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17] Leeway – Desperate Measures (Profile, 1991)
Leeway 는 8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헤비니스 사운드의 아이콘이었던 하드코어 펑크와 쓰래쉬 메탈을 결합한 사운드를 들려 준 바 있는 실력파 밴드 입니다. 소위 “크로스오버 쓰래쉬” 라는 서브 장르를 구사하는 팀이죠. 그러한 믹스쳐 사운드를 가지고 80년대 말 – 90년대 중반에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뉴욕 하드코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습니다.
Leeway 는 정말 멋진 음악을 구사 한 바 있는 밴드지만, 하지만 뉴욕 하드코어를 논하는데 있어 이들의 이름은 바로 튀어 나오지는 못합니다. 크로스오버 쓰래쉬를 논할 때에도, 90년대 헤비니스 음악을 총괄하는 자리에서도 역시 그러 합니다. 이들의 실력이 별로라서? 아닙니다. 멤버간, 혹은 레코드 회사 및 매니지먼트와의 불화로 대판 싸우고 실력을 만개하지 못하고 해산해서? 그것도 아니죠. 그럼 왜 그럴까요? 정확한 이유는 없을 겁니다. 허나 본인은 그 당시 언더그라운드 사운드를 즐기던 팬들/평론가들이 지닌 “이 장르는 이러한 저러한 틀에 걸맞는 특징들을 지녀야만 해” 라는 고정관념에 자유롭지는 못하던 시절이기에 그랬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Leeway 의 2번째 앨범이자 1991년작인 Desperate Measures 를 요즘들어 다시금 몇차례 듣고나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 당시까지의 하드코어 펑크와 쓰래쉬 메탈의 진수를 멋지게 믹스한 앨범이자, 그 두가지 장르를 동시에 박살 내 버릴 정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과감한 행동력 까지 일품이었던 그 앨범 말이죠. 자 그럼 본격적인 Desperate Measures 라는 물건을 들여다 봅시다.
뉴욕 하드코어는 지금까지도 존재감이 남다른 강렬함을 지닌 매력적인 서브 장르이지만, 사실은 그 시작이 꽤 많이 늦었습니다. LA, 보스턴, 워싱턴 DC,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서 80년대 초중반 시작 된 반면, 뉴욕은 오히려 하드코어 펑크의 소멸기인 80년대 말에 본젹적인 스타트를 가졌죠. 늦게 시작 된 만큼 스피드를 내세우되 좀 더 곡과 연주의 기승전결이 조금 더 구성진 음악적 퀄리티가 있었고, 나름 그 궤를 같이하는 쓰래쉬/스피드 메탈을 나름 참고하여 가져 온 헤비함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Agnostic Front, Cro-Mags, Sick Of It All 같은 밴드들이 포문을 열었고, Leeway 는 그 뒤를 따르는 후발대 위치에 있었습니다. 데뷔작 Born To Expire (1989) 역시 그러한 뉴욕 하드코어씬의 코드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앨범 이었습니다. 쓰래쉬 메탈을 적극 참고한 파워풀한 질주감, 연주 파트에서의 디테일함이 좀 더 돋보인 크로스오버 쓰래쉬 앨범으로써의 존재감도 묵직하기도 했죠. “서부 하드코어 펑크씬의 Suicidal Tendencies 에 대한 동부 하드코어씬의 멋진 카운터” 라고 해도 무방한, 여튼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답니다.
그로부터 2년뒤에 발표 된 Desperate Measures 는 그러한 뉴욕 하드코어씬의 특징을 200% 담은 앨범이자, 뉴욕 하드코어라는 서브 장르의 한계를 느끼고 그 굴레를 찢어 버리는 과감함을 동시에 담은 앨범 입니다. 하드코어/쓰래쉬 메탈 팬의 욕구를 제대로 만족 시켜주는 가운데, 그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 쳐 버리는듯한 논란적 요소 또한 꽉 채워넣은 앨범 이라는 말이죠. 일단 이 앨범은 하드코어 키즈, 메탈 헤드들을 미쳐 날뛰게 만들 선동감이 충만 합니다. 전형적인 80년대 쓰래쉬 메탈 특유의 타이트한 브레이크 다운을 쫙쫙 뽑아내면서 심플/스피디한 뉴욕 하드코어 바이브에 접목 시키며 1차원적인 쾌감을 쥐어 짜 내죠. 그러면서 훗날 뉴욕 하드코어 및 90-2000년대 하드코어의 특징이 되는 하드코어 헤비 그루브 또한 마구 뽑아 냅니다. “Desperate Measures 는 하드코어 라는 장르가 날카롭고 스피디한 스타일에서 일으로 묵직하고 둔탁한 느낌으로 찍어대는 헤비/그루브한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교과서 그 자체” 라고 정의 해 버리고 싶을 정도의 존재감으로 말이죠. 이 앨범은 80년대 메탈과 하드코어 펑크를 총정리하는 가운데, 앞으로는 이렇게 될 것이다 라는 식의 대 예언을 제공 한다고나 할까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엄청난 기획력은 들을 때마다 경이로움의 극치 입니다. 80년대와 90년대, 스피디함과 그루브함을 능수능란하게 교체 해 대는 데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나 불만감 전혀 없이, 그저 놀라움의 연속일 정도로 남다는 센스의 송라이팅 감각과 각 연주 파트의 독특한 테이스트 또한 이 앨범의 무서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하드코어 펑크와 쓰래쉬 메탈의 과거와 미래, 스피디함과 그루브함의 흥미진진한 주거니 받거니 사이 사이에 들어 가 있는 여러가지 독특한 모던 테이스트 또한 Desperate Measures 라는 앨범을 더욱 유니크하게 만듭니다. 