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rhead Fertilizer – Product Of My Environment (Closed Casket Activities, 2021)

Jarhead Fertilizer – Product Of My Environment (Closed Casket Activities, 2021)

Jarhead Fertilizer 는 2010년대에 가장 중요한 헤비니스 빅네임 중 하나인 Full Of Hell 의 얼터 에고적인 밴드라고 간략하게 설명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Full Of Hell 의 초창기에 활동한 베이시스트 + 현재도 Full Of Hell 에서 뛰고 있는 기타 & 베이스라는 라인업을 자랑하는 밴드니까 말이죠. 음악 성향도 Full Of Hell 과 아주 비슷합니다. 그라인드코어를 근간으로 그와 일맥상통하는 익스트림 메탈 장르들을 섞어 익숙한 흥미진진함과 낮선 당혹스러움을 귓구멍에 직빵으로 쑤셔 박아 버리는 그 느낌! “역시나 Full Of Hell 의 종자들이라 아주 그냥 고막이 알싸 하구만!” 이라는 말을 꺼내게 만드네요.

하지만 Jarhead Fertilizer 는 Full Of Hell 과는 매우 다른, 두세곡만 들어도 “이 둘은 매우 다른 밴드구나” 를 본능적으로 느낄 정도로 자신들만의 확실한 음악적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특한 과격성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비슷할 뿐, 최종결과물은 매우 다르다는 말이죠. 데뷔 EP Opiate Conquest (2015) 로 부터 6년만에 발표하는 첫 풀렝스 앨범인 Product Of My Environment 은 그러한 차별성을 거의 완벽하게 담아 내는데 성공한 한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Full Of Hell 이 그라인드코어를 근간으로 둠 메탈,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포스트 펑크를 추가한 즉흥적인 광란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Jarhead Fertilizer 은 그라인드코어를 근간으로 고어 그라인드, 데스메탈, 둠/슬럿지, 크러스트 펑크가 섞인 나름 예측 가능한 혼합물을 들려줍니다. Full Of Hell 에서는 누구랑 비슷하다 라고 할 수 있는 밴드가 팍 하고 떠오르지 않지만, Jarhead Fertilizer 라는 밴드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꽤나 다양한 밴드 이름들이 자연스레 스멀스멀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익스트림 스피드 퀴즈를 하는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요?

메탈존 이펙터를 가장 악랄하게 썼을때 등장하는 매우 더럽고 로우한 기타/베이스 사운드 & 흉기를 마구 휘두르며 유혈이 낭자한 씬을 표현하는데 찰떡인 저음 꿀꿀이 보이스는 Mortician 이 떠오릅니다. 곡 시작할때 호러 영화 한장면의 대사 샘플링 까지도 쓰던데 Mortician 을 어찌 아니 떠올릴 수 있을까요? 더러운 사운드 + 느릿한 흐름에서는 EYEHATEGOD 이 떠오르고, 심플한 올드스쿨 펑크 비트를 내지를 때는 둠/슬럿지 기반의 아나코어 밴드 Dystopia 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Dytopia 의 두번째 앨범에는 (이들의 밴드명이 되는) Jarhead Fertilizer 라는 곡도 있으니 그들에게서 영향 받았음은 누구나도 알 수 있겠죠? 느릿하게 분위기 잡다가 느닷없이 마구 쳐달리며 긁어대고 두드려대는 파워바이올런스 장르적 특징에서는 Spazz 같은 기억 저편의 빅네임도 간만에 떠오르게 만들며, 매우 캐치한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로 귀에 착착 감기며 조지는 그라인드코어 비트는 2000년대 후반의 Nasum, Regurgitate 같은 밴드마저 입에 담게 만듭니다. 이건 뭐 완전 B급 익스트림 사운드 빅네임 초등학교 동창회 술모임 3차 파장 분위기의 너저분/질펀함 그 자체가 아닐까 싶네요.

이 앨범 Product Of My Environment 는 그라인드코어, 고어/데스메탈, 파워바이올런스, 크러스트/하드코어 펑크가 마구 뒤섞인 멋지게 더러운 1등급 화학물 그 자체 입니다. 다양한 장르들의 특징이 뛰어난 비율로 잘 녹아있고, 잘 섞여서 예상치 못한 결과물로 돌연변이화 했지요. 각 장르들이 매우 독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그와 별개로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플-캐치한 구성으로 귀에 잘 걸리게 만들어서 듣는 재미를 잘 뽑아 낸 점은 매우 인상적 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Mortician, Spazz, Dytopia 이런 밴드들의 컬트함은 거품 물 정도로 쩔어준다 하더라도… 앨범 하나 통짜로 듣기엔 몸서리 칠 정도로 재미없고 지겹고 숨 넘어 가고 그렇잖아요? (그들의 앨범 그 누구도 한번도 안쉬고 듣지 못했을거야!) Jarhead Fertilizer 는 그 컬트함을 얼마나 흥미진지하고 재미지게 풀렝스라는 앨범의 흐름 안에서 표현 할 것인가에 대해 무엇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Product Of My Environment 의 최고 묘미는 그것이 아닐까 하네요.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익스트림 메탈, 펑크/하드코어씬의 기괴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미처 귀결하지 못했던 음악적 방점을 이들이 찍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 당시에 더욱 더 지독하고 컬트한 팀 컬러에 목이 말라 별의별 Z급 밴드들 뒤져봤던 사람이라면 Product Of My Environment 는 최고의 선물 그 자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씨디장 정리를 하다가 “어휴~ 내가 이런 막되먹은 것도 들었었나? ㅋㅋㅋ” 하는 기억이 있다면 완벽한 선물이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