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Villains Sound’s Best 20 Albums Of 2017 (20-1위)
20위 : God Mother – Vilseledd (Party Smasher Inc.)
– The Dillinger Escape Plan 의 직접적 어프로치 인해 그들의 레이블 Party Smasher Inc. 와 계약함. 그러한 뒷배경에 어울리는 DEP 스타일의 거친 매쓰코어적 매력의 대발산. 스웨덴 출신답게 Refused, Abhinanda 와 같은 독특한 포스트 하드코어 테이스트의 강렬한 어필. 쉴 새 없이 과격하게 퍽퍽 치고 나오는 (Nasum 으로 대표되는) 모던 스웨디시 그라인드코어의 쾌감. 90 노이즈락, 엑스페리멘탈/앳모스페릭 헤비 사운드, 올드스쿨 데스메탈 리프 구사 등등의 독특한 양념질 까지… 수많은 것들을 펼쳐 놓고, 난잡이라는 단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게, 그리고 흥미롭게 마무리 해 내는 흥미진진한 앨범이다. 다양한 헤비 뮤직 스타일을 과감히 펼쳐 놓되, 모든 곡들을 1-2분대로 군더더기 없이 호쾌하게 요점 정리 해 놓으며 빠른 앨범 페이스를 통해 청자를 팬 베이스로 바로 바로 정리 해 버리는 선동력 또한 굉장한 한장.
19위 : Obituary – S/T (Relapse)
– 활동 경력이 30년이 넘어버린 1세대 데스메탈러 Obituary 는 아직도 신선도가 끝내주는 밴드다. 과격하기 그지 없는 사운드 질감, 빠르디 빠른 스피드, 두뇌가 수용하기 벅찬 기괴한 테크닉의 대향현 이라는 데스메탈 아이덴티티와는 조금 (혹은 많이) 다른, 느릿하디 느릿하며 불쾌한 질감으로 끈적 거리는 이들만의 독특한 사운드가 여전히 신선해서? 맞는 말이지만 그것 가지고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들은 자신의 강렬한 오리지널리티의 재 구현으로는 이미 한계를 맞이 했으며 (=Candlelight 시절 앨범들), 최근 들어서는 지금까지의 앨범들에서 하지 않았던 것들을 과감히 집어 넣기 시작 해서가 아닐까나? 여튼 그러한 시도가 가장 과감히 시도 된 것이 본작이다. 펑크/하드코어가 연상되는 심플-스트레이트 함의 가미, 데뷔작을 연상 시킬 정도의 담백한 질주 코드의 곡 제조, Back From The Dead (1997) 앨범과 일맥상통 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기발한 코드의 헤비 그루브 리듬다이, 이질적인 첫인상이지만 꽤나 이들 스타일에 어울리는 하드록 스타일의 기타 솔로잉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지금까지의 음악 커리어가 탈선 할 듯한 불안함을 주지만, 그것을 앨범만의 흥미 요소로 환원 시키며 앨범 전체를 유니크하게 관통 시키는 이들의 재주에 아니 놀랄 수 없다. 굉장히 이질적이면서도, “역시 Obituary!” 하는 말을 꺼내게 만든다. 사람 제대로 가지고 노는 베테랑 다운 쾌작 되겠다.
