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guard – Storm (Self-Release, 2020)
지금까지 Lacuna Coil, Catamenia, Warbringer, Behemoth, Therion, Into Eternity, Ensiferum, The Agonist, Cryptopsy, Krisiun, Voivod, Moonsorrow, Korpiklaani, Quo Vadis 출신의 멤버가 거쳐간 나름 “캐나다 익스트림 메탈 빅 프로젝트” 라 부를 수 있는 Blackguard 의 4번째 풀렝스 앨범.
지금까지 이 밴드를 거쳐갔던 밴드들의 음악적 성향, 이들이 몸담고 있는 Nuclear Blast 라는 레이블, 이 두가지만 살펴봐도 대충 이러한 음악을 할 것이라다는 예상을 하게 될 것이다. Blackguard 는 그 예상이 전혀 빗나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한편, 징글맞다 못해 마이너스 점수를 줄 정도의 Nuclear Blast 레이블의 사운드 클리셰로 떡칠이 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흥미롭게도 데뷔작은 Sumerian Records, 전작은 Victory Records 에서 발매 되었다… 이번 앨범은 셀프 릴리즈.) 너무 그 클리셰의 정도가 심해 악의적으로 평가절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끔 만들 정도로 말이다.
2000년대 초중반의/미국적 헤비 그루브를 탑재하기 전의 멜로딕 데스메탈 특유의 B급 코드적 매력, 그 빈티지함에 반하기는 하지만 과하게 그 맛을 상쇄하지는 않는 정도로 뭍혀 낸 모던한 프로덕션, 지겨울 정도로 뻔하고 유치찬란하게 펼쳐지지만 이 장르를 오랫동안 들어 왔다면 “지겹고 뻔해도 또 한번 속아 넘어 갈 정도는 되는구만?” 이라 할 수 있는 멜로딕 파워 메탈 특유의 불량식품적 끌림 요소들, 앞서 언급한 두 장르들의 새로운 빅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전투/행진곡 풍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첨가 (Sabbaton 의 그것 그대로다! 좀 너무하네 싶을 정도로!), 앞서 열거한 것들과 안 어울릴래야 안 어울릴수가 없는 포크 메탈, 멜로딕 블랙메탈 요소의 양념적 첨가까지… 한마디로 Nuclear Blast 레이블의 엑기스 그 자체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말이다.
메탈이라는 음악 특유의 장르/스타일 개척 욕구가 “전혀!” 없는 이 앨범은 앨범 세일즈를 위한 청탁성 원고에서라도 절대로 A등급 or 80점 이상의 점수를 절대로 주고 싶지 않게끔 만든다. 유러피언 메탈 스타일을 약간만 좋아해도 다 넘어 올 수 있는 요소들을 너무나도 과하게 사용하며 불쾌감 마저 선사하고 있기 때문에! 메탈 리스너의 청각을 자극하는 것까진 좋지만, 너무나도 메탈 리스너들의 취향에 맞추려고만 한 딸랑이 기질은 진짜 메탈이라는 “특정 장르음악” 에 절대적으로 어울리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애티투드적인 부분에서는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한장이라 시원스레 못박고 싶으며, 좀 과한 평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틀린말은 아니라고 자부하고 싶다는 점 또한 추가적으로 확실하게 말 해두고 싶다.
하지만 이 앨범은 괜찮은 작품이라고 결론으로 마무리 해야만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20년 현재까지 Nuclear Blast 라는 레이블이 독일의 넘버원 메탈 레이블을 넘어 세계적인 메탈 브랜드로 성장 하기까지의 흐름이 이 한장에 완벽하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꽤나 식상한 표현 방식이 심히 거슬리기는 하지만, 멜로딕 데스메탈, 파워 메탈, 심포닉 메탈, 멜로딕 블랙메탈 등 수많은 장르들을 한데 뒤섞고, 난잡하지 않게 정리를 잘 해낸 부분만큼은 그 단점을 어느정도 가려 내는데에는 성공한 모양새인것은 분명 부정하기 힘든 장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일적 식상함과는 별개로 앨범이라는 포맷에 걸맞는 흥미진진한 흐름 역시 이 앨범의 플러스 요소이기도 한 점, 빠트리면 곤란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빛이 난다.
찜찜한 면이 크지만 여하튼 잘 만든 앨범임에는 확실하다. 특정 장르의 혁신을 늘 바라는 입장, 그래도 좋아하던 것들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노스텔지어적 입장의 딱 중간에 있는 나로썬 반갑지는 않은 한장이었다. 정말 혐오하는 이중잣대가 발휘되기에 그러했다. 그래도 아저씨가 된 이상, 노스텔지어쪽 편을 좀 더 들어주고 싶다. “이 앨범은 그래도 잘 만들었습니다” 라는 말이다. 세상만사가 YES or No 가 아니겠지만, 이건 그래도 YES 를 고르고 싶다. 틀리지는 않은 선택이거니 하고 넘어가겠다. 2020년 벽두에 발표 된 이 앨범에 대해 에너지를 많이 쏟는건 에러잖아? 갈 길이 멀단 말이다. “벽두부터 잘못 걸렸네” 생각하고 이정도까지만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