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ssue #02] Noizegarden, 드디어 재발매 되다
1. 단 두장의 정규작을 발표하고 사라졌지만, 지금까지도 한국 락 음악 역사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노미네이트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Noizegarden, 그들의 2장의 정규작 + ETC 가 4월 29일에 재발매 되었다. 언제나 한 타이밍 늦게 소화하던 한국 음악계에서, 그당시에 꽤 앞서나가던 락 음악인 얼터너티브/그런지의 완벽 이해와 구사를 통한 현지화 성공, 그뿐만 아니라 그런지 음악을 넘어서는 자신들만의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강렬한 독창성을 지닌 밴드 Noizegarden. 그러나 두장의 앨범은 오랜 시간동안 절판이었다. 두장의 정규작 모두 중고로도 5-6만원대에 거래되는 레어판이라는 점, 200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는 그 중고 거래조차 없을 정도로 인기품목이라는 점은 국내에서 레코드 좀 모아 본 사람은 다들 알고들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계속해서 재발매 요청을 받아 왔지만, 두장의 앨범을 낸 각각 다른 레이블 (베이 프로덕션과 포니 캐넌 코리아) 모두 존재하지 않는 레이블이라는 점과 이것을 재발매 하기 위한 판권/금전적 문제, 그리고 확실하게 팔릴 것인가에 대한 의문 등 다양한 것들은 언제나 걸림돌이 되어 왔다.
2. Noizegarden 의 두장의 앨범을 재발매 한 레이블은 Navarone Records 이다. 이 레이블은 강명수씨라는 분이 “Noizegarden 의 앨범을 재발매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레이블이라고 전해지며, Mirrorball Records 의 유통망을 통해서 2014년 4월에 재발매가 이루어졌다. 그래미상도 탄 바 있는, 해외에서 활동중인 남상욱씨가 이 앨범의 총괄 마스터링을 가졌고, CD/LP 등 다양한 포맷의 음반 패키지를 발매하는 Khiov 가 가세하여 3단 디지팩 사양으로 제작되어 발표 되었다.
3. 내용물은 셀프 타이틀 데뷔작 Noizegarden (1996), 2번째 풀렝스 …But Not Least (1999), 그리고 데모와 각종 컴필레이션 앨범 참여곡, 라이브 부트랙을 모은 보너스 CD 의 3CD 로 발표 되었다. 좌/우/상단의 CD 수납이 행해지는 패키지이며, 회고록과도 같은 레벨의 부클릿이 포함 되어 있다.
4. 부클릿은 한마디로 “Noizegarden 속성 완전 정복” 그 자체다. 이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 한장에 담겨진 부클릿으로 Noizegarden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이들의 오랜 팬들 또한 쉽사리 알지 못했을법한 비화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언니네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의 Noizegarden 에 의한 소개와 회고, 자세한 연혁, 리더 윤병주의 각 앨범과 데모에 대한 후일담적인 코멘트 & 각 트랙에 대한 자세한 코멘트, 당시 일부러 가사를 넣지 않아서 많은 원성(?) 을 샀던것을 인식해서 넣은것인지는 몰라도 하나 하나 자세히 표기한 가사의 첨부 등 한마디로 “완벽” 그 자체다. 특히 베일에 가려졌던 데모 녹음 당시의 이야기, 아직까지도 큰 의문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 등 야화들이 빠짐없이 자세히 담겨져 있다는 점은 아주 큰 선물이라 할 수 있다.