18위 : Helpless – Debt (Holy Roar)
– 미국 및 타 국가들에서 새로운 헤비니스 패러다임이 등장하며 세상을 한바탕 뒤집어 놓으면, 흥미롭게도 영국에서도 그러한 스타일의 밴드 / 앨범이 최소한 1년 남짓한 타이밍에 카운터로 터져 나온다. 쓰래쉬, 그런지, 팝펑크, 블랙메탈, 멜로딕 메탈코어, 포스트 하드코어, 매쓰코어, 블랙큰드 하드코어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그러했다. 하지만 이를 “따라쟁이들” 이라고 폄하 할 수는 없다. 앨범만 한 타이밍 늦게 나왔을 뿐이니까 말이다. 새로운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떠오를 때 이미 그러한 음악을 밴드가 존재하는 데다가, 음악적 완성도 또한 굉장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영국씬의 의외의 전통(?) 의 올해 넘버원은 플리머쓰 출신의 3인조 블랙큰드 하드코어/그라인드코어 밴드인 Helpless 다. Nails 로 대표되는, 그라인드코어 색채 짖은 어레인지 된 블랙큰드 하드코어의 진수를 들려준다. 지나치게 짝퉁같은 느낌도 들지만, 이들만큼 경이로운 모조품을 구사하는 밴드는 하나도 없다. 게다가 신 트렌트 카운터펀치의 전당이라 해도 무방한 영국의 굉장한 레이블 Holy Roar 소속이다. 이 정도면 무조건 들어야 하는거 아니겠는가?
17위 : The Lurking Fear – Out Of The Voiceless Grave (Century Media)
– Tomas Lindberg 는 참으로 많은 헤비니스 장르를 시도 한 바 있다. 블랙메탈, 올드스쿨 데스메탈, 둠메탈, 멜로딕 데스메탈, 데스 앤 롤, 크러스트 펑크, 포스트 하드코어 등 수많은 장르를 말이다. “80-90년대의 올드스쿨 스웨디시 데스메탈 사운드를 하겠다.” 라며 결성한 The Lurking Fear 또한 그러하다. 이미 그의 뛰어난 음악 커리어 때문에 이미 이 앨범은 “쾌작” 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Entombed 로 대표되는 하드코어 펑크 기반의 스트레이트한 스웨디시 올드스쿨 데스메탈 스탠다드의 쾌감은 당연 했으며, At The Gates 의 최근 재결성 앨범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모던한 프로덕션의 걱정스럽지만 나름 어울리는 조화 또한 인상적이다. Tomas Lindberg 의 보컬 퀄리티 역시 변함없이 훌륭하디 훌륭하다. “그가 보컬한 밴드는 무조건 체크 하는거야!” 라는 공식의 또 한번의 멋진 재증명이다.
16위 : Necrot – Blood Offering (Tankcrimes)
– 단언 할 수 있다. “근 몇년간 행해진 올드스쿨 데스메탈 리바이블 붐은 쓰레기다.” 라고 말이다. 평단의 호평도 있다고? 나날히 파격적으로 새로워지고 있는 메탈 음악에 대한 올드스쿨 애호가들의 지나친 꼰대질로만 느껴질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컬트 올드스쿨 클래식한 특징만 진할 뿐, 앨범 전체적 퀄리티가 형편 없기 때문이다. 허나 올해 들어 제대로 된 올드스쿨 리바이블 레코드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데, 올해 최고는 바로 이 앨범이다. 컬트한 올드스쿨 데스메탈이 지닌 참맛은 뛰어나게 살리면서도, 앨범 전체 퀄리티를 어느정도 살려 낸 인상적인 데뷔작 The Labyrinth (2016) 의 흥미진진함 뒤로 발표되는 앨범이라 기대감도 나름 큰 한장이기도 하다. 두번째 앨범인 본작은 차원이 다르다. “쓰래쉬 메탈에서 데스메탈로 넘어가던 극 초창기/과도기형 데스메탈” 을 구사하는 본작은 아주 심플한 올드스쿨 of 올드스쿨이지만, 웰 메이드 데스/쓰래쉬 리프들의 대향연을 통해 데뷔작 및 타 올드스쿨 리바이블러와는 차원이 다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올드스쿨 데스메탈을 좋아한다면 이 앨범은 여러분들의 뉴 클래식 될 것이다. 몇년간의 데스메탈 리바이블을 잊어라. 이 앨범 부터가 진짜다.
