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ultura – Quadra (Nuclear Blast, 2020)
Sepultura 의 신보 Quadra 는 무려 15번째 앨범이라고 합니다. Max Cavalera 없이 나온 Sepultura 의 9번째 앨범이기도 하죠. (참고로 Max Cavalera 가 참여했던 앨범은 6장 입니다.) 그 분에 대한 어쩌고 저쩌고는 “Max Cavalera 없이도 잘해요. 오히려 Soulfly 데뷔작 빼고 죄다 시시껍절 투성이었던 Max 보다 백만배 나아요.” 정도만 살짝만 이야기 하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굳이 이번에도 또 그런 이야기를 말 할 필요는 없다고 보니까요. 중요한건 Sepultura 의 음악적 독기가 Dante XXI (2006) 앨범 이후 식지를 않는다는 것이며, 신보 Quadra 의 음악적 존재감은 그런 행보중에서도 강렬하다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Quadra 는 Max 없이 발표한 9장의 앨범들 중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굉장한 작품 입니다. 일단 이들은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총괄해서 다시금 다 보여 줍니다. 스피드를 앞세운 타이트한 80년대 쓰래쉬의 빈티지함, 이제는 Sepultura 하면 생각나는 독특한 헤비/그루브, 브라질 출신다운 원시적/트라이벌한 감각, 매 앨범마다 살짝살짝 가미했던 하드코어 펑크적인 심플/스트레이트한 묘미 같은것들 말이죠. 찬반양론적인 결과가 남았지만 그래도 Sepultura 라는 밴드가 스피드와 헤비함을 제외 하더라도 꽤나 지적인 헤비니스 밴드로써 매력을 뽐낼 수 있다는 투의 프록/엑스페리멘탈적 요소 또한 (2001년작 Nation, 2017년작 Machine Messiah 의 그것)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팬들이 싫어 했을지언정, 우리들의 음악적 도전은 의미가 있음을 다시금 보여주는 모습, 아주 좋다고 생각 됩니다. 전작들에서의 시도들 보다도 음악적 존재감이 더 묵직하게 남는 결과물을 남기고 있기에 더욱 보기 좋네요.
신보는 지난 음악적 과거사를 다시금 읋조리고 끝? 아닙니다. 그랬다면 이 앨범에 대한 리뷰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Quadra 는 지금까지의 Sepultura 를 많이 벗어나려는 흔적이 엄청나게 많은, 매우 이질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곡 구성, 연주 패턴에서 “답습” 이라는게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Quadra 는 Sepultura 의 앨범이되, 제2의 Roots, 제2의 Dante XXI 를 거부 합니다. Andreas Kisser 가 보여주는 기타 플레이만 조금 귀 귀울인다면 그러한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프, 멜로디 라인, 솔로 파트까지 매우 유니크한 시도/결과로 점철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너무 과하게 과거의 것을 하지 않으려 의식한건 아닌가?” 할 정도의 약간 쎄한 의문감 마저도 안겨줍니다. 물론 그 느낌은 청자에게 좋은 결과로 다가오긴 합니다. 너무 거부감 부터 가지지는 마시길.
나머지 멤버들과의 음악적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중요 포인트 입니다. 지금까지의 Sepultura 의 모습이 Andreas Kisser 의 멱살 캐리였다면, 본작에서는 Andreas Kisser 가 타 멤버들의 재능을 좀 더 부각 시켜주려 노력한 흔적이 진합니다, 나머지 멤버들이 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전작과는 비교 불가의 레벨로 잘 소화 해 냈다는 점도 이 앨범의 백미 입니다. Sepultura 의 예상치 못한 쾌진격의 쐐기를 박았다라고 할 수 있는 Eloy Casagrande 의 드러밍은 Andreas Kisser 의 도전적인 기타 플레이 만큼이나 유니크한 비트를 마구 쏟아내고 있으며, 신보의 좀 더 깊어진 프록/엑스페리멘탈리즘적 무게감은 보컬 Derrick Green 로 하여금 최고의 퍼포먼스를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Derrick Green 은 이 앨범을 통해 그저 소리만 잘 질러대는 보컬이 아닌,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입체적인 캐릭터/보컬리스트로써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여줍니다. 100점 급 활약이라 하지는 않겠습니다. 허나 A++ 정도는 당연히 된다고 말하고 싶네요. 굿 퍼포머이긴 하지만, 명 보컬로는 부족한 Derrick Green 의 재발견/재도약을 보여주는 중요한 한장이기도 하기에 이 앨범의 재미와 가치는 남다르다 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적으로 Quadra 는 딱 좋은 타이밍에 나온 명작입니다. Sepultura 의 음악적 행보는 굉장히 좋았지만, 솔직히 슬슬 매너리즘에 빠지던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Sepultura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신보마다 좀 과하게 반복 되었고, 뭔가 새로운 음악적 탈출구를 모색 하려다가 만듯한 시도들은 찜찜하긴 했으니까 말이죠. Quadra 는 딱 좋습니다. Sepultura 하면 생각나는 사운드적 특징은 죄다 살려두고,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과감히 과거의 것을 전혀 답습하지 않는 나름 강수를 던졌습니다. 남은건? 플랜이 짜여졌으니, 결과를 좋게 내는 것이겠죠. 결과도 성공적 입니다. 리더 Andreas Kisser 가 과감히 리드했고, 나머지 멤버들이 잘 따라와 주다못해, 아예 날개를 달아 주었습니다. Quadra 를 통해 Sepultura 는 또 한번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 했습니다. 앨범을 15장이나 낸 밴드에게 바랄것은 그저 퀄리티 유지일 뿐이겠죠. 더 바란다는건 청자로써, 팬으로써 양심이 없는 겁니다. 허나 Quadra 는 다른 감정을 부여하게 되네요. Roots 같은게 하나 더 나올것만 같은 그런 느낌 말입니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