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er Power – 27 Miles Underwater (Roadrunner, 2020)

Higher Power – 27 Miles Underwater (Roadrunner, 2020)

90년대 스타일의 락 음악을 리바이블 하는 2010년대 영건들의 수는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미심장 하다” 라는 수식어를 써야만 할 정도의 수는 된다고 생각한다. 시애틀 그런지, 뉴욕 하드코어 크로스오버, 멜로딕 하드코어, 이모, 그런지 성향의 포스트 하드코어까지 그 장르도 다양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은 Turnstile, Superheaven, Power Trip, Take Offense, Angel Du$t, Judiciary, Balance And Composure 정도의 이름을 거론하면 어느정도 다 이해들 했을거라 생각한다. 몇년전부터 여기저기서 보이던, 나름 묶은 떡밥적 이슈들이었으니 별 다른 설명들 필요 없을것 아닌가?

이런저런 90년대 리바이블을 경험 하였다 하더라도 Higher Power 는 꽤나 신선하게 다가 올 수 밖에 없는 밴드다. 의외의 지역인 영국 웨스트 요크셔 출신이라서? 아니다. 밴드명이 뉴욕 하드코어 레전드 Subzero 의 동명의 곡에서 비롯되어서? 이 역시 아니다. 이들이 구사하는 음악의 리바이블 소재의 선택이 의외적인 것이라 신선함을 유발 시키기 때문이며, 90년대 사운드에 대한 이들만의 어레인지 감각 또한 인상에 강하기 남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음악적으로 유니크하며 뛰어나다” 라는 말이다. 수 많은 90년대 사운드의 리바이블을 경험하여 적응이 된 상태이며, 약간의 식상함이 느껴지는 상태이다 하더라도 Higher Power 의 유니크함은 정말 남다르다. 두번째 풀렝스부터 Roadrunner Records 에서 판이 나올 정도면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으리라고 본다.

뉴욕 하드코어의 파워풀함을 가지고 있지만, 도심 변두리 젊은이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지적인 메시지의 전달과 혁신적인 기타플레이 및 그루브감으로 인해 뮤지션적인 이미지가 독보적이었던 Snapcase 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Pearl Jam 의 저질 모조품 밴드라는 밴드로 시작하여, 사회에 대한 반항기로 점철된 그런지라는 장르를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아티스트리 넘치는 이미지로 변화 하는데 대성공을 해 낸 Stone Temple Pilots 라는 밴드를 기억하는가? Higher Power 는 그것들을 자신들의 근간으로 하여 하드코어 밴드로써의 언더그라운드 컬쳐의 일원다운 모습, 뛰어난 표현력과 송라이팅의 뮤지션적으로의 모습 모두를 보여주고 있다. 하드코어 특유의 파워풀한 자신만만함, 그런지 특유의 패배주의적 멘탈의 교차와 공존을 자기모순 없이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은 가히 놀랍다. 하드코어와 그런지의 매력을 한데 뭉쳐 잘 표현하고 있는 가운데 그와 상통하는 이모/포스트 하드코어 사운드 (Quicksand, Far, Sunny Day Real Estate 의 그것 말이다) 에 대한 적절한 가미를 통해 90년대 리바이블의 맛을 좀 더 깊고 넒게 해 나간다는 점 또한 빠트리기 곤란하고 말이다.

그러한 매력적 요소가 굉장하지만 본작 27 Miles Underwater 는 절대로 “잘 만든 앨범은 못 됩니다” 라는 말을 남겨야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문제작 이기도 하다. 이들의 리바이블 감각은 강렬하며 독특하다. 허나 데뷔작 Soul Structure (2017) 을 놓고 비교 해 보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작 27 Miles Underwater 은 데뷔작 Soul Structure 의 지나친 재탕” 이라는 점, “지나치게 앨범 내에서 반복 사용되고 있는 리프가 많으며, 그렇게 곡들이 모이며 앨범의 흐름이 나빠지면서 흥미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리바이블 감각은 정말 뛰어나지만, 이 앨범은 무려 Roadrunner Records 에서 나오는 메이저 데뷔 앨범이며, 그 기준에서 보자면 본 앨범은 당연 “함량미달” 이 확실하게 맞다. 11곡이나 되지만 기억에 남는 곡들은 5곡이 채 되지 않으며, 그 기억에 남는 사이사이에 들어간 곡들은 몇트랙 전에 들었던 리프를 거의 가공하지 않고 돌려버린 정도이며, 이는 “무성의” 라는 이름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 앨범은 합격점 이상은 뽑아 낼 수 있긴 하다. 그리고 2020년 베스트 20선 안에 들고도 남을 한장이라고도 생각 될 정도의 임팩트함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Roadrunner Records 를 통해 메이저 데뷔를 해 내던 밴드들의 엄청남을 감안 했을때, 이 앨범은 분명 “함량미달” 은 확실하다. 대견하지만 아쉬운 한장이다. 좀 더 보완하고 가다듬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