15위 : Mutoid Man – War Moans (Sargent House)
– Cave In 의 보컬/기타리스트 Stephen Brodsky, Converge 의 드러머 Ben Koller 2인이 모여서 만들어진 밴드인 Mutoid Man 는 “Cave In, Converge, Isis 멤버들간의 수많은 일시적 프로젝트 밴드 중 하나” 로 시작했다. 하지만 Cave In 과 Converge 의 매쓰코어, 케이오틱 하드코어를 근간으로 하여 뛰어난 올드 기타팝 센스, 빈티지 블루스/헤비록과의 퓨전을 통한 매력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으며, 결국 이들은 풀타임 밴드로 변화하게 된다. 2017년 신작이자 두번째 풀렝스인 War Moans 은 풀타임 밴드가 확정 된 만큼의 무언가를 제대로 들려준다. 정신없이 휙휙 내지르는 매쓰코어/케이오틱 하드코어 연주패턴 대난립 속에 귀에 깔끔하게 팍팍 꽃히는 뛰어난 빈티지 기타팝 보컬라인과의 괴상하지만 재미진 조합은 여전하다. 허나 전작의 재탕이라고는 전혀 생각들지 않을 정도로 의식해서 만들어 논 예상범위 외의 기타 리프 패턴 및 드럼 패턴의 대량 살포는 확실히 다르다. 밴드 컬러는 유지하되, 전작 앨범과는 전혀 다른 인상의 한장이라고나 할까? 기대한 부분과 기대하지 못한 부분을 동시에 전해주는, 여러가지로 영악한 앨범 되겠다.
14위 : Primitive Man – Caustic (Relapse)
– Mastodon 으로 대표되는 둠/슬럿지 메탈의 모던화/파퓰러화에 대한 반감일까? 최근 2-3년간의 둠/슬럿지 씬의 분위기는 다시 독해지기 시작했다. Primitive Man 의 4년만의 풀렝스 앨범인 본작은 그러한 흐름에 있어서 가장 독하디 독한 결과물을 들려준다. 느리고 헤비하고 암울한 둠메탈을 극단적으로 빠싹 쫄여내며 독한맛을 극단적으로 우려내는 가운데, 크러스트 펑크, 노이즈, 인더스트리얼, 엑스페리멘털리즘 등 둠메탈에 매우 어울리는 것들을 (더불어서 그 누구도 섞어보려 하지 않은 것들을) 하나 하나 때려 박아 넣었다. 경이로운 데뷔작 Scorn 과 크게 다른 구석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특한 팀 컬리, 상상이상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무서우리만큼 강렬하며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Amebix, EYEHATEGOD, Electric Wizard, Sunn O))) 와 같은 밴드들이 등장하며 보여 준 독하면서도 이질적인 충격이 이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13위 : Bloodclot – Up In Arms (Metal Blade)
– Cro-Mags 의 원년 보컬리스트 John Joseph, Danzig 밴드에서 활약 한 바 있는 기타리스트 Todd Youth, Queens Of The Stone Age 의 베이시스트로 활약 했으며 괜찮은 솔로 커리어 또한 보유중인 Nick Oliveri, Danzig 과 QOTSA 에서 활약 한 바 있는 베테랑 드러머 Joey Castillo 가 모인 밴드, 바로 Bloodclot 이다. 무슨 음악을 하던지 좋을 수 밖에 없는 라인업이며, 구사하는 음악 또한 그 누가 하던지 쉽게 구려 질 수가 없는 마법적인 장르인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이다. 게임은 끝났다. 연주 실력 뛰어나며, 자신만의 독특한 퍼포먼스 테이스트를 어디 가서든 어필하는데 문제가 없는 멤버들의 하드코어 펑크는 참으로 매력적 이더라.
