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Mags – In The Beginning (Victory, 2020)
Cro-Mags 는 헤비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레벨에 놓여져 있는 밴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자주 언급되거나, 많은 후배 밴드들의 존경을 얻는 위치에 있는 밴드는 아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의 음악 경력이 굉장히 임팩트 하지만, 그 임팩트함을 어느정도 길게 가져 가는데 있어서 실패했기 때문이죠. 왜 리뷰 인트로가 까칠한 코멘트부터 내지르냐구요? 20년만의 신보로 돌아 온 Cro-Mags 에 대한 저의 감정은 여러모로 뒤숭숭한 상황이라 그렇답니다. 여튼 복잡 미묘한 감정과 보다 날선 기준을 가지고 양념 칠 건 치고, 칼 들어서 푹푹 찔러댈건 찔러내며 가 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은 밴드라 그래요.)
1986년 데뷔작 The Age Of Quarrel.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적당히 적어두면 Cro-Mags 의 위대함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요. 빠르고 날카롭고 단순한 하드코어 펑크에 터프한 메탈적 헤비 어프로치를 더한 그 앨범은 2020년인 지금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요. 그 전설의 데뷔작으로 인해 지금까지 하드코어라는 장르는 “심플한 스피드와 리듬을 가진 헤비니스 장르” 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들이 행한 펑크 + 메탈의 공식은 수많은 후배 밴드들에 의해 교과서로써 참고 되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그렇게 쓰이고 있는 중입니다. 하드코어 펑크라고 정확히 말하지 않고, 하드코어 라고만 하면 생각이 나는 펑크와 메탈이 결합된 터프/파워풀한 장르와 스타일은 모두 “The Age Of Quarrel 때문이다” 라고 할 수 있습죠. 뒤 이어 나온 앨범들인 Best Wishes (1989), Alpha Omega (1992) 또한 중요한 앨범들이라 사료 됩니다. 좀 더 스피드 메탈적인 요소를 적극 반영한 그 두 앨범은 “크로스오버 쓰래쉬에 관심 있다면 무조건 필청” 이라는 코멘트를 남겨야 할 정도의 쾌작이기 때문이죠. 많은 크로스오버 쓰래쉬 사운드가 “메탈 헤드 관점에서 하드코어 펑크를 수용한 사운드” 였다면, Cro-Mags 의 2-3집은 “하드코어 키즈가 메탈의 스피드/헤비함을 막무가내식이지만 좋은 느낌으로 마무리한 사운드” 라는 특이한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뛰어난 보컬리스트는 아니지만 무대 위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선보이는 보컬리스트 John Joseph 과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메탈릭 하드코어 하면 생각나는 터프가이 이미지의 모든것을 총 집결한 무시무시한 사나이 Harley Flanagan 의 콤비가 보이는 라이브 무대에서의 강렬함 또한 빠트릴 수 없지요.
하지만 Cro-Mags 는 냉정하게 보면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나름 준-메이저급 스타 밴드로써의 입지를 노린 두장 Alpha Omega (1992), Near Death Experience (1993) 두장은 상업적으로 크게 실패했고, 그로인한 보컬리스트 John Joseph 의 탈퇴는 밴드의 오랜 활동중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메인 송라이터인 Harley Flanagan 은 솔로 밴드 개념으로 Cro-Mags 를 재정비 하여 굴러가긴 했지만, 활동재기도 늦고 지지부진 했지요. Revenge (2000) 라는 앨범 한장 정도만 나오고 끝이었습니다. Cro-Mags 는 그렇게 화려하게 타오르고, 빠르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 밴드가 20년만의 신보 In The Beginning (2020) 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컴백 뒷 배경이 매우 씁쓸하죠. Harley Flanagan 은 2000년 중반부터 Cro-Mags 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솔로 밴드 활동에 들어갔는데, 초기 보컬리스트인 John Joseph 이 Cro-Mags 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밴드 활동에 다시금 들어갑니다. Harley Flanagan 은 자신이 만든 밴드명을 사용해도 큰 반응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밴드 멤버가 아님에도요. 그러나 2012년에 새로운 Cro-Mags 멤버들을 만나러 백스테이지에 갔다가 거기서 시비가 붙어 (Harley Flanagan 의 주장에 의하면 멤버들이 자신을 린치하려 했다고 합니다.) 싸움을 대판 벌이고, 심지어 가지고 있던 호신용 나이프를 휘둘러 상대방을 중상해를 입히는 등 엄청난 사고가 나게 됩니다. (여담으로 Harley Flanagan 은 굉장한 근육질에 오랜 시간동안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수련한 진짜로 터프하고 위험한 인간이랍니다…) 여튼 이 만만찮은 폭행 사건은 쌍방과실로 조용조용히 넘어갔지만… 그 때문일까요? Harley Flanagan 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법정투쟁을 통해 Cro-Mags 라는 이름의 진정한 소유자가 됩니다. 그럼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빠르게 멤버를 모아서는 Cro-Mags 의 이름으로 레코딩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나온게 20년만의 신작 In The Beginning 인 것이죠…. 하아… 반갑긴 한데… 뒷배경은 아주 개판이네요.