5. 각 CD 들의 뛰어난 프로덕션/리마스터링도 매우 귀 귀울여야 할 부분이다. 두장의 정규작은 워낙에 녹음이 잘 된 것이기는 하지만, 3번째 CD 의 데모 트랙들의 퀄리티는 경악 수준일 정도로 너무나도 뛰어나다. 정규 앨범과 거의 동일한 퀄리티의 작곡, 연주, 프로덕션에서 보여지는 “실력” 은 당연히 엄청나며, 이것을 극단적으로 잘 살려 낸 남상욱씨의 기술력은 기립박수 감이기도 하다. 특히 밴드는 이 앨범을 재발매 하면서 그 당시 녹음한 DAT 테입의 원본을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의 수많은 과거 명작들이 “원본 분실” 로 인해 재발매가 되지 못하던 예와는 달리, 잘 보관 된 오리지널 음원으로 재발매를 해 냈다는 점은 한국 음악 역사에 길이남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나? 재발매에도 격이 다르다는 코멘트를 언급 할 수 밖에 없다.
6. “세번째 컴필레이션 CD 야 말로 이 패키지의 하일라이트이다!” 라고 따로 말하고 싶기도 하다. 3번째 컴필 CD 에는 한국 인디 밴드들의 대중가요 커버송 컴필레이션 시리즈 Indie Power 99 에서의 윤수일 커버 “제2의 고향”, Open The Door 컴필레이션에서의 테크노 리믹스, Metallica 트리뷰트 앨범 Am I Metallica? (1997) 에서의 Ride The Lightning 커버, 94년 데모 4곡, 95년 라이브 부트랙 2곡과 1999년 부트랙 1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있는것 없는것 다 끌어 모았기에 무게감이 떨어질지 모르나, 한곡 한곡이 지닌 음악적 강렬함과 그것이 응집되어 만들어지는 앨범 사이즈의 아우라 역시 어마어마하다. 2장의 정규작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컴필레이션 CD 만큼은 Noizegarden 의 팬이라면 반드시 무조건 경험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을 정도다. 컴필레이션의 탈을 쓴, EP 이상 – 정규작 미만의 강렬함과 무게감을 자랑한다.
7. 아쉬운점은 없을까? 있다. 패키지가 조금 약하게 만들어졌다는 점, 꽤 지문이 많이 묻어 나온다는 점은 (검은색 종이라서 더더욱) 패키지적인 부분에 조금 과하게 매니악 한 사람이라면 꽤 거슬릴 만하다. 또한 두장의 정규작에서 각 한곡당 한 페이지의 의미심장한 아트웍이 들어 갔었는데, 그것을 썸네일 + 곡 설명으로 조금 소홀하게 넘어갔다는 점 역시 다소 아쉽다. 구하기 힘든 Noizegarden 의 앨범을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점은 반갑지만, 패키지나 부클릿 아트웍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오리지널 초판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될 것임은 분명한 듯 하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민감하고 별난 사람들” 이야기고, Navarone Records 측은 예전 앨범을 구입한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오리지널판과는 다르게 제작하는것을 목표로 하였다고 한다. 여하간 풍성한 부클릿 하나로 모든것을 커버하고도 남기에 그렇게까지 크게 이러쿵 저러쿵 하기엔 매우 무례한 셈.
8.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매우 반갑고 매우 의미심장한 재발매 팩이라 할 수 있다. 패키지도 근사하고, 볼거리 읽을거리도 빵빵하며, 사운드적인 퀄리티 역시 엄청나다. 이러한 패키지 음반 시장이 엄청나게 불황인데도 (특히 한국) 이렇게 리스크 큰 재발매를 한 것도 고마운데, 매우 다양한 즐길거리까지 마련 해 주다니… 황송 할 따름이다. 예전의 명작이 각종 언론/미디어를 통해서 화제가 되면, 그저 똑같이 재판만 찍어내던 지금까지의 찝찝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듯한 느낌마저 전해준다. 올드팬 및 초심자들 모두에게 완벽하다는 점도 있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행해진 재발매 패키지가 있을까? 내 기억으로는 없다. 이러한 부분에서 Noizegarden 은 앞서 나가고 있으며, 또 다른 한국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고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들었고, 잘 보았으며, 잘 읽었습니다. 완벽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완벽한 재발매의 현지화” 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 Mike Villain