12위 : Mastodon – Emperor Of Sand (Reprise)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Mastodon 이 신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기대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둠/슬럿지 메탈의 프록화 & 파퓰러 하드락 화 & 모던화” 라는 이들만의 기발한 발명품이 벌써 7번째 앨범까지 왔다. 이들은 메이저 레이블에 올라 온 후 단 한번도 저 공식을 깨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좀 지나치다시피 반복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승자는 늘 Mastodon 었다. 매 앨범마다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 노하우를 반복하지만, 신보다운 흥미진진함과 변치 않는 뛰어난 음악적 존재감의 어필은 모든 의심적 눈초리를 닥치게 만들었기에 그러하다. 신보는 그러한 “커리어 디테일링 기술 (?)” 의 업그레이드를 보여주는 대단한 한장이다. 2-3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앨범을 발표하고 투어하고 신보 만들고 그러면서 7번째 앨범 정도 왔으면 음악적 번뜩임이 완전 고갈되고 파퓰러한 성공을 위한 꼼수만 겁나게 늘 타이밍이다. 허나 이들은 여전히 감동먹을 요소들을 할당량 이상으로 구비 해 두었더라. “이번 신보는 구리겠지?” 하면서 음흉하게 접근하는 나같은 놈들의 시선에 빅엿을 선사한다. 난 그런 빅엿은 환영일 따름이다. 이번에도 잘 들었다.
11위 : CHON – Homey (Sumerian Records)
– CHON 은 헤비하지 않다. 게다가 장르적 뿌리가 이모, 퓨전 재즈 스타일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은 귀 귀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싶은데, 그 이유는 이들이 구사하는 “이쁘장 하지만 기괴한 기타 테크니션 음악” 에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스무쓰한 사운드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연주는 이모코어, 인디락, 매쓰코어가 혼재 된 기괴하며 테크니컬한 감상 난이도 A급의 마이너리티 음악의 그것이다. 편안함과 기괴함이 쉴 새 없이 충돌 및 조화를 이루는 이들만의 팀 컬러는 여전하며, 심플함을 근간으로 한 파퓰러함과 기괴한 연주를 기반으로 한 컬트함의 표현 모두 정확한 비율로 앨범을 꽉 채워내고 있다. 얼터너티브 R&B 와의 믹스쳐 같은 기발한 콜라보레이션의 구비 또한 흥미롭기도 하고 말이다. 기타 테크닉을 기준으로 한 인스트루멘탈리즘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이 앨범은 필청이다. 이 앨범의 사운드적 질감이 좀 과하게 샌님 같다는 점은 당연 참아내야 하고 말이다.
10위 : The Acacia Strain – Gravebloom (Rise Records)
– 빗다운 하드코어를 구사하는 The Acacia Strain 는 지금까지 8장의 앨범을 냈다.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빗다운 하드코어라는 한계가 분명한 장르로 8장이나 낼 수 있는가? 낼 수 있다 하더라도 신보다운 신선함을 책임 질 수 있는가? 이들은 그러한 극심한 패널티를 언제나처럼 박살내고 있다. 2017년 앨범이자 통산 8번째 앨범인 본작은 바로 그러한 The Acacia Strain 의 진면목이 가장 잘 폭발한 한장이다. 전형적인 하드코어 브레이크다운 리프 패턴만으로 느릿느릿하게만 갈 뿐, 그 어떤 타 장르와의 믹스나 파퓰러한 어레인지 조차도 거부한다. 미련한 느낌마저 전해 줄 정도로 강경 노선이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그놈의 하드코어 브레이크다운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징그럽게 경험 해 왔고, 수많은 메탈릭 하드코어 밴드들의 한계 또한 숱하게 경험 해 봤다. 허나 이들은 언제나처럼 신보에 걸맞는 흥분감을 언제나처럼 선사 해 왔고, 이 앨범에서의 그 흥분감은 이들의 커리어에서도 최고조이다. 패널티를 잔뜩 짊어지고 그 어떤 새로운 전략없이 묵묵하게 해 온 대로 할 뿐인데도 굉장 하더라. 경이롭다. 이 정도면 거장의 반열이라 사료 될 정도다.
