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in – California Cursed (Revelation, 2020)
2020년 상반기 최고의 신예를 뽑는다면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출신의 4인조, Drain 을 뽑겠습니다. 이유는 간단 합니다. 2020년 4월에 발표 된 이들의 첫 풀렝스 앨범인 California Cursed 가 너무나도 인상 깊었기에 그렇습니다. 그 이름을 처음 들어 보신다고요? 뭐 저도 그러한 입장입니다. Drain 의 지금까지의 커리어는 그저 그랬거든요. 완전 쌩 신예 입니다! 디지털 싱글/데모 몇개, 4곡짜리 카세트 테이프 EP 가 경력의 전부에요. 예전 경력은 중요치 않아요. 중요한것은 California Cursed 는 2020년대를 대표 할 하드코어 클래식임에 손색이 없으며, 더 나아가 2020년대 헤비니스 클래식이 될 뛰어난 자질을 담은 끝장나는 출사표라는 점 입니다. 지금이야 그 의미가 많이 퇴색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드코어 키즈들의 마음을 충분히 설레게 하는 명가 레이블 Revelation Records 가 간만에 선보이는 물건이라는 화제성도 있고요.
California Cursed 는 90년대 초반의 메탈릭 하드코어를 리바이블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게 전부 입니다. 그런데 뭐가 그리도 대단 하냐고요? 간단합니다. 청자의 피를 끓게 만드는데 충분한 껀수를 완벽하게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펑크/하드코어 키즈 뿐만 아니라, 메탈헤드들의 입맛마저 사로잡을 정도로 말이죠. 여러분들은 2010년대에 이런저런 신예들을 통해 이미 그러한 것들 많이 경험한 상태일 겁니다. Power Trip, Turnstile, Higher Power, Judiciary, Malevolence, Jesus Piece 같은 밴드들을 통해서 말이죠. California Cursed 역시 그들과 같은 존재감을 완벽하게 담은 한장입니다.
Drain 이라는 밴드가 보여주는 하드코어는 그루브함을 강조한 메탈릭 하드코어 입니다. “캘리포니아 정취 쩌는 Madball 같은 스타일” 이라고 하면 이해도 80% 는 먹고 들어가는, 그런 스타일을 추구하죠. 타이트하게 빡빡 갈겨대며 달리는 스타일과는 다른, 리드믹 하게 그루브를 타며 뿜어내는 헤비 사운드의 하드코어 말입니다. 캘리포니아 출신답게 파티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겨대며, 그렇게 다소 느슨하게 파티 그루브를 타는듯 하면서도 때가 됐다하면 여지없이 뿜어내는 타이트한 쓰래쉬 메탈적 감각 또한 맛깔집니다. 때때로 조여주는 메탈릭한 타이트함은 메탈러들이 솔깃 할 정도의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Suicidal Tendencies, Cro-Mags, Biohazard 등과 같은 밴드들이 적잖은 메탈 팬층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이들 역시 가지고 있다는 말이죠. 그와 동시에 캐치한 탈-하드코어/메탈적인 멜로디라인도 선사합니다. NYHC 의 명 밴드이자, NYHC 그 이상의 기발함을 담은 혁신적인 코드의 밴드 Leeway 연상되는 것들 말입니다. 여튼 90년대 하드코어 클래식에서 발견되던 기발한 것들을 경험하며 느꼈던 흥미진진 했던 감정을 다시금 많이도 되살리네요. 그 시대를 경험했고, 메탈과 펑크/하드코어의 특징들을 전부 좋아하는 본인은 정말 반갑기 그지 없을 따름 입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앨범은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의 하드코어의 흥미진진함을 200% 담았다” 라고 말이죠. 하드코어가 헤비-그루브를 타기 시작하고, 그러면서도 예전 하드코어 펑크다운 심플하고도 통쾌한 스피드의 끈을 놓치지 않으며, 쓰래쉬 메탈적인 요소까지 사용하며 메탈헤드라는 이방인들을 기웃거리게 만들면서 가까운 이웃이 되며, 멜로디라인을 강조한 송라아팅마저 적절히 가미하며 탈 장르화까지 하려는 과감함까지 선보이던 그 90년대 초중반의 흥미진진 했던 하드코어 바이브 말입니다. 90년대를 리바이블 하되, 밴드 자체가 올드하게 다가오지 않는, 오히려 새 밴드처럼 느껴지는 이들만의 생기 넘치는 모습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이 밴드가 그저 90년대를 헤비니스를 아는 아저씨들을 위한 밴드가 아님을 제대로 증명했기 때문이죠. 이는 Power Trip, Turnstile 같은 거물 밴드들에서 보여지던 패기와 일맥상통하는 그 요소 입니다. 이들 Drain 또한 그들만큼 잘 될 것 같은 예감도 드네요.
뭐 더 길게 말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하드코어 바이브를 200% 부활 시키되, 2020년에 첫 앨범을 발표하는 신예 다운 감각으로 마무리 한 쾌작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네요. 허나 작곡이나 연주, 여하튼 테크닉적이거나 뮤지션쉽적인 부분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라고 꼭 언급해야 하고 싶을 정도로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이는 앨범이긴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딱 한 줄 언급하고 말 정도로 앨범 전체에서 풍겨대는 쾌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 정도면 2020년대 펑크/하드코어 클래식은 충분 하다고 보네요. 명반 입니다.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