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breed – Weight Of The False Self (Nuclear Blast, 2020)
Hatebreed 의 보컬리스트이자 팀의 리더 Jamey Jasta 는 밴드의 3번째 앨범 The Rise Of Brutality (2003) 발표 당시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게 말한적이 있습니다. “하드코어라는 장르에 걸맞는 스타일에 집중 하겠다. 우리는 하드코어 밴드다.” 라고 말이죠.
이게 뭘 의미 하냐고요? 그 당시 Hatebreed 는 꽤나 다양한 메탈 커뮤니티로부터 기대와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거지요. Hatebreed 는 메탈릭 하드코어라는 장르를 구사하는 팀이지만, 그들의 음악안에는 쓰래쉬 메탈, 데스메탈, 둠메탈 등 다양한 메탈적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메이저 데뷔작이자 밴드의 대 출세작인 2번째 앨범 Perseverance (2002) 에서 다양한 익스트림 메탈 장르/스타일적 요소들은 수많은 메탈 헤드들로 하여금 이 밴드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 저렇게 되어야 한다라는 간섭 (또는 기대) 을 하게끔 만들었고 결국 밴드는 선을 그어버린 것이었죠. 다양한 익스트림 메탈적 요소에 영향을 받았지만, 최종 결과물들은 선 굵은 헤비/그루브의 메탈릭 하드코어로만 제한하는 모습은 3번째 앨범 The Rise Of Brutality 부터 계속되는 Hatebreed 만의 애티투드 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하드코어라는 스타일에만 자신을 가둬두다 보니 신작 앨범에 대한 신선도가 급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메탈릭 하드코어라는 장르안에 자신들을 가두면서 할 수 있는 스타일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으며, 하드코어로만 승부하겠다고 선포한 뒤 나온 5장의 앨범들 중 합격점은 The Rise Of Brutality (2003) 와 Supremacy (2006) 2장 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그 뒤에 나온 3장의 앨범 Hatebreed (2009), The Divinity Of Purpose (2013), The Concrete Confessional (2016) 는 그냥 없는셈 쳐도 되고 말이죠. 밴드의 메인 송라이터인 기타리스트 Sean Martin 이 나간 이후의 Hatebreed 는 말 그대로 처참 그 자체 입니다. “밴드는 노래를 만드는 기타리스트 놀음” 이라는 말이 다시금 뼈 저리게 느껴질 따름이고 말이죠. 여튼 밴드는 뛰어난 퍼포머이자 매니저이기도 한 Jamey Jasta 의 분투로 나름 잘 버텨오고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버티는 것 뿐이라는 거지만요.
2020년 신작 Weight Of The False Self 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치도 못한 합격점의 앨범입니다. 매우 냉정하게 보면 The Rise Of Brutality 와 Supremacy 보다는 못한 인상임을 지울순 없지요. 하지만 망작 그 자체였던 최근의 3장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앨범임에는 틀림없는 한장 입니다. 서너곡 대충 들어도 바로 느껴질 정도로 음악적 컨디션이 간만에 바싹 올라온 티가 역력하고 말이죠. 솔직히 신작 내용 별거 없습니다. Hatebreed 하면 생각나는 메탈릭 하드코어, 딱 그거만 합니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고집 있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죠. 데스메탈급의 육중한 헤비톤 기타, 100톤짜리 오함마로 찍는듯한 묵직한 헤비 그루브, 리드미컬함 – 터프함 – 사회 계몽적인 메시지의 Jamey Jasta 의 여전한 보컬 퍼포먼스/카리스마로 대표되는 그거 말이죠. 이제서야 밴드 내부 정리가 끝난 느낌입니다. 신작 앨범 발표마다 느껴지던 Sean Martin 의 부재가 (11년만에…) 드디어 해결 된 인상 입니다.
이런저런 좋은 점들이 있긴 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Jamey Jasta 의 리더쉽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메탈/하드코어 역사에 길이 남는 보컬리스티이자 퍼포머임에는 의심이 여지가 없지만 밴드의 음악성을 책임지는 실제적 리더로는 언제나 의문이었죠. 연주를 못하는 멤버는 송라이팅에 약점을 지닐 수 밖에 없고, 그 약점은 자연스레 새 앨범의 퀄리티 저하 및 밴드 가치의 폭락으로 이어지니까 말이죠. Jamey Jasta 가 리드하는 최근의 3장은 “밴드 매니지먼트로는 100점이지만, 음악적 리더로써는 낙제” 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 그 자체라고 생각 될 정도였습니다. 여튼 그는 밴드 음악성의 전부를 책임지려는 모습에서 한발 벗어 난 모습이네요. 예전의 영광은 뒤로 한 채, 나머지 멤버들이 가진 남은 역량을 어떻게는 최대한 끌어내 보고, 그 없는 살림을 얼마나 Hatebreed 라는 영광스런 간판에 걸맞게 구현 해 내는지에 포커스를 맞춘 인상입니다. 물론 전작에서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허나 결과들은 좋지 않았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해결 해 나가려는 끈기를 계속 발휘했고, 2020년 신작 Weight Of The False Self 에서 만큼은 결국 성공으로 귀결 해 내었습니다. 밴드 내 잡음 없이 말이죠. 그의 업계 내에서 핵인싸급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소문은 자자하죠? 그걸 신작에 제대로 발휘 해 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본작은 음악성 보다는 밴드 매니징 능력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본작은 굿 앨범이 맞긴 하지만, 지금 Hatebreed 상황을 보면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한장은 나오지는 못할 것으로 사료 됩니다. 이건 진짜 죽기전의 마지막 불꽃 그 자체인 인상이에요. 간만에 잘 만든 한장이라 반갑긴 하지만, Hatebreed 다운 음악적 번뜩임과 한번에 청자를 짓밞는 엄청난 카리스마는 너무나도 많이 줄어 있습니다. 자기복제도 좀 많이 심한 편이고 말이죠. 마지막 불꽃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에요. 반갑기 보다는 통탄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앨범보다 뛰어난 Jamey Jasta 의 리더쉽은 청자로 하여금 “앞으로의 새 앨범은 별로일지 모르지만, 밴드 결속력은 변함없이 탄탄하겠군. 그가 있잖아!? 고난스러워도 잘 굴러 갈거야.” 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드네요. 그 저력이 앞으로도 잘 발휘 될까요? 저는 그에 대해서는 좋은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Hatebreed 는 끝났어” 라는 말 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게 만드네요. 복잡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 싶네요. 그렇게 만드는 매력은 여전 하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