9위 : Code Orange – Forever (Roadrunner)
– 2017년에 가장 기대를 모았던 메이저 데뷔이자 그에 걸맞는 완벽한 성공을 거둔 Code Orange 의 3번째 앨범은 이상하리 만큼 큰 조롱을 받았다. 애들이나 좋아하는, 일종의 가짜 하드코어 음악이라고 말이다. 그러한 조롱과 비난의 목소리는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이들의 하드코어는 지금까지의 하드코어의 전통성을 짓 뭉개고 새로운 스탠다드를 만든것과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이들의 앨범이 낮설고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몰라도, 이 앨범은 2010년대에 가장 중요한 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앨범이다. 빗다운 하드코어, 그루브 메탈, 그런지, 노이즈락, 케이오틱 하드코어, 둠/슬럿지 등을 쉽게 알아 볼 수 없게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제조하고 뒤틀어 내며 만들어 내는 이들만의 오리지널리티는 굉장하다. 뛰어난 개성 창조의 강렬함이 지금까지의 하드코어 음악 제조에 대한 행동강령을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화형식을 거행 할 수 있을 정도다.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전작 I Am The King 에서 전부 완성 되었던 것을 재탕하는 이미지가 좀 과하게 세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새로운 하드코어 기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메이저 데뷔 폼을 쓴 Forever 의 강렬함 또한 의미가 있다.
8위 : Converge – The Dusk In Us (Epitaph/Deathwish Inc.)
– Converge 는 정말 질려 버리는 느낌이 들 정도의 거장이다. 극단적인 과격한 사운드로 인한 질림 뿐만이 아니다. 그 어떤 밴드와도 닮지 않은 메탈-하드코어-그라인드코어 혼합 결과물로 인한 경이로움 뿐만 역시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허나 The Dusk In Us 를 통해 느낀 질림은 “과연 이들의 음악적 한계는 어디인가?” 에 대한 그것이다. The Dusk In Us 는 무모한 느낌이 매우 강하다. Converge 하면 생각나는 극단적인 과격 스피드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미드-슬로우 템포와 멜로디어스한 기타 리프들로 스타일로 가득 채운 앨범이기에 그러하다. 무모한 도전을 행한 이 앨범의 결과물은 처참함과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굉장하다. 그라인드코어/패스트코어적인 극단적 파괴감 대신에 자리를 잡고 있는 Neurosis 와 같은 아트락 성향의 둠/엑스페리멘탈리즘 노선의 멜로디어스한 Converge 는 매우 낯설지만,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매력을 지녔다. 그 어떤 불평불만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페이보릿 밴드가 급격하게 변화 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그러했다면 불평불만의 목소리는 매우 크게 나올 것이다. 허나 이 앨범은 오랜 팬의 입장에서 새로운 변화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절대 할 수 없게끔 만든다. 그만큼 경이로울 정도의 완벽성이 새 스타일에 완벽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느려지고 멜로디컬한 Converge” 가 상상이 되는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승자는 이들이더라. 아무런 불평을 표현 할 수 없다. 그냥 경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7위 : Paradise Lost – Medusa (Nuclear Blast)
– Paradise Lost 에게는 두가지 얼굴이 있다. 데스메탈에 고딕 성향을 더해 둠/데스라는 올드스쿨 데스메탈 서브장르를 만들어 낸 다이하드 메탈러로써의 이미지. 그리고 그러한 아이덴티티를 뒤로 한 채, 캐치한 멜로디라인의 도입과 혁신적인 프로덕션을 통해 만들어 낸 모던 익스트림 메탈러 로써의 혁신적 이미지 말이다. In Flames 와 같은 데스메탈의 극단적 모더너티를 이뤄 낸 바 있는 이들이 모던함의 끝을 보고 행한것은 놀랍게도 과거로의 회귀였다. 서두르지 않았다. 이들은 바로 첫 앨범에서의 둠/데스로 가지 않았고, 매 앨범마다 차근차근 과거로 돌아가며 자신들의 과거와 마주했다. Medusa 는 그러한 여정의 6번째 앨범이며, 이들 역사에 있어 가장 화려했던 순간인 중반기 명작 Draconian Times (1995) 의 까지 회귀 해 왔음을 보여준다. 물론 재탕은 절대 아니다. 과거의 스타일을 복기하되 자신들의 지금까지의 음악 커리어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디테일링을 보여 주는듯한 섬세함을 통해 “과거의 재발견” 을 멋지게 해 내고 있다. 이들은 그 아무에게도 오지 않는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반드시 그 전성기를 확인하기 바란다.