하드코어 펑크/쓰래쉬 메탈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흥을 한껏 돋우다가 터트리는 클라이맥스는 파워풀한 샤우팅이 아닌 얼터너티브/모던락에서나 찾아 볼 수 있을 법한 감각적인 멜로디의 그것이라는 점, 일정 리듬을 타며 감각적으로 내뱉는 몇몇 곡에서의 보컬라인은 랩/힙합의 그것과 이상하리만큼 유사하다는 점, 시원시원한 전개속에서도 이들이 원하는 타이밍마다 슬로우 템포와 멜로디를 박아 넣으면서 매우 지적인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는 점 등등을 살펴보면 “과연 이들을 하드코어 펑크나 쓰래쉬 메탈이라는 장르에 가둬두고 평가하는게 옳은것인가?” 라는 의문을 스스로 가지게끔 만듭니다. 이들은 뭔가 특정 언더그라운드 장르를 넘어서는 새로운걸 하고 싶어 안달아 나 있으며, 그것을 정당한 행위로 귀결 시키고도 남을 베짱과 실력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든다는 말이죠. Faith No More, Nirvana, Red Hot Chilippers 와 같은 당대의 거물들과 충분히 비비고도 남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점 또한 깨닮게 만든다는 점도 빠트리고 싶지 않네요.
Desperate Measures 는 그 당시에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뉴욕 하드코어 클래식! 그게 다였다고요! 전 그건 정말 아니었다고 생각 합니다. Leeway 는 더 큰 명성을 얻어야만 했다고 봅니다. 금전적 성공으로나, 음악적 평가적으로나 말이죠. Desperate Measures 는 완벽 그 자체 였으니까요. 하드코어 펑크, 쓰래쉬 메탈, 80년대 헤비 사운드, 90년대 헤비 사운드, 얼터너티브, 모던 헤비니스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도 완벽했고 앞서 갔습니다. 특정 언더그라운드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가 행해야 할 조건들을 완벽하게 만족 시키고, 더 나아가 그 누구와도 닮아있지 않고 앞서가는 무언가를 남긴 이들은 매우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저 명 뉴욕 하드코어 / 크로스오버 쓰래쉬 밴드로의 평가만이 남았습니다. Leeway 의 음악을 들을만한 하드코어와 메탈씬의 팬들은 “특정 장르에 넘어서는 무언가” 를 느낄 수 있는 음악적 배경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받아 들일만한 마인드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 해 봅니다. Leeway 는 너무 빠르게 앞서 갔어요. 자! 이 앨범이 발표 된 1991년을 살펴 봅시다. 모든 헤비니스 사운드의 모던한 터닝 포인트였던 Nirvana 는 아직 등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모던 헤비 사운드의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Faith No More 는 앨범 The Real Thing 으로 메탈의 획기적인 튜닝은 해 두었지만 그것을 전혀 새로운 종자로 만들었던 Angel Dust 앨범은 아직 제작중이었죠. 또 다른 90년대 헤비 사운드의 이정표 Pantera 는 Cowboys From Hell 을 1990년에 내 놓으며 일대 혁신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80년대 메탈의 끈을 과감히 놓지는 못한 과도기적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많이 앞서가는 유니크한 감각을 선보이던 Anthrax 가 있지 않았냐구요? Leeway 처럼 풀렝쓰라는 큰 틀에 맞추는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을 부정하긴 힘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거에요. Leeway 는 완벽 했지만…. 너무 앞서 갔습니다. 모두가 그들의 전부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는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2020년 입니다. 펑크/하드코어와 메탈에서 파생 된 수많은 서브장르들이 더욱 많아졌지요. 그렇게 헤비 사운드는 변화와 발전을 가져 왔습니다. 게다가 근 10여년 사이에 8-90년대 하드코어 펑크와 쓰래쉬 메탈을 새로운 감각으로 리바이블 하는 신예들도 엄청나게 등장 하였지요. 지금 시점에서 이 앨범을 다시 듣고 평가 해 보게 된다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입니다. Desperate Measures 라는 앨범이 최소 30여년은 앞서서 놀라운 것들 꽤나 많이 보여 주었음을 말이죠. 유난히도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된 재평가가 이뤄저야 하는 비운의 초 명작이 이 앨범이라고 사료 됩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이 앨범의 100% 를 이해 할 수 있는 시점 말입니다. 90년대 초중반의 뉴욕 하드코어씬을 경험했던 사람들만이 기억하는 명 밴드로만 남아서는 절대로 안되죠.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에 대한 진면목을 100% 이해 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이 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 대단함을 여러분들도 느껴 주시고, 이해 해 주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