숨에 끌어 올리고 있어요. 꽤 유치한, 저질 쾌감의 로큰롤-하드락-헤비메탈 스피드 멜로딕 사타닉 어택? 이 정도로 설명이 다 되는 간단명료한 것들을 고민 없이 그냥 과감히 팍팍 내지릅니다. 그리고 Motorhead 같은 남성미 쩌는 굵직한 로큰롤과도 일맥상통 하지만, 아주 딱 맞게 떨어지는 모양새는 아니다라는 점도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어요. 이들의 로큰롤 바이브의 사타닉 헤비메탈을 듣는 순간 떠오른 밴드는 초창기 Motley Crue 였으니까요. 이 역시 딱 떨어지는 사운드, 스타일, 이미지는 아니지만 Bewitcher 는 그 밴드가 생각 날 정도로 과감한 유치함이 매우 재미지게 빵빵 질러집니다. 아 그리고 Metallica 의 데뷔작 Kill ‘Em All 도 생각이 나네요. 대책없는 스피드와 멜로디의 맛깔지지만 초특급 저질 정크푸드 믹스쳐 같은 그거 말이에요. 여튼 Bewitcher 는 그런 음악을 합니다. 유치하고 웃기지만, 결국 진지하고 쿨하게 마무리 되는, 전형적인 헤비메탈 쾌감 대잔치 사운드 말이죠.
네 그게 전부에요. 정말로 그것이 전부 입니다. 정말 별 거 없습니다. 로큰롤/하드락을 과감하게 이용하고 귀에 착 감기고, 기억에 콱 남게 구사하지만, 고급지다, 지적이다, 테크니컬 하다라고 절대 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있어요. 키득키득 거리다가 갑자기 “야이 시발! 존나 좋네!” 하고 엄지 세우게 만드는 저질 쾌감과 설득력이 있습니다. 구성이 어쩌고 연주가 저쩌고…. 다 집어 치우자고요. 양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데블혼을 그린채 대갈통을 마구 돌려대고, 그 와중에 흥겨운 로큰롤 바이브에 리듬을 얼씨구 절씨구 흥겨웁게 탈 수 밖에 없는 그런 앨범 입니다. 별거 없지만, 이 정도명 충분 합니다. 쾌작 인거죠. 심플, 근본 그 자체에요. 별 거 없는데 은근 화제인 이유가 그건가 봅니다. 여튼 그거면 된거죠. 그거면 된 겁니다. 메탈 원래 쉽고 유치하고 신나고 뭐 그런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