6위 : Full Of Hell – Trumpeting Ecstasy (Profound Lore)
– 그라인드코어, 블랙큰드 하드코어, 하쉬 노이즈, 인더스트리얼, 둠/익스페리멘탈, 드론 메탈 등 과격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음악들을 극단적으로 짓뭉개 뒤섞는 괴물 밴드 Full Of Hell. Merzbow, The Body 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자신들의 극단적 음악 여정에서 벗어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본작을 통해 본업에 본격적으로 복귀 신고를 하였다. 과격하고 기괴하기 없는 다양한 장르들을 극단적인 브루탈리티로 표현한 본작은 반갑디 반가운 컴백인 가운데, 한동안 잊혀졌던 “2010년대에 가장 혁신적이고 독한 광기를 내뿜는 밴드” 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재확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극단적인 과격함의 표출 뿐만 아니라, 음악적 스타일의 유니크함의 굉장함 또한 매우 매우 돋보이는 혁신 그 자체의 앨범이라는 앨범도 중요 하겠다.
5위 : Expulsion – Nightmare Future (Relapse)
– 올드스쿨 데스메탈 리바이블 붐? 그러면 진짜배기 올드스쿨 데스메탈러가 등장하면 어떨까? 어쩌긴! 당연히 작살 나겠지! 그렇다. Expulsion 은 리얼 올드스쿨 데스메탈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을 보여주는지에 대한 양질의 증거물 그 자체다. Repulsion, Exhumbed, Phobia 등 네임드 밴드 출신 4인이 모인 이 밴드는 데스메탈 및 그라인드코어 태동기인 80년대 중후반의 그 바이브를 실현하고 있다. 데스메탈 이정표 밴드들의 데뷔 풀렝스에서의 바이브가 아니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구사하는 올드스쿨 데스메탈 바이브는 “80년대 언더그라운드 테입 트레이딩 시절” 의 그것이다. 데스메탈 및 그라인드코어를 창조하기 위해 스피드 메탈과 쓰래쉬 메탈을 스피디하게 마구잡이로 개조 해 대던 객기 넘치는 그 시대의 그 바이브! 장난 아닌 리얼 올드스쿨 쾌감 그 자체가 살아 숨쉬고 있다. 올드스쿨 데스메탈 음악은 올드스쿨 데스메탈러가 구사해야 제맛임을 제대로 일깨워 주는 한장 되겠다.
4위 : Dead Cross – S/T (Ipecac Recordings)
– 과격함과 기괴함이 장난 아니었던 미치광이 그라인드코어/패스트코어 밴드 The Locust 의 멤버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는 Slayer 출신의 드러머 Dave Lombardo, 밴드에 마지막으로 합류 하였지만 단숨에 밴드의 존재감 그 자체로 올라 선 Faith No More 및 다양한 미치광이 프로젝트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남긴 Mike Patton 이 모인 밴드 Dead Cross. 안 좋을수가 없는 라인업이며, 그 기대만큼 굉장한 한장이 본작이다. The Locust 의 광기, Dave Lombardo 의 스테미너 넘치는 드러밍, 광기의 프론트맨 Mike Patton 의 완벽한 보컬 아웃풋까지 완벽 그 자체! 기괴함이 마구 날뛰는 흥미진진한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는 정말 대단하기 인상적이다. 미친놈들끼리 제대로 모였다.