이렇게나 서론이 긴 이유는 20년만의 신작 In The Beginning 을 평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20년만의 신보는 솔직히 말해 그들이 지닌 위상에 비해 준비가 덜 된 앨범이라 아쉬움이 꽤나 크네요. 2012년에 있었던 그 폭행사건 때문에 Harley Flanagan 이 좀 많이 서두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습니다. In The Beginning 은 간단하게 말해 두번째 앨범 Best Wishes 의 재탕 입니다. Best Wishes 는 분명 좋은 앨범이며, 그 앨범의 과하게 재탕을 하더라도 Cro-Mags 가 지닌 가치는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신작을 두번 세번 네번 반복해서 들을수록 그 생각은 점점 사라져만 갑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각각의 트랙들이 지닌 수준이 Best Wishes 의 퀄리티에 믿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비슷한 스타일의 곡들이 앞에 몰려있어 “왜 이렇게 노래가 길지?” 하는 착각 또한 일어난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앨범 전체적 흐름도 엉망” 이라는 부정적 코멘트 또한 이어지게 만들 정도죠. 하드코어 펑크 베이스 밴드답게 시원시원한 질주감각, 찰진 메탈릭 리듬, 무려 Suicidal Tendencies 의 황금기를 장식한 명 기타리스트 Rocky George 의 화려한 기타 솔로웍, 지체감 없이 쫙쫙 흘러가는 빠른 앨범 흐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솔직히 별로입니다.
네 그래요, 너무 서둘렀어요. Cro-Mags 가 보여줬던 메탈릭 하드코어의 시작점, 알파이자 오메가를 모두 보여주고 있지만 좋은 앨범이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딱 반년만 더 다듬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Harley Flanagan 의 Cro-Mags 로의 컴백이 퀄리티가 아닌, 빠른 릴리즈 였다면 어쩔수 없죠. 그의 밴드고 그의 바램이니까요. 하지만 Cro-Mags 의 초기 3장의 앨범을 매우 인상깊게 들은 한사람의 팬으로써, 이 20년만의 컴백 신작은 매우 매우 아쉽습니다. Cro-Mags 라는 밴드가 Machine Head, Hatebreed, Terror, Lamb Of God, Power Trip 와 같은 매우 유니크한 펑크/메탈 믹스쳐를 태어나게 한 인플루언서 였기에 더더욱 그 아쉬움이 크네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들의 컴백이 반갑고 고맙기도 하다는 감정 또한 애써 부정하긴 힘듭니다. 하드코어 펑크 관점으로 응용한 메탈 어프로치의 크로스오버 쓰래쉬라는 나름 은근 보기 힘든 특징 또한 매력이 여전하긴 하네요. 그런 코드의 음악을 하는 후배 하드코어 밴드, 쓰래셔들이 그동안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역시 오리지널이 최고네” 라는 코멘트가 절로 나오는 수준이긴 합니다. 여튼 컴백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신보 퀄리티가 아쉬워도 꼭 남기고 싶네요. Rocky George 가 오랫만에 헤비 사운드쪽으로 컴백한 것 만으로도 어딘가 싶기도 하구요. 여튼 간에 Harley Flanagan 이 “이것만 하고 더 이상 Cro-Mags 의 차기 앨범은 없음” 이라고 말한건 아니기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보려 합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투어 일정이 취소되자 스튜디오 하나를 빌려 무료 스트리밍 라이브를 제공 할 정도로 의욕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니 더욱 뛰어난 퀄리티의 신보는 시간 문제일 겁니다. (참고로 이 무료 스트리밍 라이브쇼는 한국의 뉴스 시간에도 세계의 팬데믹으로 인한 풍경으로써 슬쩍 소개 되기도 했답니다.) 여튼 기다려 보렵니다. 믿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