3위 : All Out War – Give Us Extinction (Organized Crime)
– 메탈릭 하드코어에 익스트림 메탈적 어프로치를 가미한 밴드는 참 많다. 허나 All Out War 만큼 익스트림 메탈의 사악함과 하드코어 특유의 터프함을 동시에 극단적으로 내지르는 밴드는 보기 드물다. 그렇다. 그 All Out War 가 컴백을 선언했다. 컴백 EP Dying Gods (2015) 로 완벽한 워밍업을 해 낸 이들은 본격적인 컴백 앨범인 본작을 통해 다시 씬에 복귀했고, 그들의 과거 명성다운 익스트림 메탈릭 하드코어의 진수를 들려주고 있다. 뒷골목 하드코어 썩 특유의 강인함, 십자가를 거꾸로 든 메탈 밴드가 아니면 찾아 볼 수 없는 사악한 메탈릭 브루탈리즘의 완벽한 결합은 여전하다 못해 “역대 최강” 급의 무지막지함을 선사한다. 이들의 메탈 & 하드코어 믹스쳐는 구식 방법론이지만, 2010년의 기발한 믹스쳐 공식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임팩트가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굉장하다.
2위 : Power Trip – Nightmare Logic (Southern Lord)
– 데뷔작 Manifest Decimation (2013) 은 완벽했다. Slayer, Kreator 와 같은 극단적 쓰래쉬 메탈 관점에서 100점. Nuclear Assault. Suicidal Tendencies 와 같은 크로스오버 쓰래쉬적 관점에서도 100점. 쓰래쉬 리바이블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리버브감 쩌는 올드스쿨 쓰래쉬 메탈 특유의 로우한 프로덕션 구사에 대한 극단적 집착이라는 디테일링 까지… 정말로 완벽했다. 2번째 앨범인 본작도 그러하다. 과격 쓰래쉬 메탈의 극단성, 크로스오버 쓰래쉬의 유연한 사고방식의 쾌감까지도 여전하다. 스피드 집착의 쾌감, 뛰어한 헤비 그루브의 재미라는 두마리의 토끼잡이 마저도 말이다. 쓰래쉬 메탈 리바이블 쇠퇴기에 한방 터트린 Manifest Decimation 의 어마어마함을 제대로 이어가는 한장이다. “냉정하게 실력으로만 놓고 봤을때 현재 최고의 쓰래셔 라는 타이틀의 주인은 이들” 이라는 말을 꺼낼 정도로 말이다.
1위 : Integrity – Howling, For The Nightmare Shall Consume (Relapse)
– 하드코어에 사타닉 베이스의 사이비 종교 컨셉을 때려 박으며 “블랙큰드 하드코어” 라는 장르를 발명 했으며, (꽤 많이 좌충우돌 하기는 했지만) 그 스타일을 쉴 새 없이 새롭게 변화하려 노력한 Integrity 는 솔직히 꺼져가는 불꽃이라는 인상이 매우 강했다. 업적은 대단하나, 실세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 컴백 앨범이자, 준 메이저급 레이블 Relapse Records 이적이라는 예상치 못한 흐름속에 등장한 본작은 Integrity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한장으로 귀결되고 있는 한장이다. 90년대식 메탈릭 하드코어에 사악한 분위기를 때려박던 과거의 Integrity 는 잊어라. 그 이후의 다양한 스타일 체인지 또한 잊어라. 본작은 또 한번의 새로운 Integrity 의 완성을 보여주는 괴물과도 같은 한장이다. 90년대식 메탈릭 하드코어, 80년대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클래식/스피드 헤비메탈 리바이블, 블랙메탈, 그라인드코어, 크러스트 펑크, G.I.S.M. 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잽코어 테이스트까지… 밴드가 지금껏 해 해 온 모든 스타일과 과거 및 현재의 모든 페이보릿 밴드들의 영향까지 있는데로 끌어오고 그것을 자신들만의 팀컬러로 최종 결론 지으려는 이들의 노력과 결실은 정말로 경이롭다. 특정 장르뮤직 특유의 컬트함도 100점, 다양한 장르에 대한 믹스쳐라는 혁신성에서도 100점이다. 이보다 진취적이며 도전적이며, 다이하드한 한장은 올해 없었다. 올해 최고의 한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